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후보에게 청년들이 제안하는 정책을 담은 정책 제안서 <원순씨 사용설명서>. 지난 19일, 이 사용설명서 제작 기금을 마련한 '원순씨 청년 사용자모임(이하 청년사용자모임)' 회장단과의 인터뷰를 홍대 앞에서 진행했다.

 

청년사용자모임은 박원순 후보가 청년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이를 서울시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청년 유권자들이 직접 제안하는 정책들을 담은 <원순씨 사용설명서>를 제작하기 위해 모인 캠페인 그룹이다. 현재 청년사용자모임의 공식 누리집(바로가기)에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수집된 80개 이상의 정책 아이디어와 제안이 모여 있다. 청년사용자모임은 누리집을 통해 '오늘(22일) 오후 3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원순씨 사용설명서> 사전출판기념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소셜 편딩 사이트 '텀블벅'을 통한 제작기금 모금이 막 시작됐던 시점에 진행된 이 인터뷰에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야권통합 후보를 '박원순 후보님'이 아닌 '원순씨'라 부르며, 후보 팬클럽이 아닌 정책을 제안하고 실행시키는 사용자 모임을 만들겠다'고 나선 청년들의 정체였다. 이 날 인터뷰에는 '선착순이 아닌 자진하여 회장직을 맡았다'고 밝힌 윤민훈 회장과 이승훈 부회장이 참석해 청년 사용자모임에 대한 궁금증을 솔직한 답변으로 풀어줬다.

 

-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윤민훈 회장(이하 윤) : 저는 평소에는 음악작업을 하면서 웹서비스를 개발하는 IT 노동자입니다.

 

이승훈 부회장(이하 이) : 저는 광고회사를 다녔는데, 지금은 잠시 쉬고 있습니다.

 

- 얼핏 듣기에도 정치와는 거리가 먼 직업을 가지고 계시네요. 혹시 청년사용자모임에 참여하기 전에도 다른 단체나 팀에서 비슷한 활동을 한 적이 있나요?

 

: 아니오. 다른 곳에서 활동한 적은 없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제가 직접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 저 역시 청년사용자모임에 참여하기 전에는 특별히 어떤 단체에 소속돼 활동한 적은 없습니다. 홍대 앞에 있었던 철거 농성장 두리반에 자주 들렀지만 그곳이 특별히 어떤 조직이 있어 가입을 하는 곳은 아니었으니까요.

 

- 그렇다면 청년사용자모임을 어떻게 알고 참여하게 되셨나요? 그리고 참여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 제가 처음 이 모임을 제안했으니까 누군가를 통해서 알고 참여할 필요는 없었죠(웃음). 청년사용자모임을 하자고 제안하게 된 이유도 사실 단순해요.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박원순 후보가 청년 문제에 대한 공약이 빈약하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그 빈약한 부분을 우리의 아이디어로 채우고, 그것을 실행하게 만들자'는 거였죠.

 

: 저는 친구를 통해서 처음 청년사용자모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서울시민이 아니어서 이번 보궐선거에 투표권이 없어요. 하지만 특정 후보의 팬클럽이 아닌 청년들의 목소리를 서울시장 후보에게 전달해 그것을 실천에 옮기게 하자는 모임의 취지가 좋아서 지속적인 참여를 결심하게 됐죠.

 

- 누리집을 보니 팀을 나눠서 구성원을 모으고 있던데요. 그렇다면 두 분이 청년사용자모임에서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 사실 저희는 세부적인 계획이나 기획서를 가지고 만들어진 조직이 아닙니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청년들의 아이디어가 어떤 식으로든 서울 시정에 정책으로 반영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 청년들의 자율적인 네트워크죠. '각자가 낼 수 있는 시간 동안에 할 수 있는 일을 한다'가 저희의 모토라고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편하실 겁니다. 물론 사무국이 필요하고, 대표성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니까 제가 회장을 맡은 거죠.

 

: 그래서 일을 쉬고 있는 제가 시간이 많으니까 부회장을 맡아서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죠(웃음). 제가 주로하는 일은 <원순씨 사용설명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서류를 정리해서 보내거나 받는 일을 하고 있어요.

