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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찾아 수많은 사람들이 떠난 수원역.
▲ 수원역 고향을 찾아 수많은 사람들이 떠난 수원역.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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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부러워요. 저희들도 가고 싶지만 갈 수가 없어요. 저분들은 참 좋겠네요."

고향을 찾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눈시울을 적시는 이주노동자. 멀리 스리랑카에서 왔다는 카마게(정확한 것인지 모르겠다. 본인들의 발음은 비슷했는데). 한국에 온 지 이제 1년이 조금 지났다고 하는데, 그래도 우리말을 꽤 많이 배운 듯하다. 

고향을 찾는 사람들

"연휴에는 무엇을 하세요?"
"친구들과 어울려 여행을 가려고 역에 나왔는데, 표가 없대요."
"집에 가고 싶지 않나요?"
"가고 싶죠. 하지만 갈 수가 없어요. 앞으로 1년은 더 있어야 갈 수 있어요."
"집에는 누가 있나요?"
"아이 있어요. 딸요."

순간적으로 눈시울이 젖는 것을 본다. 그렇게 역 대합실 이층에서 하염없이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수원역 대합실 모습. 오전만 해도 가득했다는 사람들이 오후 들어 많이 줄었다고 한다
▲ 대합실 수원역 대합실 모습. 오전만 해도 가득했다는 사람들이 오후 들어 많이 줄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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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대합실과 역전에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도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가고 싶은 것인지
▲ 이주노동자들 역 대합실과 역전에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도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가고 싶은 것인지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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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하루 전인 1월 22일 오후 3시. 기차를 타기 위해 자동매표소에서 기기를 누르고 있는 사람들. 빈자리가 없는가 보다. 표가 나오지 않는지, 연신 눌러대고 있다.

"어디까지 가세요?"
"곡성에 가려고 하는데 표가 매진이 되었다고 하네요."
"입석도 안 나오나요?"
"그런 것 같아요. 9시 전에는 들어가야 하는데..."

말을 하면서도 연신 화면에서 손을 떼지 못한다. 고향을 떠나 객지 생활을 한 지 3년이 다 되어간다는 이 아무개(여, 화성시 양감면 거주. 직장이 그곳이라고 한다. 직업이나 가족사항들은 일체 대답을 하지 않는다.) 여인은 조바심이 나는 듯하다. 손에 들고 있는 무거워 보이는 가방이라도 놓고 하면 좋으련만.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줄 선물이라, 그만큼 소중한 것인가 보다.

기차표를 구입하기 위해 자동발매기 앞에 늘어선 사람들
▲ 자동발매기 기차표를 구입하기 위해 자동발매기 앞에 늘어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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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열차를 제외하고는 입석도 모두 매진이 되었다
▲ 매표현황 임시 열차를 제외하고는 입석도 모두 매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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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에 짐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 고향이라는 곳은 듣기만 해도 마음이 설레는가 보다. 기차를 기다리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들을 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연휴에도 문 열어야죠, 어디 가서 밥을 먹겠어요"

역을 나와 길 건너편에 있는 먹거리촌에 들어가 보았다. 평상시 같으면 사람들이 꽤 번거로운 곳인데, 길에는 사람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마침 가게 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손님들이 하나도 없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오늘은 어째 사람들 보기가 힘드네요. 그래도 외국인들도 있고 그랬는데. 날이 추워 그런가, 아무도 안 보입니다."
"연휴에는 쉬시나요?"
"저희는 아침에 차례를 모시고 문을 열어야죠. 그래도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먹을 것이 없으면 어떻게 하겠어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고맙다. 저녁이 되면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모인다고 하는 곳. 그러나 썰렁하기만 하다. 외국인을 위한 음식을 판매하는 곳도 눈에 띈다. 이주노동자들이 그만큼 많이 들어와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물 보따리를 들고 길을 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수원역 건너편의 먹거리촌. 평소에는 붐비던 이곳이 썰렁하기만 하다
▲ 먹거리촌 수원역 건너편의 먹거리촌. 평소에는 붐비던 이곳이 썰렁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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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먹거리들이 늘어선 이곳은 이주노동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길이 한산하다
▲ 먹거리촌 각종 먹거리들이 늘어선 이곳은 이주노동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길이 한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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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오셨어요?"
"몽골요."
"어디 선물하러 가세요?"
"예, 사장님한테 드리려고요."

어느새 우리문화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 듯하다. 날이 추워 그런지 얼른 가야한다는 말을 남기고 휑하니 가버린다. 설날 귀성객들이 붐비고 있는 수원역에는, 그렇게 웃음과 슬픔이 뒤섞여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수원인터넷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귀성객, #수원역, #이주노동자, #설날 전일, #먹거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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