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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한 지인이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봤습니다.

"지금 해운대 벡스코에서 하는 소년소녀가장돕기 유명메이커 공개매각행사 완전 비추(추천 안함)입니다. 정가를 부풀려 싸게 파는 것처럼 해놓고 괜찮은 물건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네. 완전 낚임(속았음). 아, 열받아."

그 글에 달린 댓글을 보니 이미 부산지역의 여러 언론사들이 뉴스로 다루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무척 궁금해진 저는 다음 날 해운대 벡스코로 한번 찾아가 봤습니다.

부산전시컨벤션센터(벡스코, BEXCO)는 지난 2001년 부산의 고층빌딩촌인 센텀시티 지역에 건립돼 지난해에만 총 223건의 다양한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부산전시컨벤션센터 전경 부산전시컨벤션센터(벡스코, BEXCO)는 지난 2001년 부산의 고층빌딩촌인 센텀시티 지역에 건립돼 지난해에만 총 223건의 다양한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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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스코(BEXCO)는 '부산전시컨벤션센터'의 영문 명칭으로 지난 2001년에 준공돼 지난 해에만 총 223건의 국제회의를 개최하고 각종 전시회 참가인원이 510만여 명(벡스코 추산)을 넘는 등 명실상부 부산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제회의장이자 국제전시회장입니다.

지난 2002년에는 월드컵 조 추첨행사도 벡스코에서 열렸고 2005년에는 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습니다. 부산광역시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니 '한국의 기술과 전통을 알리며 한국의 무한한 저력을 소개하는 곳'이라고 벡스코를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경상남도 진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저에게도 벡스코는 국제모터쇼나 국제게임전시회, 세계적인 가수들의 콘서트, 직업박람회 등 규모가 크고 다양한 국내외 행사들이 자주 열리는 곳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부산에서 대학생활을 하게 된 이후, 가까운 곳에서 국제적인 대형 행사들이 자주 열려 많은 외국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것을 보면서는 어느새 뿌듯함과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었지요.

벡스코는 지난 2009년부터 시설 확충사업에 들어갔다. 현재의 벡스코 본관 건물의 양쪽으로 또 하나의 대형 전시장과 강당을 짓고 있다. 2012년에 완공되면 전시장 면적만 46,540㎡로 경기도의 킨텍스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전시장이 된다. 강당 역시 4,092석 규모로 부산, 경남에서는 가장 큰 오디토리움이 된다.
▲ 벡스코는 시설 확장 중 벡스코는 지난 2009년부터 시설 확충사업에 들어갔다. 현재의 벡스코 본관 건물의 양쪽으로 또 하나의 대형 전시장과 강당을 짓고 있다. 2012년에 완공되면 전시장 면적만 46,540㎡로 경기도의 킨텍스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전시장이 된다. 강당 역시 4,092석 규모로 부산, 경남에서는 가장 큰 오디토리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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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거대하고 위용 있는 벡스코의 모습에 뿌듯함과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비단 저만의 생각이 아닐 겁니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땡처리 바자회'를 하고 있다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국격과 품격을 논하고 있는 이때, 국제적인 장소에서 열리고 있는 땡처리 바자회라니요.

