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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성희롱 국회의원 퇴출·강용석 의원 제명 촉구 기자회견'
 5월 30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성희롱 국회의원 퇴출·강용석 의원 제명 촉구 기자회견'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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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심사위원들은 (토론) 내용을 안 듣는다. 참가자들의 얼굴을 본다", "토론할 때 패널을 구성하는 방법을 조언해 주겠다", "못생긴 애 둘, 예쁜 애 하나로 이뤄진 구성이 최고다. 그래야 시선이 집중된다",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 "○○여대 이상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못하더라", "그때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 남자는 다 똑같다. 예쁜 여자만 좋아한다. 옆에 사모님(김윤옥 여사)만 없었으면 네 (휴대전화) 번호도 따갔을 것." - 2010. 7. 20. <중앙일보>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래?" 기사 중에서

벌써 1년이 넘었다. 한나라당이 왜 '성나라당'으로 불리는지, 그 진수를 보여준 강용석 의원(당시 한나라당)이 한 말이다. 발언이 보도되자 한나라당이 발걸음을 굉장히 빨리했다. 보도가 나온 한 그날인 7월 20일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윤리위원회가 즉각 회의를 소집하고 보도된 내용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서 보도 내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에는 출당을 포함해서 단호하고 엄중한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했다.

그뿐 아니다. 한나라당 윤리위원회는 반나절 만에 강용석 의원을 제명조치했다. 주성영 한나라당 윤리위원회 부위원장은 "강 의원은 '성희롱 발언' 보도와 관련, 중앙윤리위원회 규정상 당원으로서 당의 위신을 훼손했을 때에 해당해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징계의 종류로 제명을 선택, 강 의원을 제명처분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이런 분위기는 강 의원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까지 끌어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 분위기면 의원직 제명이 당연하다. 하지만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8월 3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강용석 의원 제명안에 대한 표결 결과는 찬성 111명, 반대 134명, 기권 6, 무효 8명이었다. 의원 제명안 가결 요건인 재적의원의 3분의 2(198명) 찬성에는 한참을 못미쳤다. 대단한 한나라당 의원님들에게 박수를 보내드릴 수밖에 없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죄 없는 자가 돌을 던지라"고?

그런데 전 국회의장인 김형오 한나라당 의원은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라고 했다. 김 전 의장이 인용한 성경 구절은 요한복음 8장에 나온다.

"저희가 묻기를 마지 아니하는지라 이에 일어나 가라사대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하시고." 

이 말씀이 나온 배경은 예수님이 죄인들(세리, 창녀)과 함께 밥 먹고 그들을 사랑하셨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은 이런 예수님을 고소하기 위해 간음한 여인은 돌로 쳐 죽이라는 구약 율법을 들먹였다. 이런 마음을 아신 예수님이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리고 하셨다.

쉽게 말하면, 간음한 여인을 "네 죄를 네가 알렸다"로 비판할 자격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 의원은, <중앙일보> 보도에 근거해 보면 이 땅의 대부분 여성들에게 성희롱을 한 것이다. 이 성경 구절은 제명 표결을 앞두고 강 의원을 변호하기 위해 적용할 것이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김형오 의원이 바로 예수님을 고소하는 유대인들이니,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오늘 김형오 의원이 내년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했다는 보도를 봤는데 왜 불출마를 선언했는지 이유를 알겠다. 불출마해도 손해 볼 것 없는 김 의원으로서 욕 먹더라도 화끈하게 강 의원을 밀어준 것이다. 갑자기 김형오 의원이 국회의장일 때 '직권상정'의 '대부' 모습을 보여준 것이 생각난다.

2008년 12월 예산부수법안 직권상정, 2009년 4월 한국토지주택공사법, 소득세법, 법인세법등 3개 법안 직권상정, 2009년 12월 31일과 2010년 1월 1일 새해 예산안 부수법안과 노동관계법 직권상정, 2009년 7월 22일 미디어법은 이윤성 국회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기는 방법으로 강행 처리.

이렇게 해놓고 떠나면서 지난 지난해 5월 29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국민을 짜증나게 하는 국회의 모습이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3류 국회법을 하루속히 개정해야 한다"(2010. 5. 29. <한국경제> "삼류적 직권상정 과감히 없애야")고 했지만, 직권상정으로 의회민주주의를 파괴시킨 주역으로서 자기 반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4번의 직권상정으로 역대 의장 중 가장 많은 직권상정한 불명예는 대한민국 국회 역사에 오롯이 기록될 것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김형오 전 국회의장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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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한나라당이 국민 전체에 가한 성폭행"

강 의원 제명 부결 소식을 들은 누리꾼은 "이러니 성희롱당이라고 희롱당하지", "이런 국회가 교육선거 비판할 위치인가? 더러운 정치인", "대단한 한나라당 나셨네요. 뭐 판들이 점점 커지니. 성희롱 강용석의원. 그냥 부활시켜도 뭐. 아무 상관 없나 보지요? 홍 대표님 이것이 당신들입니다"고 강 의원을 비호한 한나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리고 "공정사회네"라고 말한 누리꾼,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조금 생각하니 알 수 있었다. 한나라당이 괜히 성희롱당인가. 다 '그놈이 그놈'인데 누가 돌을 던지겠는가. 강 의원은 제명시키고, 다른 성희롱 의원들은 제명시키지 않으면 이명박 대통령이 주장하는 '공정사회'가 아닌 것이다. 아래는 누리꾼들이 모은 2003년 이후 한나라당 성희롱, 성추행 관련 발언 모음이다.

