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봉주영

관련사진보기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가 주거 정책을 놓고 치열한 정책 공방을 벌이고 있다. 각각 두 후보의 대표적인 공약인 비강남권 아파트 재건축 연한 완화와 공공임대주택 확대 범위가 쟁점이다.

뉴타운 사업도 논란거리다. 나 후보는 오 전 시장의 뉴타운 사업을 최대한 승계하되 주민들이 원할 경우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저층중밀도 공간인 휴먼타운으로 전환해 공공지원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반면 박 후보는 "뉴타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헌집을 새집으로 고쳐주는 '두꺼비하우징' 사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저소득층 월세 지원을 위한 주택바우처 도입, 1~2인 가구용 소형생활주택 및 장기 전월세 주택 공급 확대 등 저소득층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은 두 후보 모두 큰 차이가 없다.

[공공임대주택] 5만호 VS. 8만호... 실현가능성 있을까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16일 오전 여의도 마라톤대회 참가자들과 인사하며 홍삼액을 선물받고 있다.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16일 오전 여의도 마라톤대회 참가자들과 인사하며 홍삼액을 선물받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두 후보 모두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공급 물량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다.

나 후보는 5만 호, 박 후보는 8만 호를 임기가 끝나는 2014년까지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후보의 경우 오세훈 전 시장의 공공임대주택 공급계획보다 2만 호를 더 늘려잡은 것이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가 달린다. SH공사의 부채 16조 원과 서울시의 재정상황을 고려치 않은 비현실적 공약이라는 것이다. 임대주택 1채당 1억 원가량의 재정이 투입돼야하는 점을 고려하면 나 후보의 경우 5조 원, 박 후보의 경우 8조 원의 추가 재원마련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 임대주택이 들어설 부지 마련도 필수다.

실현가능성에 대한 공세는 박 후보보다 3만 호나 물량을 적게 잡은 나 후보가 주도하고 있다. 나 후보는 지난 11일 KBS가 주최한 TV토론에서 "아무리 계산해도 8만 호 공급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가 임기 내 7조 원의 부채를 줄이겠다고 하면서 어떻게 8조 원의 예산을 마련하겠느냐는 것이다. 나 후보 측은 서울시가 지난 30년간 공급한 임대주택이 12만 호였다는 점, 서울에 임대주택을 지을 가용부지가 많지 않은 상황인 점을 들어 박 후보의 8만 호 공급 공약은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아파트값 거품빼기 국민운동본부장은 "1억 원으로도 전세를 구하기 힘든 곳이 서울"이라며 "공공임대주택 8만 호를 공급하려면 대략 10조 원의 재정이 필요하다, 기존 주택을 매입하더라도 (리모델링 비용 등을 고려하면) 신축하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부동산학과)도 "시의 부채를 줄이면서 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재원 마련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8만 호 공급은 목표치를 너무 많이 잡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후보 측은 8만 호 공급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박 후보는 KBS TV토론에서 "오 전 시장의 공약은 중대형 중심의 6만 호 공급이었는데 이를 소형으로 바꾸면 더 많은 물량을 만들 수 있다"며 "다가구다세대 주택을 구입한 후 리모델링을 통해 소형주택으로 만들고 20평 이하의 원룸을 만들면 대학생이나 1인 가구 등에 충분한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수현 세종대 교수도 "박 후보는 프랑스·일본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매입 임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임대주택 물량을 확보할 예정이라 오히려 더 적은 재정을 투입해 충분히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도심지 내 빈 땅이 적어 공공임대주택 물량의 30% 밖에 소화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해 다양한 공급 방식을 사용해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서울시가 장기전세주택(시프트)에 집중하던 당시에는 중앙정부의 정책·재정적 지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박 후보의 주거정책과 중앙정부의 정책·재정 지원을 병행한다면 서민 주거 안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부동산 시장 침체에 뉴타운 표류... 실효성 의심

박원순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가 16일 오전 여의도 마라톤대회에서 만난 한 어린아이를 껴안아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박원순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가 16일 오전 여의도 마라톤대회에서 만난 한 어린아이를 껴안아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나경원 후보의 경우에는 강북 유권자들을 겨냥해 내놓은 '비강남권 재건축 허용연한 완화'가 논란 거리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나 후보와 박 후보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나 후보의 재건축 규제 완화는 강남북 균형발전 정책의 하나로 1985년~1991년 사이에 지어진 노원구, 도봉구 등 비강남권 아파트의 재건축 연한을 현행 40년에서 최대 20년까지 줄여주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나 후보는 이들 아파트의 경우 주차장 협소 등 생활 불편이 많고 내진 설계도 돼 있지 않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나 후보는 "재건축 완화는 주민 불편을 야기하는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라며 "재건축 여부는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원순 후보 측은 "서울시의 전월세 난을 가중시킬 폭탄이 될 것"이라고 적극 반박하고 있다. 박 후보는 "재건축 연한을 완화하면 뉴타운처럼 대규모 멸실 주택이 생겨 전월세값 상승을 부채질 할 것"이라며 "원주민이 쫓겨나고 집주인도 이익을 얻지 못하는 '오세훈 뉴타운'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건축 연한 완화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다소 회의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금처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규제가 완화된다해도 재건축에 나서기 힘들어 사실상 아무런 내용 없는 공약이라는 것이다.

조명래 교수는 "뉴타운 사업도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성이 확보될 수 있겠느냐"며 "주민 생활 불편이 있다면 시설을 개량하는 방법도 있는데 무조건 규제를 완화해서 재건축을 부추기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또 "나 후보의 공약 중에는 다세대 주택 개량 사업이 있는데 한쪽에서는 주택 개량을 촉진하는 정책을 내놓고 아파트에 대해서는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 주는 것은 서로 상충된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시장조사 전문가는 "재건축이나 재개발은 집주인들에게는 재테크의 한 수단인데 현재 시장 상황에서는 등을 떠밀어도 재건축에 나서기 힘들다"며 "지금은 재개발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나 후보 측은 "광역단위로 개발지구가지정되는 뉴타운과 재건축 연한 완화는 전혀 다른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나 후보 캠프의 이종현 공보특보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있다고 해서 주민 불편을 초래하는 규제를 영구적으로 놔둘 수는 없다"며 "규제가 풀리면 각 아파트의 건축연한에 따라 주민들이 조합을 결성해 자율적으로 (재건축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고 시는 주민들의 뜻을 지원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태그:#박원순, #나경원, #서울시장 보궐선거, #주거 정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