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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여행 에세이를 읽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다음 달이라도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라면 그런 책을 볼 필요가 없다. 실용적인 여행서가 필요하다. 기차표 가격, 숙소 위치 따위의 정보가 그들에게 필요하다. 여행 에세이를 읽는 사람들은 반대의 경우다. 버스 예약하는 것을 상상하고, 숙소에 들어가는 것을 상상하며 혼자 낄낄거리는 사람들이 그런 책을 읽는다. 언젠가 한번 떠나야겠다, 는 마음으로, 로망을 갖고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인 게다.

지금, 한 여자가 여행에 관한 사람들의 로망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전지영. <별을 세는 가장 멋진 방법>이라는 책 제목과 '여자 혼자 떠나는 뉴질랜드 아웃도어 여행'이라는 부제로 사람들을 상상하게 만든다. 뉴질랜드를 혼자 여행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여행 작가 김남희의 도움으로 산티아고 가는 길이나 아시아의 여러 길들을 혼자 걷는다는 건, 조금은 생생하게 상상해볼 수 있게 됐다. 반면에 뉴질랜드는 낯설다. 그래서 더 두근거리는걸까.

<별을 세는 가장 멋진 방법> 표지
 <별을 세는 가장 멋진 방법> 표지
ⓒ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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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여행을 떠난 건, 조금은 충동적인 행동으로 보인다. 그녀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것에 지쳤다. 결혼 대신 9센티미터 하이힐을 선택했던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그녀의 고백처럼 '대자연 한가운데를 두 발로 걸어간다'는 것이었다.

프리랜서를 선언하면서 불안정한 직업군에 스스로 걸어 들어간 서른셋 처녀를 향한 잔소리가 쏟아질수록 그 정도는 심했다. 막연한 것이었지만, 어쩌면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녀는 계속 대자연에 대한 것을 생각한다. 그러다가, 떠났다. 상상하는 이미지에 꼭 맞는 뉴질랜드를 향해서.

뉴질랜드 여행, 이라는 단어는 리듬감이 있다. 양털처럼 부드럽고 광활한 평원처럼 아름답다. 그녀도 그것을 알고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여행일수록 고생길이다. 그녀의 여행도 그랬다. 그녀의 여행은 걷기 여행이다. 숙소는 백패커스. 배낭여행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낯설게 여겨질 단어인데, 이는 "배낭여행자나 워킹홀리데이비자로 세계를 떠도는 젊은이를 위한 저렴한 숙박시설"이다.

여자 혼자 그런 곳을 떠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누군가는 엄청 더러울 것이라며 각오하라고 했는데, 사실이었다. 개인을 위한 화장실이나 샤워실도 없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처음 본 사람들과 함께 방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낭여행을 다녀본 사람들이라면 이것이 무슨 큰일인가 싶겠지만, 그녀처럼 도시에서 직장생활에 익숙했던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자 혼자서, 그들 사이에서 잠을 청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이 그녀를 난감하게 했다. 마치, 꿈 깨고 도시로 돌아가라고 말하는 듯이 말이다.

그녀의 글이 진솔하다. 그런 경험들 하나하나를 고백하는 모습들 하나하나가 솔직하며 꾸밈이 없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글에 '유난히' 공감하며 읽는다. 같은 방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피해 구석에 웅크리고 있을 그녀의 모습들이 손에 잡힐듯 상상되는데 그것은 오롯이 공감으로 이어진다. 전문적인 여행 작가들의 글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내가 아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여행 다녀온 것을 듣는 기분이다. 유려한 글과 박식한 정보가 있는 것은 아닐지라도, 더 사랑하게 되는 어떤 매력이 있다. 평범함의 힘이고 진솔함의 매력일 게다.

미로 같은 도시에서 자주 길을 잃었다는, 지구 반대편에서 '자유'를 찾고 싶었다는 그녀였다. 마음만 컸지 무엇하나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서 길에서 헤매고 낯선 환경에 어쩔 줄 몰라하고 도시가 그리워 초조해하기도 한다. 그랬던 그녀가 구름 없는 맑은 밤, 바다 위에 떠 있는 수많은 별들을 보면서 그것들을 향해 손을 올린다.

행여 그것들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 순간 그녀는 무엇을 했을까. 그녀의 그 행동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 하나의 열병 같은, 로망이 아닐까. 그녀처럼, 그곳에 가고 싶다는 그런 마음, 그것이 뭉클하게 가슴을 적시는 건 아닐까.

책 제목처럼 '별을 세는 가장 멋진 방법'을 상상해본다. 그 상상에 오늘도 일상을 지키면서 언젠가 한번 떠나야겠다, 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조금 더 즐거워질지 모르겠다. 그것이 하나의 로망일지라도, 좋지 않을까? 그것이라도 있다면 말이다. 전지영의 <별을 세는 가장 멋진 방법>, 그 즐거움의 무게를 조금 더 키워주는 책이다. 여행법은 없을지라도 로망은 충분하니까.


별을 세는 가장 멋진 방법 - 여자 혼자 떠나는 뉴질랜드 아웃도어 여행

전지영 글 그림 사진, 웅진지식하우스(2011)


태그:#뉴질랜드, #트램핑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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