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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재개발 3구역 세입자 농성장인 '카페 마리'에 시행사측 용역업체가 물리력을 행사해 논란이다. 4일 오전 4시경 용역 100여 명이 이곳에 밀고 들어오는 과정에서 시민과 세입자 등 2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4일 낮 12시 명동재개발 3구역 상가대책위원회와 연대단체 '명동해방전선'은 부상자 증언대회를 열어 용역 폭력을 규탄했다.

머리에 부상을 입은 배재훈 위원장
 머리에 부상을 입은 배재훈 위원장
ⓒ 노동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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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훈 명동 3구역 비대위원장은 병원에서 머리를 꿰멘 후 농성장에 돌아왔다. 그가 용역에게 맞는 광경을 목격했다는 전아무개씨는 "배 위원장이 용역에게 주먹으로 얼굴을 여러 차례 맞고, 각목으로 머리를 맞았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찾아와 카페 마리를 지키고 있었던 '매미'(가명)씨는 환자복을 입은 채 나왔다. 그는 응급실에 실려가 왼쪽 팔 인대가 늘어났다는 진단을 받았다. "밤에 용역 두 명이 나를 붙잡고 마스크 벗기고는 '너 얼굴 기억해 뒀다. 밤길 조심해라'면서 협박을 했다. 새벽에 소화기 뿌리면서 용역들이 들어왔는데, 그중 한두 명이 각목과 벽돌 같은 걸 들고 다가왔다. 나를 발로 찬 다음에 머리와 팔을 수없이 때렸다. 최대한 기어서 도망가려고 했는데 (용역들이)계속 발길질을 하는 바람에 여의치 않았고 겨우 다른 분들의 도움을 받아 빠져나왔지만 솔직히 지금도 정신이 없다"고 했다.

최아무개씨도 어깨 근손실과 인대파열 진단을 받았다.

"소화기에 파스를 섞어서 얼굴에 바로 뿌렸다. 눈을 뜰 수가 없어 뒤로 도망갔는데 용역이 바로 등 뒤에서 각목으로 어깨를 가격했다. 여기저기서 잡아채서 도망도 못 가게 했다. 같은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한 부상자들.
 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한 부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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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목에 가격당한 상처.
 각목에 가격당한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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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해방전선' 소속인 한 활동가는 "각목을 부러뜨려서 날카로운 부분으로 찌르거나 정강이를 찼다. 나도 머리, 눈, 코, 턱, 목, 어깨, 가슴, 옆구리를 각목으로 맞았다"며 상처 부위를 내보이기도 했다. 그외 여성들에게도 심각한 폭력이 가해졌다고 주장했다.

"용역 한 명이 여자분 머리채 붙들고 땅에 내리꽂았다. 비명 지르는데도 계속 발로 차고…."

피해 여성은 현재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즈'(가명)씨는 "(시행사 측이) 효율적인 방식으로 폭력을 택하고, 그게 실행되고 있다는 게 너무 부조리하다"고 분개했다.

경찰은 양측의 충돌을 막는다며 계속 카페 마리의 출입구를 통제하고 있었다. 안쪽에는 용역들이 있었다.  오후 1시경 세입자들은 "밥만이라도 해먹게 해달라"며 항의했다.

"우리 세 끼를 김밥만 먹었어요. 언제까지 집 앞에서 이러고 있어야 돼요? 라면이라도 끓여먹게 들어가게 해줘요. 어제 남대문서에서 세입자들은 들어가도 된다고 했었잖아요." 

경비대장은 책임이 없다며 남대문서 담당형사를 불렀다. 10여 분간의 실랑이 끝에 세입자들은 겨우 마리 안쪽 부엌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거 쓸 수 있겠어?"  
"못써, 그거. 다 깨부쉈어." 

산산히 부서진 잔해들을 뒤져서 겨우 멀쩡한 김치 한 통과 컵라면 한 박스를 찾아냈다.

"어제 경비과장이 분명히 새벽에 약속했는데, 어디 갔어? 새벽에 (용역들) 뺀다고 분명히 약속했는데."
"지나간 얘길 뭐해. 하여튼 우리 주방에서 건진 건 김치 하나밖에 없어." 

이재성 상가대책위 조직부장은 "철거업체 부장이라는 사람이 우리 쪽에 전화해서 카페 마리 양쪽 공간과 2층을 용역 사무실로 쓰겠다고 했다. 세입자들을 말려죽일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시행사 측이 연대단체가 농성장에서 빠진다는 전제로 협상을 하자고 했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을 우리가 어떻게 막겠냐. 우린 생존권을 보장하는 현실적인 약속이 있을 때까지 함께 카페 마리를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부서진 카페 마리 내부.
 부서진 카페 마리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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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을 마친 매미씨는 유난히 지쳐 보였다.

"몸도 아픈데 쇼크를 심하게 먹었어요."

당시 입구 쪽에 있던 그는 소화기가 뿌려져 아무 것도 안 보이자 '다른 사람들을 구해야 된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났단다. 그래서 안쪽으로 달려갔고, 용역들에게 맞았다. 그럼에도 다시 카페 마리에 달려온 이유는 뭘까.

"솔직히 겁나죠. 그래도 무섭다고 포기하기엔 여기에 너무 많은 게 있어요. 여기서 보낸 시간, 알게 된 사람들… 또 나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힘을 주는 거 같아요."

계속 마리를 지키겠다는 그는 "연대하면 충분히 되는데, 먼저 겁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용역업체 직원들은 '마리' 건물 전체를 점거하고 있는 상태다.


태그:#명동, #재개발, #세입자, #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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