벡스코의 건물 전면에 '땡처리 바자회'의 현수막이 거대하게 걸려있다. 현수막의 내용은 '소년소녀가장돕기 세관 압류명품 및 공매상품 공개매각 행사'다. 이것만 보면 그럴싸한 행사다. 바로 옆에는 독립행정법인 일본학생지원기구가 주최하고 주한일본국대사관이 후원하는 '일본유학박람회'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있다.
▲ 거대하게 걸려있는 땡처리 바자회 현수막 벡스코의 건물 전면에 '땡처리 바자회'의 현수막이 거대하게 걸려있다. 현수막의 내용은 '소년소녀가장돕기 세관 압류명품 및 공매상품 공개매각 행사'다. 이것만 보면 그럴싸한 행사다. 바로 옆에는 독립행정법인 일본학생지원기구가 주최하고 주한일본국대사관이 후원하는 '일본유학박람회'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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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스코의 건물 전면에 '땡처리 바자회'의 현수막이 거대하게 걸려있다. 현수막의 내용은 '소년소녀가장돕기 압류명품 및 공매상품 공개매각 행사'다. 이것만 보면 그럴싸한 행사다. 200대 명품 패션브랜드 1000만여 점을 최고 90%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 거대하게 걸려있는 땡처리 바자회 현수막 벡스코의 건물 전면에 '땡처리 바자회'의 현수막이 거대하게 걸려있다. 현수막의 내용은 '소년소녀가장돕기 압류명품 및 공매상품 공개매각 행사'다. 이것만 보면 그럴싸한 행사다. 200대 명품 패션브랜드 1000만여 점을 최고 90%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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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스코 광장으로 가보니 벡스코의 거대한 건물 전면에 '땡처리 바자회'의 현수막이 크게 걸려 있었습니다. 세관의 압류명품 및 공매상품 200대 브랜드 1000만여 점을 아주 싼 가격에 공개매각 한다고 합니다. 이 행사의 주관 단체는 '한국문화예술인봉사회'입니다. 이 단체가 '소년소녀가장돕기'의 목적으로 이번 바자회를 연 것임을 커다란 현수막을 통해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국내외 유명 브랜드를 아주 싼 가격에 얻을 수 있고 거기다 소년소녀가장을 도울 수도 있다니, 이런 게 바로 운하를 건설하고 일자리도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뉴스에서도 이미 '땡처리 바자회... 황당하다'라며 보도를 냈습니다. 행사장을 찾은 일부 시민들이 벡스코에 항의를 하자 벡스코 측에서는 뒤늦게 바로고침 알림글을 벡스코 곳곳에 붙였다고 합니다. 세관에서는 "압류물품을 외부에서 파는 경우는 없다"며 각종 전단지와 현수막들을 철거할 것을 지시했다고 합니다. 또한 해운대경찰서는 세관의 자체 조사기록을 넘겨받아 바자회 주최 측 관계자를 소환 조사할 방침이라고까지 밝혔습니다. 이 정도면 문제가 있는 바자회임이 틀림 없겠지요.

'한국문화예술인봉사회'의 '소년소녀가장돕기 압류명품 공개매각 행사'가 허위 과장광고임이 밝혀지자 벡스코에서 뒤늦게 위와 같은 바로고침 현수막을 내걸었다.
▲ 벡스코의 뒤늦은 바로고침 현수막 '한국문화예술인봉사회'의 '소년소녀가장돕기 압류명품 공개매각 행사'가 허위 과장광고임이 밝혀지자 벡스코에서 뒤늦게 위와 같은 바로고침 현수막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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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관 측에서 '세관압류'라는 표현을 문제삼아 정정요구를 하자 바자회 주최인 '한국문화예술인봉사회'가 '세관압류' 표현을 삭제, 수정한다고 시정초치 안내문을 붙여놨다.
▲ 바자회 주최 측의 시정초치 안내문 세관 측에서 '세관압류'라는 표현을 문제삼아 정정요구를 하자 바자회 주최인 '한국문화예술인봉사회'가 '세관압류' 표현을 삭제, 수정한다고 시정초치 안내문을 붙여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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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바자회 주최 측인 '한국문화예술인봉사회'가 내걸고 있는 현수막이고, 오른쪽이 벡스코에서 뒤늦게 설치한 바로고침 현수막이다. 벡스코에서 내 건 현수막은 크기가 작아 눈에 띄지 않는다.
▲ 두 현수막의 비교 왼쪽이 바자회 주최 측인 '한국문화예술인봉사회'가 내걸고 있는 현수막이고, 오른쪽이 벡스코에서 뒤늦게 설치한 바로고침 현수막이다. 벡스코에서 내 건 현수막은 크기가 작아 눈에 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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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관에서 행사 관련 전단지 및 현수막 철거 지시를 내린 게 15일(목)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진에서 보다시피 버젓이 내걸려 있습니다. 주최 측이 세관에서 문제를 삼은 '세관압류' 표현을 삭제, 수정했다고는 하나 '압류명품', '공매상품'이라는 단어는 그대로 사용 중이었습니다. '세관압류'나 '압류명품'이나 제가 보기에는 똑같은 단어입니다. 같은 의미로 인식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저렇게 얕은 수를 부리다니...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거겠지요?

벡스코 안으로 들어오니 아예 10미터 간격으로 '땡처리 바자회'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벡스코에서 뒤늦게 걸었다는 바로고침 현수막은 벡스코 내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 10미터 간격으로 '땡처리 바자회'의 현수막이 벡스코 안으로 들어오니 아예 10미터 간격으로 '땡처리 바자회'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벡스코에서 뒤늦게 걸었다는 바로고침 현수막은 벡스코 내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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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스코 안으로 들어가니 '땡처리 바자회'의 현수막이 아예 10미터 간격으로 크게 걸려 있습니다. 벡스코에서 뒤늦게 걸었다는 바로고침 현수막은 벡스코 내부에서는 찾기 힘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드나드는 입구에 현수막을 걸어놨다고는 하지만 벡스코의 입구는 하나가 아닙니다. 여러 통로로 들어온 시민들은 벡스코가 건 바로고침 현수막을 보지 못했을 확률이 더 큽니다.

