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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희의 〈전쟁의 역사 1〉
▲ 책겉그림 남문희의 〈전쟁의 역사 1〉
ⓒ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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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시리아와 바벨론 제국, 페르시아와 로마 제국, 기독교와 이슬람 전쟁, 미국과 오일머니 국가들의 전쟁사도 그렇다. 그만큼 모든 나라들이 자신의 영토를 지키고, 팽창시키고, 또 여러 목적들을 달성하기 위해 갖가지 전쟁을 치렀다.

전쟁이 주는 명분이 어떠하든 그 후유증은 끔찍하다. 처참한 살상과 슬픔이 남기 때문이다. 전후 복구를 위한 비용도 결코 만만치 않다. 그렇지만 각 전쟁의 시기마다 위대한 지도자가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다. 거기에 기존과 다른 월등한 발명품도 개발되고 새로운 가치와 신세계를 향한 질서도 탄생했다.

남문희의 <전쟁의 역사1~3>은 인류 역사와 함께한 동서양의 전쟁사를 전체적으로 조명하고, 각 시대별로 나타났던 전쟁 양상과 전쟁 유형들을 분석한 책이다 또  각각의 시대를 대표한 인물과 그 시대에 개발됐던 무기들을 실감나게 그려준다. 그가 그려내는 전쟁의 역사는 '인물의 발견사'이자 곧 '무기의 발전사'라 할 수 있다.

"자료를 반복해 보며 '이 인물은 과연 이때 어떤 생각과 심정이었을까'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등의 상상을 하고, 현상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면서 당내 인물들과 함께 호흡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활자 속 인물이 서서히 윤곽이 잡히자 그들은 형형한 눈빛을 빛내며 저에게 말을 거는 듯도 했습니다. 어쩌면 실제와는 다르게 윤색되거나 과장된 기록을 보며 혼자 느낀 착각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만남은 인생에 있어서 대단히 가치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 작가의 말

그만큼 남문희는 인류 역사 속에 치러진 전쟁을 관찰자가 아닌 실전에 투입된 병사나 혹은 지휘관으로서 전쟁사를 그려내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물론 승자의 입장이 아닌 패배자와 배신당한 자, 그리고 사지로 내몰리는 민초들의 입장까지도 대변하는 전쟁사를 그려내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앗수르'에서 탄생한 아시리아는 이후 1000년이 넘는 시간을 역사의 주류에서 살짝 비켜선 채 성장을 하다가(중략) B.C. 960년 패권을 차지하고, 이후 360년간 피의 역사를 써 내려갔다. (중략) 내분에다 사치와 타락, 스키티아·메디아·바빌로니아 연합군에 의해 B.C. 612년 멸망하고 만다." - 제1권, 22-23쪽

"그리고 동방의 합성궁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보이는(중략) 오나게르(투석기) 등이 있다. 비틀림 작용을 이용한 무시무시한 병기(중략) 이러한 병기들을 건조하고, 움직이고, 조준·측정·격발을 위해서는 복잡한 계산과 공식이 필요했다. 탄도·탄성학을 비롯한 물리학, 수학 등 다양한 과학이 크게 발전했고, 후대에까지 많은 영향을 끼쳤다." - 제1권, 134-135쪽 

제1권은 고대 그리스의 중장보병으로부터 페르시아의 몰락에 관해 숨이 찰 정도로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고, 제2권은 약육강식의 난세와 춘추전국 시대의 전쟁을, 제3권에서는 중국 최초의 통일 국가과 진나라의 패권 전쟁에 관한 전쟁사를 그려주고 있다.

"<묵자>에는 적이 공격해 올 때 방어를 준비하는 예식, 척후를 쓰는 방법, 수비병과 무기의 배치, 복장과 각종 신호법, 각종 비축 장비의 목록과 운용, 형벌의 집행, 변소, 오물 처리, 취사장 등등의 운용법, 부자나 주요 인사의 통제법, 이러 저러 요러한 공격에 대비한 이러 저러 요러한 수비법 등등이 설명되어 있어유." - 제2권, 245쪽

"시황제는 자신이 최고라는 독단과 독선에 빠져 있었다. 인정이 각박하고 공신들을 신뢰하지 않았다. 천하를 통일했으나 포용·융화책을 쓰지 않았고 포악하고 가혹한 통치로 민심이 멀어지게 했다. 이세 황제는 바보 멍청이였,고 조고는 '간신이란 이런 것이다'를 역사에 알려 주려는 듯 온갖 나쁜 흉계로 진나라를 말아 먹었다. 승상 이사는 권력을 계속 쥐고 싶다는 욕심에 바보 멍청이를 황제로 세우는데 동참했다. 시황제가 어질고 똑똑한 태자 부소에게 제위를 제대로 물려줬다면, 이세 황제가 조금만 더 현명했다면, 이사가 후계를 바꿔치기하자는 조고의 유혹을 물리쳤다면, 조고에게 진을 위한 충심이 눈꼽 만큼이라도 있었다면, 진나라가 그리 허무하게 무너졌으랴." - 제3권, 254-255쪽

인류 역사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역사다. 더욱이 승자의 기록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주는 특징은 패전한 병사들의 고통과 패자들의 설움도 진솔하게 그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철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그려낸 책이기에, 전쟁에 관한 한 '숨은 보화'를 발견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더욱이 이 책은 만화라는 시각 매체의 특성을 잘 살려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각종 전쟁기술과 전쟁전략과 무기의 발전사를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누구든지 이 책을 대하면, 그야말로 실감난 인물사와 무기의 발전사를 엿보게 될 것이다.


전쟁의 역사 1 - 동서양의 격돌, 고대 그리스의 전쟁

남문희 글.그림, 휴머니스트(2011)


태그:#전쟁의 역사, #무기의 발전사, #인물의 발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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