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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마다 미국 대선의 신호탄 역할을 하는 아이오와 코커스. 내년 1월 3일에 있을 아이오와 코커스를 약 2주 정도 남긴 지금, 일부 사람들이 '서커스'라고까지 비아냥거렸던 공화당 예비 대통령 후보자들 간의 복마전은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간의 2파전으로 정리됐다.

 

2008년 대선 이래 미트 롬니는 언제나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주자였다. <롤 콜(Roll Call)>의 스튜 로텐버그는 "롬니는 아무도 열광시킨 적이 없다. 하지만 그의 가장 큰 매력은 그의 경험과 스타일 그리고 폭넓은 유권자 층에게 어필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그는 '안전한 선택'이다"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안전하지만 공화당 지지층, 특히 티파티 류의 지지자들을 열광시킨 적은 없는 롬니. 그래서 여러 후보자들이 롬니의 대안으로 떠오르다 곧 사라졌고, 이들의 흥망성쇠가 바로 지난 1년 동안 공화당 예비 대선전의 주요 스토리다. 공화당 엘리트들이 염려하는 것처럼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새로운 대안이 제시되기보다는 말이다.

 

가령 미셸 바크먼 미네소타 하원의원부터 '갓 파더 피자(Godfather Pizza)' 체인점의 CEO였던 허먼 케인, 그리고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 등은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거리와 정치적 환멸, 또 실망감을 안겨주며 여론조사 1위를 스쳐지나가곤 했다. 

 

하지만 바크먼 의원은 잘못된 '사실'을 바탕으로 상대 후보를 공격하기 일쑤였고, 케인은 그와 혼외정사를 했다거나 성희롱 피해를 봤다는 여성들이 꼬리를 물고 나타나 결국 선거운동을 중단해야 했다. 또 페리 주지사는 작은 정부를 만들려면 정부 부처를 정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정작 그 부처들의 이름을 대지 못해 '커닝 페이퍼'를 들춰보는 촌극을 전역에 보여주기도 했다.

 

<뉴욕타임즈>의 빌 켈러 전 편집장이 "대선이 1년 정도 남았고 (내년) 1월까지는 첫 번째 경선도 없는데, 나는 대선까지 모든 걸 생략할 준비가 돼 있다. (…) 누가 '지금부터 대선전이 본격적으로 과열되는 내년 8월까지 동면에 들어가고 싶다' 해도, 나는 이해한다"고 말할 정도로 공화당 예비 대선주자들은 대통령이 되기에는 심각할 정도의 수준 미달의 자질을 보였다.

 

롬니와 깅리치의 대결로 압축된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그리고 이제 롬니의 마지막 적수로 우뚝 선 것은 뉴트 깅리치다. 왜 깅리치이고, 롬니와는 어떻게 다른가?

 

우선 깅리치는 롬니와 달리 공화당의 바닥 지지층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 12월 13일의 NBC-<월스트리트저널> 조사를 보면, 최근 급부상한 깅리치는 당선 가능성에 문제가 있지만 롬니는 '짝퉁' 보수주의자로 인식됐다.

 

이 여론조사에서 깅리치는 공화당 지지자 40%의, 롬니는 23%의 지지를 받았다. 공화당 경선에 참여하는 사람들 중 57%는 깅리치를 보수주의자로, 28%는 중도주의자로, 10%는 리버럴이라고 봤다. 이와 달리, 롬니에 대해서는 53%가 중도주의자로, 29%는 보수주의자로, 11%는 리버럴이라고 대답했다.

 

특히 8일 <폭스뉴스>의 여론조사에서는 티파티 지지자들의 11%만이 롬니를 지지한다고 답한 반면, 티파티 지지자의 44%는 깅리치를 지지한다고 대답했다.

 

큰 정부 또는 정부 자체를 혐오하고 워싱턴 정계와 월가의 정치·경제 기득권층을 타도 대상으로 삼는 티파티 지지자들에게 공화당의 기득권 세력과 월가의 지지를 받는 롬니는 신뢰할 만한 후보가 아니다. 따라서 케인의 선거 운동 중단으로, 케인을 지지했던 티파티 세력의 대부분이 깅리치에게로 돌아섰다.  

 

그러나 '워싱턴의 아웃사이더'를 대통령 후보로 뽑고자 하는 이들이 실제로 선택한 사람이 깅리치라는 사실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깅리치는 의회의 오랜 일원으로 하원의장을 역임했고, 프레디맥(모기지 대출을 주력으로 하는 미국의 금융회사) 같은 거대 기관으로부터 돈을 받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현재 아이오와에서 지지도 상위 3위 안에 드는 론 폴 텍사스 하원의원은 다음과 같은 TV 광고를 내보냈다. "만약 누군가 하원의장이었다면, 그는 언제나 (워싱턴 정계와) 한통속이다."

 

실제로 깅리치는 1999~2002년, 2006~2008년에 정부의 모기지 보증 기관인 프레디맥의 자문가로 일하면서 160만 달러에서 180만 달러에 달하는 자문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한 일 중에는 '자유 경쟁 시장'을 주창하는 공화당 의원들에게 페니메, 프레디멕 같은 정부 산하 기업들이 왜 필요한지를 설득하는 일도 있었다. 

 

깅리치는 또한 티파티 지지자들이 거세게 반대한 부시 행정부의 메디케어 확대 정책과 오바마 행정부의 경기 부양책 및 의료 개혁안을 통해서도 상당한 금전적 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그는 자신이 자문에 응한 회사들이 정부 정책의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가령, <뉴욕타임즈>는 그가 세운 '보건 변화를 위한 센터(Center for Health Transformation)'가 그를 고용한 회사와 그가 연결한 워싱턴 정계 및 주정부의 실력자들을 위한 고급 사교계와 같은 역할을 담당해왔다고 보도했다.

