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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중부지방은 폭우가 쏟아지고 있지만 경남 진주는 찌는듯한 더위때문에 몸은 끈적끈적, 마음은 짜증으로 가득합니다. 동생네 아이들이 지난 화요일부터 집에 와 있는데 워낙 더운 집이라 바깥 나들이를 가자며 조르고 조릅니다. 어른도 견디기 힘든데 아이들은 더 견딜 수 없겠지요.

진주는 30만명이 조금 넘는 작은 도시이지만 갈곳이 참 많습니다. 진주성과 성 안에 있는 촉석루는 김시민 장군과 진주대첩, 논개 얼이 스린 곳입니다. 특히 촉석루에 올라 유유히 흐르는 남강물과 강바람은 더위가 제풀에 겪여 저절로 물러갑니다. 진양호도 빼놓을 수가 없지요.

오래 전 우리 조상들이 사용했다는 말에 아이들은 어떻게 무기와 도구로 썼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오래 전 우리 조상들이 사용했다는 말에 아이들은 어떻게 무기와 도구로 썼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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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양호는 서부경남 사람들 생명줄이지만 진양호 때문에 많은 지역이 수몰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대평면 지역 청동기 유적이 수몰되었습니다. 경남 진주시 대평면은 우리나라 최대 청동기시대 유적지가 발견된 곳입니다. 청동기 시대 400채가 넘는 집터와 6곳의 환호(還戶-환곡을 타 먹던 집),  4천제곱미터가 넘는 밭이 발굴되었습니다. 청동기 유적이 수몰되자 진주시는 2005년부터 청동기박물관을 짖기 시작하여 지난 6월 11일 개관했습니다. 특히 대평 '옥'은 유명합니다.

아이들과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가 청동기 박물관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촉석루는 시내 안에 있고, 청동기박물관은 차로 40분은 달려야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소비(?)하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아이들 의견을 묻지 않아 작은 독재(?)를 했습니다. 

"어디 갈거예요?"
"응 청동기 박물관."
"어린이집 다닐 때 가봤어요. 벌써 3번째예요."
"3번째라도 볼 것이 많다. 3500년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보면 볼수록 많은 것을 배우게 될거다."

여의주는 대평 옥으로 만들었을까?

청동기 박물관 안에는 석기시대 유물부터 최신 멀티비전으로 보여주는 청동기마을 모형, 그리고 석검과 석관묘 따위를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옥을 만드는 과정을 인형극으로 보여주었고, 대평면 역사를 3D 영화를 아이들은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움집과 석관묘, 솟대 따위를 전시해 아이들이 3500년 전 역사를, 2011년 현재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대평에서 진짜 여의주를 만들었다고? 아무도 모릅니다
 대평에서 진짜 여의주를 만들었다고? 아무도 모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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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으로 유명한 대평 마을, 옥을 만드는 과정을 인형극으로 봤는데 한 여자 아이가  숲을 지나다가 예쁜  구슬을  보게 되었는데 옥으로 만든 구슬인 여의주였습니다. 용은 여의주를 찾기 위해 바람을 일으켰고, 다시 찾게 되자 바람은 잠잠해졌습니다. 여의주가 대평에서 나왔는지 몰라도 아이들 궁금증을 채워주는 데는 제격이었습니다. 인형극을 본 후 아이들은 토기를 블록으로 만든 체험을 하면서 어렵다고 합니다. 흙이 아니라 블록이라 조금 아쉬웠지만 잘 되지 않았습니다.

"야 토기블록이다. 만들어봐야지."
"그런데 생각보다 어려워요. 번호대로 맞추지 않으면 안 돼요."
"아빠 나는 잘 안 돼요."
"막둥이는 머리 쓰는 것은 잘 안 되지. 그래도 한번 해 봐야지."

