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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의 십자군이야기
 김태권의 십자군이야기
ⓒ 비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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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라는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웠다. 사람들의 이름은 왜 이렇게 복잡한지 나라 이름은 뭐 이렇게 비슷한지 또 전쟁은 얼마나 많이 했던지... 세계사는 그저 '범접할 수 없는 어려운 학문'이었다.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만 잠깐 접했던 '십자군 전쟁' 역시 그저 '예루살렘 싸움'이라고만 생각했다.

우연한 계기로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비아북 펴냄)를 접하게 되었다. 만화로 되어 있는 책의 특성 때문인지 어려운 세계사 이야기가 쉽게 다가왔다. 작가는 십자군 전쟁을 서구와 이슬람의 시선으로 위트 있게 풀어냈다. '아... 이 책을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세계사를 두려운 존재로 여기지 않았을 텐데' 때늦은 후회를 했다.

지난 3일 저녁 서울 서교동 홍익대학교 근처에서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의 저자인 김태권씨와 그의 '트위터 친구들'을 만났다.

<김태권의 십자군이야기> 김태권 작가
 <김태권의 십자군이야기> 김태권 작가
ⓒ 비아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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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그냥 전쟁일 뿐, '정의로운 전쟁'은 없어요"

김태권 작가를 만난 독자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 한 점은 <십자군 이야기>를 집필하게 된 계기였다. 김 작가는 "미국이 '악의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했던 것을 보며 십자군 이야기를 만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11세기 말 이슬람으로부터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킨 십자군과 21세기의 미국이 묘하게 닮았다"며 "요즘 보면 전쟁을 '전쟁'과 '정의로운 전쟁'으로 나누어 합리화하는데 세상에 정의로운 전쟁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고3 독자 박천욱씨는 "전쟁이 정의롭다고 생각하지 않는 작가의 해석 기준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김 작가는 "보통 정의롭다 판단하는 것이 '진짜 정의로운 것'인지 확인하지 못했다"며 "정의로운 전쟁이라면 그 대안도 있어야 할 텐데 아직까지는 마땅한 대안도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사건 고증이 가장 힘들어... 외국서적 읽으려고 라틴어 공부 중"

이날 자리에는 김태권 작가의 팬을 자처한 참가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많은 참가자들은 '집필 과정'에 대한 궁금증을 가졌다.

김 작가는 "사건을 고증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다"며 집필의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한 가지 사건을 다룬 다른 시각의 책을 두세 권 정도 동시에 보며 관점의 차이를 이해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작가는 "사건이나 인물 고증을 할 때 외국 서적을 많이 본다"며 "요즘엔 외국서적을 제대로 읽기 위해 라틴어를 공부 중"이라고 밝혔다.

자신을 김태권 작가의 열혈 팬이라 밝힌 이효민씨는 "자세히 보면 인물마다 그림체가 약간씩 다른데 역사적 인물을 표현할 때 쓰는 특별한 방법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작가는 "보통은 역사적 사건을 다룰 때 관련한 회화 서적을 찾아보고 최대한 당시 모습과 닮게 그리려 노력한다"며 "인물의 의복이나 장신구들을 보면 시대와 문화권에 따른 특징이 나타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래도 이슬람권은 회화자료가 많지 않아 당시 인물의 특성을 완벽하게 잡아내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김태권 작가의 <십자군 이야기3>은 멜리장드 자매가 주인공이다. 이와 관련해 "보통 전쟁이나 역사 관련해서는 '남자'가 중심인데 3권에서는 '자매'가 주인공이라 신선했다"는 기자의 말에 김 작가는 "다른 독자들은 잘 모르던데 알아봐주셔서 고맙다"는 말로 분위기를 띄웠다.

김 작가는 "지금까지의 십자군 이야기가 지극히 남성 중심적이고 여성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멜리장드 자매를 등장시켜 여성의 비중을 높여 이야기를 부드럽게 풀어나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오노 나나미, 간혹 중요한 사건을 가볍게 다루기도"

독자들은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나온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김 작가는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는 아직 읽어 보지 못했다"며 "내가 시오노 나나미에 대해 말하는 것은 마치 정형돈이 지 드래곤의 패션을 말하는 것 과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시오노 나나미의 전작인 <로마인 이야기>를 봤을 때는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며 "가끔 보면 그는 역사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사건을 가볍게 다루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십자군 이야기와 같은 사건은 유럽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에 서구인, 이슬람 등 여러 가지 시각에서 바라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참가한 이슬샘양은 "앞으로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인데 좋아하는 작가를 직접 만나보고 집필과정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4권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밝혔다.

전체 6권으로 출간 예정인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는 현재 예루살렘 왕국과 멜리장드 자매의 이야기를 다룬 3권까지 나왔으며 4권은 집필 중에 있다.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1 - 군중십자군과 은자 피에르, 개정판

김태권 글.그림, 비아북(2011)


태그:#김태권, #십자군 전쟁, #십자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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