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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7일 전쟁>
▲ 책겉그림 <우리들의 7일 전쟁>
ⓒ 양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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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교육, 제도교육, 통제교육, 사육교육. 모두 청소년들에게 어울리는 이야기다. 기성세대가 자라나는 아이들을 옥죄는 식으로 교육하는 풍토 말이다. 세상은 그런 과정을 거쳐 현재까지 흘러왔고, 미래도 그런 흐름 속에서 맞이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다. 이 세상 모든 인사이더들이 실은 그런 체제를 통해 배출된 아이들이라고 떠들어 댄다.

그래서 그랬을까? 내가 학창시절에 꽤나 모범생으로 살았던 게 말이다. 학교 선생님들과 어머니가 하라는 대로 늘 책을 끼고 살았었다. 내심 그래서 그런 아이들을 부러워했는지도 모른다. 학교 공부와 담을 싼 채 선생님들에게 종종 반항하고, 학교를 뛰쳐나갔던 아이들 말이다.

그때마다 담임선생님이 내 뱉던 말이 있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날뛴다고. 벌써부터 가출이나 하고 다니는데 훗날 뭐가 되려고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지들이 나가봐야 껌이나 팔던지 구두닦이 밖에 더 하겠냐고. 학교를 박차고 나간 아이들에게 대 놓고 하던 욕이 그랬다. 

<우리들의 7일 전쟁>(양철북)은 그런 중고등학교 시절의 반항기 어린 모습들을 떠올리게 한다. 중학교 1학년 남학생들이 만든 '해방구'에 관한 이야기가 이 책이다. 지금껏 선생님과 학부모로부터 억눌려왔던 불만들을 그곳에서 거침없이 쏟아낸다. 누구하나 억압하거나 강제하는 이 없이 민주적인 방식으로 모든 일을 처리해 나간다. 여러 제도권이 쥐고 있는 편견으로부터 참으로 해방된 아늑한 공간이다.

"만일을 위해서 말해두겠는데, 우리는 무기하고 폭탄도 가지고 있어요. 무리하게 해방구에 쳐들어온다면 해방구를 통째로 날려버릴 수도 있다고요. 이건 협박이 아닙니다. 임시 뉴스는 이것으로 끝. 다음 방송은 오늘 밤 8시. 완전 재미있는 걸 들려줄 테니 기대하시라. 그럼, 안녕." (77쪽)

아이들이 만든 '해방구'란 실은 1960년대 말 일본의 학생운동을 이끌었던 전공투 세대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권력에 맞서 싸운 공간을 일컫는다. 1969년, 일본의 학생운동조직인 전공투의 도쿄대 야스다 강당 점거투쟁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을 쓴 소다 오사무도 바로 거기에서 이 책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사실 '해방구'를 또래 아이들에게 처음 제안한 학생도 전공투와 연관이 있는 부모 밑에서 자란 '도루'라는 아이다. 녀석은 여름방학에 맞춰 같은 반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인근의 빈 공장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학교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에게 맞서 대항하고, 세상 부조리도 통렬하게 고발한다. 여학생들은 그곳에 들이지 않지만 세상 돌아가는 정보쯤은 얻어낸다. 더욱이 경찰도 구해내지 못한 유괴당한 학생까지도 녀석들이 건져낸다.

"그건 자업자득이 아닌가요? 요즘 매스컴에서는 아이들이 나쁘다 나쁘다 떠들어대지만 비행 청소년은 전체의 10퍼센트도 안 돼요. 그에 비해 스님들은 어떤가요. 90퍼센트가 탈세한다잖아요. 10퍼센트 대 90퍼센트예요. 그런데 어린애들을 비난하기 전에 왜 스님들은 비난하지 않는 거죠?" (317쪽)

일본에서는 이미 1985년도에 출판된 책인데, 지금껏 100만 부를 뛰어넘는 밀리언셀러에 올라 있다고 한다. 무엇이 이 책에 빠져들게 하는 걸까? 청소년기에 겪었던 반항기가 여과 없이 드러나 있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고, 좌충우돌하듯이 엮어나가는 스토리텔링이 명랑만화처럼 흥미진진하게 끌어당긴다. 더욱이 장난기 섞인 상상력과 쭉쭉 뻗어나가는 속도감은 가히 일품이다.

중·고등학교 때로부터 지금껏 20년 넘게 세월이 지났다. 그 시절 톡톡 튀거나 선생님들에게 반항하던 아이들이 지금 아웃사이더들이 된 건 아니다. 그렇다고 모두 인사이더들이 된 것도 아니다. 다만 각자 맡은 자리에서 우리 사회에 아름다운 기여를 하고 있다. 행복은 정말로 성적순이 아니다. 모범생만이 결코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수놓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삐딱하게 생각하던 중딩들이, 기성 세대에 반항하던 고딩들이 오히려 사회를 더 건전하게 엮어나간다는 걸 잊지 말자.


우리들의 7일 전쟁

소다 오사무 지음, 고향옥 옮김, 양철북(2011)


태그:#우리들의 7일 전쟁, #해방구, #일본의 전공투,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 #학교를 뛰쳐 나가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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