땡처리 바자회가 열리고 있는 벡스코 3-A관 입구에 가니 음악소리와 안내방송 소리, 호객행위를 하는 판매원들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이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 땡처리 바자회 입구 모습 땡처리 바자회가 열리고 있는 벡스코 3-A관 입구에 가니 음악소리와 안내방송 소리, 호객행위를 하는 판매원들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이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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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무료 입장', '무료 체험' 같은 글귀로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땡처리 바자회.
▲ 땡처리 바자회 입구 모습 '어서오세요', '무료 입장', '무료 체험' 같은 글귀로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땡처리 바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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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처리 바자회'가 열리고 있는 3-A관으로 직접 들어가봤습니다. 평소 국제회의와 국제전시회가 열리던 곳이니만큼 아주 넓고 큰 사각형의 공간이었습니다. 벽에는 국내외 유명 브랜드들의 현수막이 크게 걸려 있습니다. 국제회의장에 국제적인 브랜드 땡처리 바자회라, 역시 벡스코 답습니다.

"어디서 오셨어요? 지금 뭐 찍으시는 거예요?"
"학생입니다. 소년소녀가장돕기 바자회 행사를 한다고 해서 촬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거 함부로 찍으시면 안돼요!"

촬영을 시작하려고 카메라를 꺼내들자, 곧바로 누군가 다가와 어디서 왔냐고 캐묻습니다. 소년소녀가장돕기 행사라면 분명 좋은 일인데 왜 함부로 촬영하면 안되는 것일까요? 카메라를 들고 행사장 안을 걸어다니니 상품 판매원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습니다.

평소 국제회의, 국제전시회가 열리던 곳에서 땡처리 바자회가 열리고 있다. 땡처리 상품들은 일단 외형 상으로는 국내외 유명 브랜드 상품 박람회다. 국제적인 행사가 열리는 벡스코다운 모습이다.
▲ 땡처리 바자회 내부 모습 평소 국제회의, 국제전시회가 열리던 곳에서 땡처리 바자회가 열리고 있다. 땡처리 상품들은 일단 외형 상으로는 국내외 유명 브랜드 상품 박람회다. 국제적인 행사가 열리는 벡스코다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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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유명 브랜드의 상품들이 큰 규모로 진열돼있다. 주최 측이 걸어놓은 현수막에는 200대 명품 브랜드 1000만여 점이 준비돼있다고 적혀있었다. 모여있는 사람보다 파는 물건이 더 많다.
▲ 땡처리 바자회 내부 모습 국내외 유명 브랜드의 상품들이 큰 규모로 진열돼있다. 주최 측이 걸어놓은 현수막에는 200대 명품 브랜드 1000만여 점이 준비돼있다고 적혀있었다. 모여있는 사람보다 파는 물건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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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한 점은, 주최 측이 '압류 명품', '공매 상품'이라고 내놓은 물건들임에도 상품들마다 '국산'임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압류를 하거나 공매를 하는 물건이라는 것은 관세법에 따라 세관이 공항이나 항만 등의 국경지대에서 수출입 상품에 대한 검사 및 규제 대상이 된 것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즉, 해외에서 들여온 상품이라는 말인데, 정작 이 곳 바자회에서 강조하는 것은 '국산'이라는 말입니다. 해외에서 들여온 상품이 국산이라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상표법에 의해 세관 몰수품 중 모조품은 전량 소각해 폐기처분하게 돼 있고, 혹은 복지기관에 기증해 불우이웃을 돕는데 쓰이기도 합니다. '한국문화예술인봉사회' 같은 민간 단체에서는 팔 수가 없습니다.

땡처리 바자회에서는 팔지 않는 물건이 무엇인지도 모를 정도다. 그만큼 다양한 물건들이 진열돼있었다. 넥타이, 양말, 속옷, 벨트, 화장품, 운동화, 등산복, 정장, 모피, 금목걸이까지 팔고 있었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모조품이라는 것이다.
▲ 땡처리 바자회 내부 모습 땡처리 바자회에서는 팔지 않는 물건이 무엇인지도 모를 정도다. 그만큼 다양한 물건들이 진열돼있었다. 넥타이, 양말, 속옷, 벨트, 화장품, 운동화, 등산복, 정장, 모피, 금목걸이까지 팔고 있었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모조품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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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들이 많이 몰려 있는 곳이 있어 가보니 화장품 판매 코너였습니다. 분홍색 셔츠를 차려입은 한 중년의 남성이 목소리를 크게 높여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기요! 지금부터 김종문 알로에에서 나온 제품, 만 오천원 짜리 폼 클렌징을 천 원!"
"그리고요, 이건 마리끌레르 제품인데요, 6500원 짜리 지금부터 공짜!"