 

- 청년들이 제안하는 정책을 스티커로 만들어서 붙이는 '스티커 행동단'을 모집한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지금 몇 명 가량이 청년사용자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나요?

 

: 사실 몇 명이라고 딱 잘라서 말하기는 힘들죠. 직접 회의에 나오지는 않아도 트위터에서 열심히 저희를 홍보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스티커를 자체적으로 뽑아서 붙이겠다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굳이 숫자를 말해야한다면 현재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50명이 조금 넘지 않을까 싶네요.

 

: 앞서 회장님이 잘 설명했지만 저희는 자발적으로 모인 청년들의 자율적인 네트워크입니다. 굳이 청년사용자모임의 회원이라고 밝히지 않아도 모임의 취지에 공감하고 움직인다면 그분들 모두 이미 네트워크에 접속했다고 보는거죠.

 

- 하지만 이미 원순씨 사용자모임에 대해서 결국 '박원순을 지지하는 청년들의 모임'이라는 다소 비판적인 의견이 트위터에서 올라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 네. 저도 알고 있어요. 트위터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분도 봤구요. 하지만 저희들이 회의라고 부르는 모임에 나와보시면 생각이 완전히 변하실 거예요. 저희 모임에는 박원순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더 많으세요. 요약하자면 '팬클럽'이 아니라 '비판적 지지자 모임'에 더 가깝다고 보시면 되요.

 

: 제가 청년사용자모임에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도 비슷해요. 만약 특정 정치인을 열렬하게 지지하는 팬클럽이었다면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 그렇다면 왜 박원순 후보를 정책제안 대상으로 잡았나요? 그리고 정책제안을 스티커로 붙힌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온건가요?

 

: 사람들이 박원순 후보측을 비판하는 것 중에 하나가 '세부적인 정책대안이 부족하다'는 거였잖아요? 저는 거꾸로 '그만큼 아직 비어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저희가 직접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여백이 많다'고 받아 들였어요. 특정 정당 소속으로 출마하는 후보는 이미 당 정책이라든가 당론에서 벗어날 여지가 없잖아요. 하지만 박원순 후보는 무소속이고 시민경선을 통해서 최종확정된 후보니 청년들의 이야기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 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 '정책제안을 스티커로 만들어 붙이자'는 아이디어는 재미있기 때문에 추진된 거예요. 이미 박원순 캠프 앞 버스 정류소와 캠프 정문, 그리고 화장실에 스티커를 붙여놨어요. 저희가 누리집에 '특정 장소에 스티커를 붙이면 점수를 준다'고 올려놓은 것도 이 캠페인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스티커 붙이기를 일종의 게임처럼 생각하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방상의 일환입니다. 청년들이 꼭 투표가 아니더라도 정치에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시작된 것이 '스티커 행동단'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 만약 박원순 후보가 당선된 이후에 민주당에 입당한다거나, 자신이 정당을 만들 경우에는 결국 특정 정당에 소속되는거 아닌가요? 그럴 경우에는 <원순씨 사용설명서> 캠페인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요?   

 

: 아직 박원순 후보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지금 입장을 밝힐 상황은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텀블벅 후원을 통해서 제작될 <원순씨 사용설명서>는 박원순 후보가 당선이 된다면 꼭 전달해서 서울시의 청년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거예요. 더불어 저희가 수집하여 제안한 정책들이 제대로 서울시정에 반영되는지 감시하는 것도 청년사용자모임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저는 최선보다는 최악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단 청년들이 투표장을 찾는 것을 두려워하는 후보가 서울시의 수장이 되는 상황은 피해야 된다는 거죠. <원순씨 사용설명서>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캠페인이 아니라 보다 많은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독려하는 선거참여 캠페인이예요.

 

청년사용자모임의 회장단은 인터뷰 내내 이 모임을 '자발적 청년들의 자율적 네트워크'라고 규정지었다. 그리고 이 네트워크는 불과 5일만에 제작기금 350만 원을 모금하는데 성공했다.

 

과연 그들이 생각하는 자율적 네트워크는 요동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결과는 불과 4일 앞으로 다가온 보궐선거를 통해 확인될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 제가 직접 취재하여 작성한 기사입니다.


태그:#사용설명서, #보궐선거, #박원순, #서울시장, #원순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