2003년 이후 한나라당 성희롱 발언들
● 2003년
- 10월 말 정두언 의원 : 서울시 부시장 시절 종합 일간지 여기자 성추행
- 12월 말 이경재 의원 : 동료 국회의원을 향해 "자기 좀 주물러 달라는 것이지" 발언

● 2004년
- 16대 총선 직전 정인봉 한나라당 인권위원장 : 수백만원대 성접대 사건

● 2005년
- 2월 중순 정형근 의원 : 호텔에서 40대 여성과 있었던 묵주 사건
- 9월 말 주성영 의원 : 술집 여주인에 대한 성적 비하 발언
- 12월 19일 임인배 의원 : 국회의장실 여성 비서들에게 폭언 "뭐하는 년들이야. 싸가지 없는 년들" 발언

● 2006년
- 1월 4일 황우여 사무총장 : 노골적인 성표현으로 문제된 일간지 소설을 보호했다며 문란한 성문화를 부추긴 사건 "지난해 제가 강안남자를 위해 많이 싸웠습니다."
- 1월 4일 강재섭 대표 : "조철봉이 왜 섹스를 안해", "하루에 세 번 하더니 한 번은 해줘야지", "한 번은 해줘야지 너무 안 하면 철봉이 아니라 낙지야 낙지"
- 1월 20~21일 충북도당 : 여성 옷벗기기 강요 사건
- 2월 27일 최연희 사무총장 : 모 일간지 여기자 성추행 사건 "식당 아주머니인줄 알았다"
- 3월 박계동 의원 : 술집 종업원 성추행 사건
- 5월 안상수 인천시장 : 최연희 의원 성추행 사건에 대해 "친해지려 그랬을 것" 발언
- 7월 이효선 광명시장 : 여성 통장들 모아놓고 "활발한 성생활을 위하여"
- 8월 정진섭 의원 : 낮술 먹으면서 여성 성희롱 의혹 사건
- 9월말 한나라당 경기도의원 : 필리핀 외유와 룸살롱 성 매수 의혹
- 11월 17일 한나라당 서울시의원 : "양성평등사업은 남성에 대한 도전"
- 12월 1일 이재웅 의원 : 여성재소자 비하발언, 안마시술소, 노래방 도우미 발언 "여성 재소자들이 (가슴을 내밀고) 한번 줄까 한번 줄까"하더라
- 12월 2일 김충환 의원 : "불법 마사지등은 성행위가 아닌 짙은 안마"
- 12월 초 김용성 수원시장 : 카타르 도하에서 성추문
- 12월 15일 정석래 당원협의회장 : 대학교 제자 강간 미수사건

● 2007년
- 8월 3일 정우택 충북지사 : "예전 관찰사였다면 관기라도 하나 넣어드렸을 텐데"하자 이명박 후보 왈 "어제 온 게 정 지사가 보낸 거 아니었냐?"
- 8월 28일 이명박 후보 : "마사지걸들이 있는 곳을 갈 경우 얼굴이 덜 예쁜 여자를 고른다더라. … 얼굴이 예쁜 여자는 이미 많은 남자들이 … 얼굴이 덜 예쁜 여자들은 서비스도 좋고…"

● 2008년
- 4월 2일 동작갑 정몽준 총선 후보 : 모 방송국 기자를 성추행한 의혹
- 4월 한나라당 중앙여성의원회워크숍 강사 : '심형래 성희롱 발언'에 여성의원 모두 박장대소      
                                                                                                                  
● 2011년
- 5월 김여진씨가 전두환을 '확살자'에 비유하자 대구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자문위원 겸 민주평화통일정책회의 자문위원이었던 박용모는 김여진씨를 '미친*'으로 표현

그러니 강 의원 제명하면 자기 얼굴에 침뱉는 일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성나라당'이라는 조롱에서 벗어날 기회를 놓쳐버렸다. 이게 한나라당 한계이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31일 자신의 트위터에 "성나라당과 기독빤쓰당. 한국 보수를 받치는 두 기둥"이라고 한나라당과 한국교회 보수세력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리고 "강용석 제명안 부결. 이건 한나라당이 국민 전체에게 가하는 성폭행"이라며 "한마디로 전 국민이 한나라당에게 성추행당한 셈이죠. 이거,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형오 의원이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고 한 말을 예로 들면서 "여기서 한나라당 의원 중에 강용석과 동종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모두 134명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며 "이건 논리적 결론"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한나라당은 다시 한번 자신들이 '성나라당'임을 증명했다. 이런 정당에게 다음 정권까지 맞긴다는 것은 대한민국 비극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강용석, #성희롱, #제명부결, #한나라당, #성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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