이런 식으로 유명 브랜드 화장품을 판매(혹은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천 원, 공짜로 제공되는 유명 브랜드 화장품은 먼저 집어가는 사람이 임자입니다. 분홍색 셔츠의 중년 남성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계속해서 위와 같은 방식으로 아주머니들을 끌어모으고, 물건을 효과적으로 팔고 있었습니다.

운동화를 전문적으로 팔고 있는 코너에 들어가봤다. N사, F사 등 유명 브랜드들의 운동화가 진열돼있었다. 모두 모조품이다.
▲ 땡처리 바자회의 운동화 코너 모습 운동화를 전문적으로 팔고 있는 코너에 들어가봤다. N사, F사 등 유명 브랜드들의 운동화가 진열돼있었다. 모두 모조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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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만 원! 전부 국산입니다! 들어와서 신어보세요, 삼촌!"

손에 장갑을 낀 한 아주머니 판매원이 부르기에 운동화 전문 코너로 들어가봤습니다. N사, F사 등 유명 브랜드 운동화 제품들이 쌓여 있었습니다. N사 제품을 손에 들고 있으니 아주머니 판매원이 다가와 귀띔합니다.

"학생이 젊으니까 얘기해주는 건데, 사실 N사 아니야. 짝퉁도 아니고, 그냥 신발이야. 중국산 아니고 모두 국산이니까 착용감은 좋아, 하나 사가지고 가, 응?"

신발 밑을 들춰보니 'made in korea'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습니다. 품질보증서가 달려 있기에 봤더니 부산시 부산진구에 있는 D산업에서 만들었다고 적혀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게 다 국산이에요?"
"사실 이것만 국산이고 나머진 다 중국산이야. 이거 만 원에 팔아도 우린 700원 남아. 그거 갖고 뭐 먹고 살아? 이런 얘긴 잘 안하는데 학생이니까 해주는 거야."
"700원 남겨서 소년소녀가장돕기가 되나요?"
"그거? 몰라. 주최하는 데서 알아서 하는 거지, 우리는 물건만 팔면 되니까."

유명 브랜드 제품도 아니고 그렇다고 짝퉁도 아닌, 그냥 신발이라는 아주머니의 설명이 퍽 우습게 들립니다. 멀찌감치 보면 분명 유명 브랜드 제품입니다. 하지만 가까이 가보면 풀칠이나 재봉질이 서투르고 모양이 조금씩 다르기도 합니다. 아주머니는 어떠실지 모르지만, 일반 사람들은 이런 물건을 보고 '짝퉁'이라고 부릅니다.

3-A관 안에 있는 화장실. 물건이 얼마나 많았으면 놓아둘 데가 없어서 화장품 안에까지 쌓아놓았다.
▲ 화장실에까지 쌓아놓은 짝퉁 상품들 3-A관 안에 있는 화장실. 물건이 얼마나 많았으면 놓아둘 데가 없어서 화장품 안에까지 쌓아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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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처리 바자회 행사장에는 주로 나이 많으신 어르신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나, 대학생들도 한번씩 찾아오긴 했지만 물건을 사는 젊은 사람은 1시간 동안 한번도 보질 못했습니다. 동남아 지역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외국인은 봤습니다. 서투른 한국말로 "2만 5천원, 3만 원"하며 운동화를 사고 있었습니다.

밖으로 나와 땡처리 바자회 행사장을 나오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교복을 입은 남학생 두 명은 "유명 메이커 있다고 해서 보러 왔는데 다 짝퉁"이라며 실망한 모습이었습니다. 티셔츠 하나를 구입해 나오면서도 꼼꼼히 살펴보던 한 할아버지는 "이게 짝퉁이라고? 허허 참..."이라며 역시 실망한 표정이었습니다. 흰색 비닐봉투에 물건을 담아 나오시는 한 할아버지는 "짝퉁인 거 다 알고 사는 거지 뭐. 싸잖아"라며 유유히 걸어가십니다.

벡스코의 규정 상 임대 허가를 한 번 내주면 다시 취소할 수가 없다는 벡스코 관계자의 설명을 뉴스를 통해 전해들었습니다. 대신에 바로고침 현수막을 달았다고는 하지만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이해 당사자들은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며 주말을 넘기고 있는 동안, 많은 부산 시민들은 지금도 벡스코에 들려 짝퉁 물건을 헐값에 사가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회의장소이자 전시장소인 벡스코에서 정말 말도 안 되는 땡처리 바자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형편없는 후진국 수준'의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태그:#땡처리, #벡스코, #컨벤션센터, #부산, #후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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