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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을 잃어가는 동생을 위해 고래를 찾아가는 남매의 여정을 그린 영화로 울산남구의 지원을 받았다.
▲ 영화 <고래를 찾는 자전거>의 한 장면 시력을 잃어가는 동생을 위해 고래를 찾아가는 남매의 여정을 그린 영화로 울산남구의 지원을 받았다.
ⓒ 영화장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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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고래도시다. 고래박물관이 있고, 매년 고래축제를 하고 심지어는 도시 상징도 고래여서 어디를 가도 고래 조형물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고래가 가장 많이 서식하는 지역이 울산 장생포이기 때문이다. 지난 22일에는 <고래를 찾는 자전거>란 영화가 개봉되기도 했다. 시력을 잃어 가는 동생을 위해 울산 장생포로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두 남매의 이야기로 울산남구청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탄생한 영화다.

울산지역 정치인들의 고래사랑은 남다르다. 얼마 전 울산 지역의 국회의원 정갑윤 한나라당 의원의 정치자금이 논란이 됐다. 1년 밥값으로 5200만 원이라는 정치자금을 쓴 것도 문제지만 그에 대한 해명이 더 가관이다. 그 중 1000만 원 이상을 고래고기 구입에 썼다는 것이다. 이렇게 구입한 고래고기 일부는 동료의원, 정부부처 관계자, 언론인 등에게 줬다고 한다.

울산에서 유통되는 고래고기의 상당 부분이 불법포획된 고래라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2009년에 27곳에 불과하던 고래고기 음식점이 2010년에는 100곳을 넘어섰고, 2009년 5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동해안에서 불법포획돼 울산에서 유통된 고래수만 120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울산의 고래보호에 앞장서야 할 정치인이 고래고기를 많이 산 것을 해명이라고 내놓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고래고기를 좋아하는 건 국회의원만이 아니다.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의 울산시의회 의원들의 식대성 업무추진비를 보면 고래고기를 먹는 데 사용한 돈만 500만 원이 넘는다. 국회의원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나름 시의원들의 고래(고기)사랑도 인정해 줄 만하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울산동구에서 쟁점이 되었던 사업 중 하나가 고래생태체험장 조성사업이다. 이전 구청장(한나라당 정천석)이 선거법위반으로 직을 박탈 당하면서 야심차게 추진하던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새로 당선된 구청장(민주노동당 김종훈)은 고래생태체험장 사업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연구용역에서도 타당성 없는 사업으로 판명났지만 전 구청장은 기자회견까지 하며 사업을 속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타이지라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돌고래 학살을 다룬 영화
▲ 영화 <더 코브>의 한 장면 일본 타이지라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돌고래 학살을 다룬 영화
ⓒ 영화장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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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생태체험장에는 고래순치장이 있다. 고래순치장이란 야생의 고래를 잡아서 우리 안에 가두고 키우는 것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고래순치장이 있는 일본의 '타이지' 마을의 돌고래 대학살은 이미 영화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일본에서는 연간 2만 3000마리 가량의 야생 돌고래가 잔인하게 학살된다. 이것들은 대부분 돌고래 고기가 아닌 고래 고기로 둔갑된 채 유통되고 있다. 이정도면 고래 순치장이라기 보다는 고래 양식장이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린다.

울산지역에서도 돌고래고기(상괭이)가 많이 유통되고 있다. 밍크고래를 불법으로 포획해서 전문점에서 버젓이 팔기도 하지만,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돌고래(상괭이)가 많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같은 고래 고기라 생각하고 먹지만 상위 포식자인 돌고래는 수은 함량이 높아서 매우 위험하다. 뿐만 아니라 식품위생기준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들도 버젓이 대형할인점에서 유통되기도 했다.

혹자는 고래고기를 먹는다고 비난하는 건 그 도시의 풍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럴 수도 있다. 식생활 풍습을 비난하는 건 옳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잘못된 관행이 고쳐져야 하는 것처럼 시대에 맞지 않는 풍습도 꼭 보존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고려장 같은 비인간적인 풍습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고래고기를 먹으려는 사람들의 수요는 불법포획을 부추기고, 이는 고래멸종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불법포획이나 무분별한 상품화로 인해 고래도시에 고래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더욱이 지역의 고래가 아닌 불법포획한 고래를 비싼 돈 들여서 우리 안에 가두어 놓고 보는 것이 진정한 고래사랑은 아니다. 포유류인 고래는 새끼를 낳는 기간이 사람과 비슷해서 번식력이 느리다. 엉뚱한 고래사랑으로 인해서 고래가 멸종된다면 생태계에는 치명적이다.

진정한 고래사랑은 고래고기 사랑이 아니다. 진정한 고래사랑은 환경을 보존하고 불법포획을 막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개발논리와 자신의 치적을 위한 환경파괴적인 현혹을 뿌리치고 푸른 장생포 앞바다에 고래떼가 언제나 넘쳐나게 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고래사랑이다.


태그:#울산 고래, #울사 고래사랑, #정갑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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