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마산의료원
 마산의료원
ⓒ 정철상

관련사진보기


지난 13일, 경남도청의 요청으로 '보호자 없는 병실'과 관련된 취재를 하게 됐다. 솔직히 말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 '내 일과는 거리가 있다'는 생각과 더불어 '일반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도 힘든 뉴스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때문에 큰 관심 없이 마산의료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마산의료원의 박신숙 간호과장을 만나고 큰 배움을 얻었다. '한 사람의 꿈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병원에 들르기 전에 관련 기사를 검색하고 정보를 숙지한 다음에 간단한 인터뷰용 설문을 만들었다. 막상 어떻게 이야기할지 고민스러웠다. '그냥 편하게 인터뷰를 진행하자'고 마음먹고 마산의료원을 방문했다. 그렇게 불쑥 들어간 덕분에 박신숙 간호과장이 다소 당혹스러워했지만 잠시 후에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마산의료원
 마산의료원
ⓒ 정철상

관련사진보기


- '보호자 없는 병실'은 어떤 취지로 시작하셨는지,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론과 현실은 다르기 마련이죠. 제가 임상 현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 보니 치료비보다 간병인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 어려움을 겪는 환자 가족들을 보고 늘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하루 6~7만 원인 1일 간병인 비용을 부담하다보면 한 달에 2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웬만한 가정에서는 부담스러운 금액이죠. 비용도 비용이지만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환자 가족들은 일을 할 수도 없는 처지에 놓이기도 합니다. 이런 어려움을 도와주고자 간병자활기관과 의기투합하여 이 제도를 계획했습니다. 수요자가 없을까 고민스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 수요자가 너무 많을까 고민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재정만 생각해 고민만 하다가는 안 되겠다 싶어서 경남도 사업으로 지정 받기 1년 전부터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하루 1~2만 원으로도 간병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죠. 2010년부터는 김두관 도지사의 공약사업으로 10월 한 달간 시범 사업을 하고 11월부터 1년간 시범 사업으로 지정됐습니다. 이후 경남도청의 지원으로 저소득층 뿐 아니라 모든 도민들이 다 이용할 수 있도록 범위가 확대됐고 전국적으로 이슈화됐습니다. 덕분에 언론에 많이 보도됐습니다."

마산의료원 박신숙 간호과장
 마산의료원 박신숙 간호과장
ⓒ 정철상

관련사진보기


- 그러면 혜택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나 해당된다는 말입니까? 그런데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왜 그런지요.
"네.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초생활 수급자의 경우에는 하루 1만원 비용으로 간병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일반 의료보험 대상자의 경우 하루 2만 원 비용이 들어갑니다. 현재 병실 가동률이 90%이상 되기 때문에 환자들이 밀릴 경우에는 바로 들어올 수 없습니다. 대기 순번대로 병실이 지정되고 있습니다. 다만 환자 증세가 심각한 중증환자로 일대일 간병이 필요할 정도인 경우에는 다른 환자분들을 위해 거절될 수도 있습니다."

- 거절되는 경우에는 마음 상하는 경우도 있겠어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 병실 6명의 환자를 5명의 간병인이 교대로 24시간을 다 봐드려야 해 곤란한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대개 간병인의 어려움을 잘 알기 때문에 환자 가족들이 수긍을 합니다. 5개 병실로 6개 병실로 확장되어 30명의 간병인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환자들과 환자 가족 분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은 편입니다."

- 경남 지역 병원에만 이런 서비스가 시행되는지요?
"아닙니다. 다른 지역에도 이외 유사한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서 사업을 검증하기 위해 10여 곳을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연구결과를 진행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보호자 없는 병실'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되자 마산의료원으로 많은 분들이 찾아옵니다. 그런데 환자들이 몰려 병실이 없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그런 분들은 대기표를 받고 순번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순번에 밀린 환자가 계속 기다릴 수는 없겠죠. 때문에 급정기(환자 혼자서 있을 수 없는 수실 전·후거나 고통이 심한 경우)만 환자 1회에 15일간으로 제한하고 1회 연장해서 최대 30일까지만 입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최근 마산의료원에 1개 병실을 늘렸으며 경남도에서도 마산의료원을 모델로 해서 6~7개 의료기관으로까지 확대를 추진해 혜택을 증가시키려 합니다."

마산의료원 박신숙 간호과장
 마산의료원 박신숙 간호과장
ⓒ 정철상

관련사진보기


- 유지비용이나 예산에 어려움은 없는지?
"환자가 있으나 없으나 간병인 급여는 계속 지출되기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는 위험성이 있는 사업이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병실 가동률이 90%에 가까워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 운영에 어려움은 무엇이 있는지요?
"환자 상태가 일대 일로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병세가 중한 경우에는 입원이 거절되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참 미안하죠. 어떤 때는 어느 정도 범위에서 환자를 받아들이기도 하는데 몇몇 병실 환자들이 불만을 토로해 양쪽으로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 그래도 보람이 많을 것 같은데요. 어떠신지요?
"보람이 큽니다. 환자와 가족들이 많은 혜택을 누리는 것을 보니까 저도 마음이 뿌듯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다소 아쉬움이 있습니다. 본래의 취지는 간병인보다 간호사들을 더 늘리려 했던 것이었는데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어 전담 관리 간호사가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병원 간병인들은 일반 간병인들과는 다르게 간호 교육 등을 정기적으로 받고 있기 때문에 간병수준이나 태도가 좋습니다.

퇴원할 때 간병인이 없는 자리에서 만족도를 조사하는데 만족도가 높게 나올 뿐 아니라 고마움을 표현하는 환자와 가족들을 보면 너무 기쁩니다. 심지어 환자분들은 가족들이 오는 것보다 더 좋다고까지 말합니다. 가족들이 싫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자신 때문에 사회생활도 못하고 병원에 있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랍니다. 그런데 이렇게 간병인이 잘 보호해주니까 마음이 홀가분하다는 것이지요. 그런 말 들을 때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마산의료원 박신숙 간호과장
 마산의료원 박신숙 간호과장
ⓒ 정철상

관련사진보기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병실을 둘러보며 환자들과도 얘기를 나눴다. 그중에는 몸을 가누지 못하는 중증 환자도 있었다. 다른 환자들은 "대소변까지 모든 것을 모두 다 돌봐주는 간병인이 아니면 누가 보겠느냐"고 고마움을 표했다.

필자는 많은 예산이 들어가고 잘못 이용될 소지도 있기 때문에 다른 도시들이 선뜻 나서 시행하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이 제도가 성공적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어 곧 전국으로 확대될 듯하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박신숙 과장이라는 분이 있었다. 박신숙 과장은 자신의 몫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뿐만 아니라 담당 의료진과 모든 간병인 역시 제 몫을 다해 성실히 살아가고 있다. 세상의 변화는 개인이 자신의 몫을 다할 때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 포스팅 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마산의료원, #박신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재개발연구소 대표로 대구대, 나사렛대 취업전담교수를 거쳐 대학, 기업, 기관 등 연간 200여회 강연하고 있다. 《대한민국 진로백서》 등 다수 도서를 집필하며 청춘의 진로방향을 제시해 언론과 네티즌으로부터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정교수의 인생수업’이라는 유튜브를 운영하며 대한민국의 진로성숙도를 높이기 위해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