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물대포를 직격으로 맞은 참가자들
 물대포를 직격으로 맞은 참가자들
ⓒ 양태훈

관련사진보기


한국 교회(개신교)는 '개독교', 목사는 '먹사'라는 조롱과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개신교 목사로서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 교회가 그동안 해온 일을 보면 전혀 틀린 말도 아닙니다. 2000억 원짜리 예배당을 짓고, 수십억 원 헌금 횡령을 하는 목사들도 있습니다. 심지어 여성 신도를, 성희롱을 넘어 성폭행하는 목사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교회는 회개와 반성을 하기보다는 세상을 향해 "너희들이 틀렸다"며 '정죄'하려고 합니다. 기독자유민주당은 '종북주의 척결'을 제1 정책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붉은 물이 든 사람으로 단죄합니다.

심지어 서울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안 심의를 앞둔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된 어느 날 의원님의 자녀들을 만났습니다 (줄임) 이렇게 말합니다. 남자들끼리 관계하는 항문성교에 대해 배웠는데 신기했어요"라는 문자를 받았는 데 보낸 곳이 기독교 단체라고 합니다(<오마이뉴스> 11월 23일자 기사 <'저주' 받는 서울시의원들 "기독단체들이...">).

이것은 '협박'입니다. 성경은 결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협박하라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런데 협박 문자를 보냅니다. 당연히 기독교가 아니라 개독교입니다. <나는꼼수다(나꼼수)>가 찬송가 <내 주를 가까이>를 <내곡동 가까이>로 개사해 불렀다고 신성모독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따져보면 '장로 이명박'은 하나님 앞에 정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나꼼수>를 비판할 것이 아니라 이명박 장로보고도 "당신 회개하라"고 해야 합니다.

탄식과 통곡을 해도 모자랄 판에 '남탓'만 하고 있어니 한국 교회는 갈수록 개독과 먹사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성경은 "이웃들 사이에 정의를 행하며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를 압제하지 아니하며 무죄한 자의 피를 이곳에서 흘리지"(예레미야 7:5) 말라고 했습니다. 예수님은 가난한 자들 벗이었고, 동무였습니다. 가난한 자들과 함께 울었습니다. 헤롯왕궁으로 간 것이 아니라 광야로 가셨습니다.

하지만 한국 교회는 가난한 자들이 자본에 고통받을 때 온몸으로 나서지 않았습니다. 지난 2009년 1월 용산철거민참사 때 자본권력과 희생당한 철거민들은 같은 교회 '교인'들이었습니다. 한국교회와 목사는 개발이익에 눈먼 사람들에게,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는 말씀을 기억하고 가르쳐야 하고 탐욕이 얼마나 무서운 죄인지 경고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기회가 왔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한미FTA를 지난 22일 날치기 강행처리했습니다. 한미FTA가 발효되면 미국식 자본주의가 대한민국에 이식될 것입니다. 뼛속까지 미국식 자본주의로 지배당할 우리 미래를 생각하면 통곡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 대기업과 이익을 보는 1%를 제외한 99%는 지금보다 더 고통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말 것입니다.

장로 대통령, 개신교 신자 국무총리, 개신교 신자 전현직 집권당 대표가 강행처리한 한미FTA는 성경 가르침과 배치된다고 선언해야 합니다. 한미FTA는 약육강식입니다. 강자는 강해지고, 약자는 더 약해지는 조약임을 강조하고, 가르쳐야 합니다.

한국 교회가 지금 할 일은 "종북주의 척결", "투철한 사람을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만들고 그러한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촛불을 든 사람을 사탄이다. 빨갱이다"같은 헛된 말을 하는 일이 아니라 "한미FTA는 성경과 기독교 정신에 맞지 않다"고 선언하는 일입니다.

이 선언을 할 때 '개독교'에서 기독교로, '먹사'에서 목사로 회복할 수 있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 밤(23일) 서울광장에는 '물대포'가 촛불시민에 뿌려졌습니다.

물대포를 맞은 시민들이 트위터에 글을 올렸습니다.

"(물대포에 맞아) 제 옷이 완전히 얼었습니다."(@du0280)
"지금은 겨울, 물대포를 쏜다는 것 자체가 살인행위."(@hangulo)
"체감온도 영하에 물대포는 범죄행위야!"(@yoji0802)"

이 일이 장로 대통령 재임하에 일어났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들은 사탄도 아니고, 빨갱이도 아니고, 종북주의자, 범죄자들도 아닙니다. 그냥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사람답게 사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란 것뿐입니다. 그런데 권력은 물대포를 쐈습니다. 이것은 아니라고 말해야 합니다. 한국교회 이름으로 한미FTA 폐기를 외쳐야 합니다. 그래야 기독교이고, 목사입니다.


태그:#한미FTA, #한국교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