 

깅리치 : 바닥 층은 선호, 기득권 세력은 외면

 

한편 깅리치는 미국의 보수적 식자층과 공화당의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완벽한 외면을 당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적 잡지인 <내셔널 리뷰>는 "깅리치는 정부를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은 물론 심지어 자신을 다스릴 수도 없을 것이다. (……) 그는 공화당의 자문위원은 될 수 있겠지만 또다시 공화당의 리더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깅리치가 자신의 어두운 면을 극복했다"고 하는 측근들의 주장에 대해 <내셔널 리뷰>는 그런 주장에 여전히 의혹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내셔널 리뷰>는 또한 "두 번의 이혼, 정부(情婦)와 두 번 결혼한 깅리치 같은 전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통령이 되려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하원의장으로 재임(1995~1999년)할 때 깅리치가 "공직에서 가장 평이 나쁜 인사들 중 하나였다"고 평가했다.

 

역시 보수적 색채의 <워싱턴 이그재미너(Washington Examiner)>도 2012년에 롬니는 오바마를 이길 수 있지만 깅리치는 그럴 수 없다며 롬니를 지지하고 나섰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 논객 중 하나인 <워싱턴포스트>의 조지 윌은 "깅리치는 지금의 워싱턴을 만든 허영과 탐욕의 실체"라고 비판했다. 조지 윌은 "(깅리치의 주장처럼 "역사가"로 일한 대가로) 프레디멕으로부터 160만 달러를 갈취하는 깅리치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워싱턴에서 이득을 취하는 정치가를 감옥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기본과 논리로부터 자신을 면제시킬 정도로" 뻔뻔하다고 깅리치를 맹비난했다.

 

<뉴욕타임즈>의 데이비드 브룩스는 "깅리치는 1960년대에 넘쳐났던 보수주의자들의 부정적 특징을 모두 갖고 있다"며 그 특징으로 "자기 도취, 독선, 자만 그리고 무절제"를 꼽았다. 또, "그와 함께 일한 적이 있는 거의 모든 이는 그가 후보로 지명되면 보수주의와 공화당에 심각한 해를 끼칠 것이란 것을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MSNBC의 조 스카보로도 깅리치를 비판했다. 조 스카보로는 "그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 특히 정적을 비난해야 할 때 그는 악당이 된다. 내가 얘기 하나를 하자면, 공화당 기득권층은 절대 뉴트 깅리치와 평화적 관계를 맺지 않을 것이다. 그냥 그렇게 안 한다. 절대 그럴 일이 없다. 왜냐하면 그가 어떤 경우에도 후보가 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오바마를 재선시키고 우리 당을 괴멸시킬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보수 논객인 빌 버넷은 "깅리치 때문에 이슈에 대한, 오바마에 대한 논의가 없다. 우리는 끝도 없이 깅리치 개인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빌 버넷은 "1995, 1996, 1997, 1998년에도 똑같았다. 그는 당시 우리들이 갖고 있던 모든 아이디어를 죽여 버렸다"며 깅리치의 개인사와 성격이 선거 담론을 지배하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했다.

 

롬니 : 기득권 세력과 온건파 지지 확보... '짝퉁' 보수주의 논란

 

반면 롬니는 공화당 기득권 세력과 온건 보수주의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롬니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석사를, 같은 대학 법대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롬니는 크게 나무랄 데 없는 외모에 명석하며 경영자로서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여성 편력과 다수의 이혼 사실이 있는 깅리치와 달리, 롬니는 고등학교 때 만난 지금의 아내와 결혼해 5명의 장성한 아들을 두었다.

 

롬니는 미시건 주지사를 지낸 아버지의 영향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1994년 고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과 맞대결했지만 패했다. 그러나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의 CEO로 좋은 평판을 얻었고, 이를 발판 삼아 2002년 매사추세츠에서 주지사로 당선됐다. 롬니는 베인(Bain)캐피털이라는 투자회사를 성공적으로 경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에 롬니는 매우 잘 조직된 선거 캠프와 누구보다 넉넉한 자금을 갖췄음에도, 존 매케인에게 공화당 경선에서 큰 차이로 패배했다. 미국의 많은 전문가들은 롬니가 공화당의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아이오와 코커스와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1월 21일에 개최) 등 1월에 몰려 있는 주요 격전지에서 초반 승세를 잡는 것이 경선에서 중요한데, 이곳에서 롬니의 지지율은 높지 않다. 이곳의 경선 참여 유권자들 상당수가 복음주의자로, 몰몬교도인 롬니를 우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8년에 종교 문제는 아이오와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롬니의 발목을 잡았다. 이는 또한 롬니가 남부의 다른 지역에서도 매케인은 물론 아칸소 주지사 출신으로 남부 침례교회의 목사였던 마이크 허커비에게 밀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롬니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인 '말 바꾸기'도 앞으로 롬니에게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때 롬니는 동성애자의 결혼권과 낙태권, 총기 소지 문제, 환경 보호 정책 등에 대해 현재 공화당 지지자들과 반대되는 견해를 드러냈다. 그러나 공화당의 차기 대선 예비후보가 된 이래 롬니는 "절대적으로" 낙태권을 반대하고, 동성애자 결혼을 지지하지 않으며, 기후 온난화는 인간의 환경 파괴가 나은 인위적 결과물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롬니는 또한 매사추세츠 주지사로 있을 때 서명하고 진행시켰던 건강보험 개혁안 때문에 보수주의자들로부터 끊이지 않는 비난을 받고 있다.


태그:#미국 대선, #롬니, #깅리치, #공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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