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4년째다. 강용구 인천공항공사 노조위원장은 이명박 정부가 지난 2008년 8월 공기업 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인천공항 민영화를 발표한 이후부터 줄곧 반대투쟁을 해왔다. 그런 투쟁 덕분에 광범위한 반대여론이 형성됐고, 정부의 인천공항 민영화 추진 속도도 느려지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데 최근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국민주 공모를 통한 지분매각'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민영화 방안을 내놓아 야당과 시민단체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국가가 공기업을 단편적 시각에서 운영하고 있어"

 

강용구 위원장은 9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만약 (국민주 공모 방식으로) 민영화 한다면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중기적으로 보면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일갈했다.

 

강 위원장은 "만약 삼성그룹에서 흑자나는 계열사를 경쟁사에 다 팔아버리고 적자계열사만 남겨둔다면 어떻게 될 것 같는가?"라고 물은 뒤 "3년 안에 망할 것"이라며 "지금 인천공항이 흑자가 난다고 많이 보도되지만 앞서 얘기한 가정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강 위원장은 "이번 국민주 매각은 공정성에 명백하게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천공항을 짓는 데 온 국민이 골고루 부담을 졌다"며 "그런데 국민주 공모를 하면 공모에 참여한 일부 계층들만 수혜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특히 미국의 신용등급조차 절하돼 주식시장이 폭락을 거듭하고 있는 시점에서 국민주 공모를 얘기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인천공항 민영화를) 불도저처럼 계속 밀고 나간다"고 비판했다.

 

강 위원장은 한국전력, 포스코, KT 등의 주식지분 중 49~51%가 외국계 자본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대한민국처럼 금융시장이 크게 개방된 환경에서 '국민주 공모' 방식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가가 공기업을 단편적 시각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강 위원장은 "2008년 8월 인천공항 민영화와 관련해 정부에서 공시한 계획을 보면 '지분 15% 정도는 외국선진공항에 넘기고'라는 내용이 있다"며 "그러나 당시 국민들이 반대하니까 잠시 보류해두었다가 이번에 국민주 이름으로 다시 들고 나왔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여기서 변하지 않는 사실은 인천공항을 반드시 민영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라며 "야금야금 매각해서 결국 다 팔 것"이라고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정부는 민영화가 아니라 지분매각이라고 하지만 (국민주 방식을 통한 지분매각은) 완전민영화를 위한 첫단추"라고 주장했다.

 

강 위원장은 "인천공항은 현재 순이익만 연간 18%씩 성장하고 있고, 2030년까지 약 37조 원의 이익을 정부에 가져다 준다"며 "(그런 점을 헤아리면) 현 시점에서 인천공항 지분 49%를 넘기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결코 안된다"고 강조했다.

 

"국회 통해 인천공항 민영화 저지하겠다"

 

또한 강 위원장은 "인천공항은 국민들이 직접 투자해서 만든 기업이고, 국가는 단지 주주권을 위임받아 대리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정부는 국민들의 정서를 읽어가며 운영을 해야지 주주권을 위임받았다고 해서 실질적 반대를 무릅쓰고 민영화를 강행하는 것은 옳지않다"고 주장했다.

 

강 위원장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만든 공기업 중에 가장 성공한 모델인 인천공항을 막대한 흑자경영의 시점에서 민간자본에 지분을 넘기는 것은 국민의 이익에 반한다"며 "현재 인천공항의 막대한 수입으로 국가운영 적자를 메우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서민들의 세수부담을 가중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인천공항 민영화 문제는 보수 진보의 프레임과는 별개로 무엇이 옳고 그르냐의 문제"라며 "자꾸 정치공방이나 색깔론, '노조가 반대하니까'식의 이념 쟁점으로 몰고 가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또한 강 위원장은 "정부에서 인천공항 민영화를 공시한 이후 사측은 이미 조사용역도 다 끝냈고, 매각 주관사(삼성증권 컨소시엄) 선정까지 완료했다"며 "민영화를 위한 준비를 다 끝내놓았다"고 전했다.

 

강 위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사용자와 싸우는 것은 허수아비의 멱살을 잡는 것과 같다"며 " 그들은 현재 국회에 계류된 '공항공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일사천리로 매각을 진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강 위원장은 "그동안 노조가 사내에서 반대운동도 많이 해왔고 앞으로도 노력을 많이 할 것"이라며 "그래도 국민의 대표기구는 국회이기 때문에 국회를 통해서 민영화를 저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애국을 하는 데 어떻게 여야의 구분이 생길 수 있는가"라며 "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많은 의원들에게 인천공항 지분매각이 국익에 얼마나 반하는 행위고, 국가 재정을 악화시키는 행위인지를 적극적으로 알려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강 위원장은 "인천공항 민영화 문제를 여야의 문제, 정치 공방의 프레임으로 봐선 안된다"며 "진정 무엇이 애국인지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손형안 기자는 14기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인천공항 민영화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