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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가을이 깊어간다. 바람에 날리는 낙엽이 쓸쓸하다. 고운 빛깔의 낙엽들이 하나 둘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는 마음이 처연하기만 하다. 이 가을이 가고 나면 삭막한 겨울이 다가올 터인데, 생각만 하여도 온 몸이 움츠려진다. 이 가을이 가면 올 해도 속절없이 멀어진다. 한 해가 가면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된다. 생각만 하여도 마음이 쓸쓸해진다. 나이 먹는 것이 싫다. 꿈을 잃어버리는 것이 싫다.

 

만추.

어디를 보아도 곱다.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늦은 가을의 낭만에 젖기보다는 겨울의 을씨년스러움이 더 가까이 다가온다. 삭풍을 생각하게 되면, 꿈은커녕 온몸이 먼저 움츠러든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온 몸을 휘감아버린다. 알 수 없는 방향에서 엄습해오는 삶에 대한 불안감이 한없이 초라하게 만든다. 초라하게 줄어든 몸과 마음이 만추의 멋진 풍광도 즐길 수 없게 만들어버린다.

 

그리워진다. 열정과 꿈이 넘치던 젊은 시절이 그리워진다. 그때를 돌아다보면 무서울 것이 없었다. 장벽이 앞을 캄캄하게 가로 막고 있어도 두려움이 없었다. 장애가 있으면 그 것을 헤치고 가면 되었다. 그럴 자신이 있었다. 그러니 망설이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머뭇거리지 않았다. 그저 앞만 보고 당당하게 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달라졌다. 자신감이 상길 되었고 불안감으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처음에는 의심하였다. 세상을 호령하는 기상을 가지고 있었기에 믿지 않았었다. 어떤 장애가 있더라도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나이를 하나하나 더해지면서 현실의 장벽은 높아만 갔다. 의심이 커지더니, 할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나이를 먹고 병을 가지면서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국은 심신이 약해지고 자신감을 상실해 갔다.

 

허망하였다. 이럴 수 없는 일이라고 부정도 해보았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확실해졌다. 이 모든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병 앞에서는 무기력하였다.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었다. 의지력을 아무리 발휘해보려고 노력을 해보아도 병 앞에서는 무기력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나약해지는 몸과 마음을 주체할 길이 없었다. 커지는 좌절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꿈의 상실.

바람에 날리는 낙엽과 같다. 꿈을 상실한다는 것은 살아갈 의욕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꿈을 잃어버리면 살아갈 의욕을 상실한 것과 같다. 파문을 일으키며 날리고 있는 낙엽처럼 삶이 날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꿈을 상실해가기 시작한 때가 언제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작은 것들이 쌓여서 이제는 분명하고도 확실하게 꿈이 사라져버렸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꿈을 상실해버린 것이다.

 

낙엽이 떨어지면 삭막한 겨울이 온다. 그러나 그 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희망을 놓아버리지 않는다. 삭풍이 몰아치는 겨울이 참기 힘든 계절이란 것을 잘 알지만 견딜 수 있다. 왜냐하면 봄이 오기 때문이다. 새순이 돋는 희망의 계절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좌절하지 않고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것이다. 그에 반해 나이를 먹어가게 되면 새로운 꿈을 꿀 수가 없으니, 난감하다. 인생의 불이 사그라지고 마는 것이다.

 

단순히 나이를 먹는다고 하여 모두가 다 꿈을 상실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에 나이는 먹는 사람은 모두가 꿈을 상실한다면 인생은 정말 삭막해질 것이다. 미래에 대한 꿈을 의무적으로 상실한다면 살아갈 동력을 상실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어도 꿈을 상실하지 않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나이를 먹어도 더 큰 열정으로 더 큰 꿈을 키우면서 살아가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

 

나이가 들어서 꿈이 저절로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나이를 먹어감으로서 자신감의 상실로 새로운 도전을 포기하기 때문에 삶의 동력을 상실하는 것이다. 늙는다는 것은 나이를 먹어감으로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포기할 때를 말하는 것이다. 꿈을 접을 때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늙어버리는 것이다. 거울 속에 비추인 초라한 몰골을 바라볼 때마다 그 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떨어지는 낙엽에

삭아지는 이 내 몸

 

나도 몰래 멀어져간

아름다운 내 꿈아!

 

가슴 속 희미한 기억

돌이킬 수 없어라.

<春城>

 

곱게 물든 단풍을 본다. 파문을 일으키며 날리는 모습을 바라본다. 낙엽이 지고나면 어김없이 겨울이 다가올 것이다. 삭풍이 몰아치고 눈보라가 몰아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봄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나이를 먹어도 꿈을 잃어버리지 않으면 새로운 인생을 기대할 수 있다. 우리의 인앵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무아의 창조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무아의 창조.

유아의 세계에서나 꿈을 상실할 수 있다. 무어의 세상에서는 꿈을 상실할 수 없다. 무아의 깨달음을 얻게 되면 무상의 고통이나 고의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삶의 고통은 유아의 의식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흩날리는 낙엽을 바라보면서 무아의 경지에 올라 무아의 아름다움을 느껴보자. 고통의 세상을 초월하게 되면 무아의 세상에 들어설 수 있다. 새로운 세상에서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된다.


태그:#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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