"큰 아빠 이제 알았어요. 번호가 적혀 있어요. 번호대로 하면 되겠네요."
"그래 칸 마다 번호가 붙어 있으니 조금만 생각하면 되겠다. 그런데 아쉽다. 흙이 아니라 블록이라. 토기는 흙으로 만들어야. 제맛인데. 다음에는 흙으로 토기를 만드는 체험장도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는 블록이 아니라 흙으로 토기를 만들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는 블록이 아니라 흙으로 토기를 만들면 좋겠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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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평옥과 마을을 지킨 대평이와 진주

토기블록을 만든 아이들은 대평마을 역사를 보여주는 '청동기 시대 대평이의 꿈 남강의 힘' 영상을 봤습니다 아이들 눈을 즐겁게 했습니다. 대평마을의 농산물과 진귀한옥은 먼 이웃마을까지 소문이나서 멀리 떨어진 마을사람들도 옥을 가지고자 여러가지 물건을 가지고 이곳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이금마을 촌장은 대평마을 옥을 훔쳐 가버립니다. 이를 대평이와 진주가 다시 찾고 대평마을을 더 좋은 마을로 만는다는 줄거리입니다.

"이금마을 촌장은 나빠요. 옥을 훔치고, 대평이와 진주를 잡았잖아요."
"그래 그 때 지금이나 돈을 좋아하는 사람은 나쁜 짓을 한단다. 사람들은 자기 것기 귀하면 다른 사람 것도 귀한 줄을 알아야지. 특히 자기 배를 채우기 위해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은 절대 안 된다."
"맞아야. 남의 것을 빼앗으면 안 돼요. 함께 살아가야 해요."
"그렇지. 나쁜 마음과 일을 하면 반드시 벌을 받게 되어 있다."

대평와 진주는 대평마을을 사람답게 사는 동네로 만들었습니다.
 대평와 진주는 대평마을을 사람답게 사는 동네로 만들었습니다.
ⓒ 진주청동기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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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집이 우리집보다 좋네"

영화를 다 보고 움집에 들렀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참 궁금합니다. 그런데 움집이 정말 좋습니다. 우리 집보다 더 운치가 있고, 정겹습니다. 이런 집에 전기가 들어오고 물만 잘 나오면 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빠 옛날 사람들은 이렇게 살았어요. 밥그릇도 다 흙으로 만들었어요. 볏집 위에서 잠을 잤어요."
"우리 여기 와서 살까"
"어떻게 여기서 살아요! 물도 나오지 않고, 전기불도 없는데."
"아빠는 여기가 더 우리 집보다 더 좋은 것 같은데. 우리집은 여름에 엄청 덥잖아. 그런데 여기는 엄청 시원한다. 물은 열 걸음만 걸어가면 진양호라 물은 하늘만큼 땅만큼이다."

움집이 우리집보다 더 좋다가 하니 아이들은 이런 집에는 살 수 없다고 했습니다.
 움집이 우리집보다 더 좋다가 하니 아이들은 이런 집에는 살 수 없다고 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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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집을 지나자 이번에는 무덤이 나옵니다. 무덤들은 대평에서 발굴되지 않고 경남 진주 초전동에서 발굴되었는데 이곳에 옮겼습니다. 항상 죽음 앞에서는 마음을 다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그 때 그들이 내가 밟고 있는 이 자리에서 흙으로 돌아갔는지 모릅니다. 그 흙 위에 내가 서 있는지 모릅니다.

"아빠 이게 뭐예요."
"응 무덤."
"사람이 죽으면 이곳에 묻히는 거예요."
"그렇지 아빠도 막둥이도. 다 흙으로 돌아가는거다."
"…아빠 여기도 무덤이 있어요."

저 돌무덤에는 누가 잠들었을까요.
 저 돌무덤에는 누가 잠들었을까요.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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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니 수십기가 되는 무덤이 있습니다. 죽음에 대해 잘 모르는 아이들이지만 자기 나름대로 죽음을 생각했을 것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대평와 진주를 만났습니다. 실내전시장에는 돌화살, 돌창,돌칼 따위가 있습니다. 3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이처럼 무기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먹을거리를 위한 것들이지만 점점 이것들은 무기가 되었습니다.

전시된 유물이 3500년전 조상들이 사용했던 것들은 아닙니다. 하지만 청동기박물관이라는 타임머신은 350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를 하나로 묶었습니다. 3500년 후 우리 후손들은 과연 우리들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지 궁금합니다.


태그:#진주, #청동기, #옥, #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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