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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석에 간주석을 올리고 비를 피할 수 있게 투구와 같은 것으로 덮었다. 그 안에 든 등잔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 자연스런 석등 자연석에 간주석을 올리고 비를 피할 수 있게 투구와 같은 것으로 덮었다. 그 안에 든 등잔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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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답사를 다니다가 보면, 정말로 구석구석을 누비게 된다. 그러다가 가끔은 수지를 맞기도 한다. 수지를 맞았다니까, 무슨 재물을 얻은 것으로 아는 분도 있겠지만 그건 아니다. 사람 사는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즈음이야 세상 사람들 생각에 아름답게 사는 모습이라고 하면, 멋진 집에 좋은 환경. 그리고 멋진 차에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아가는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상하겠지만, 내가 사는 아름답게 사는 사람이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말한다. 한마디로 지난 세월을 연상케 하는 그런 광경말이다.

산청 지리산 대원사 경내에 있는 등잔
▲ 석등 산청 지리산 대원사 경내에 있는 등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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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움은 어디에나 있다

'자연스럽다' 과연 이 말은 얼마나 자연스러운 것인가? 이 말을 다음 국어사전에서 찾아보았다.

형용사 : 자연(自然)스럽다.
1. 억지로 꾸미지 아니하여 어색함이 없다.
2. 무리가 없고 당연하다.
3. 힘들이거나 애쓰지 아니하고 저절로 되다.

이런 정도의 설명이다. 우리말이 상당히 표현력이 좋은 것에 비해서, 설명은 참 간단하게 표현을 하고 있다. 하기에 자연스러운 것을 복잡하게 설명한다는 것 자체가 자연스럽지 못할 수도 있다.

너무도 많이 변해버린 세상. 물론 많은 것이 좋아졌다고들 한다. 그러나 그 좋아진 것이 살기에 편해진 것이지 정말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사는 건 아닐 수도 있다. 8월 13일 촬영을 위한 답사를 하면서, 산청에서 만난 그리운 모습. 그것이야말로 정말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가 있는 그런 풍경이었다.

개울가에서 빨래를 하는 모습. 시골에서는 언제라도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점점 우리의 삶에서는 사라지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 빨래 개울가에서 빨래를 하는 모습. 시골에서는 언제라도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점점 우리의 삶에서는 사라지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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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잊혀가는 그리운 정경

사람들은 옛 기억을 가끔 해내고는 한다. 그것이 지금에 와서 별 의미가 없겠지만, 그래도 그런 지난 세월을 그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우연히 만난 개울가에서 빨래를 하는 여인. 어릴 적 참 많이도 보았던 모습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어릴 적에 동내 앞으로 큰 개울이 흘렀다. 당시는 물이 맑아 개울에서 피라미도 잡고, 물장구도 치고 놀았다. 그런 물이었으니 어머니들이 나와 빨래를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답사를 하다가 문화재를 찾아 들어간 마을. 그곳 개울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광경이 보인다. 참으로 아련한 추억이다. 물론 시골에 사는 분들이야 지금도 늘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도심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아련한 기억 속에 남은 정경일 수밖에 없다.

집 앞에서 할머니 한 분이 콩대를 정리하고 계시다. 늘 하는 일이신 듯.
▲ 콩대정리 집 앞에서 할머니 한 분이 콩대를 정리하고 계시다. 늘 하는 일이신 듯.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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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다

그 풍경이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 그것이 바로 자연이었다. 조금 마을 안으로 들어가니, 할머니 한 분이 집 앞에서 콩을 뽑아 정리를 하고 계신다. 누가 보거나 말거나, 그저 열심히 콩대를 가지런히 추스르고 계시다. 그 모습 또한 자연이다. 살아가는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 아주 오랫동안 우리가 해 온 행위인데도 잊혀 가고 있는 정경들. 그것이 바로 자연이었다.
     
또 한 마을을 들어가니 바위 위에 정자를 얹고, 그 정자에 앉아 붉은 고추를 자르고 있는 어머니도 보인다. 아주 까마득히 오래 지난 시간, 어머니의 모습이 거기 있었다. 가던 길을 멈추고 카메라를 꺼내든다. 그 모습을 놓치기 싫어서다. 그 안에 어머니가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자연과 하나가 되어 있었다.

정자 위에서 붉은 고추를 자르고 있는 모습. 어머니의 모습이 거기 있었다
▲ 고추 자르가 정자 위에서 붉은 고추를 자르고 있는 모습. 어머니의 모습이 거기 있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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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지난 시간만이 자연스러움은 아니다. 그러나 자연스러움은 편해야 한다. 오랜 시간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감이 가야 한다. 그런 광경을 만날 수 있는 답사. 그것이 바로 길을 나서게 하는 것이다. 그 길에서 나도 자연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티스토리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자연, #삶, #아름답다, #빨래, #고추자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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