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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노동조합이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노조 출범 1주년 경과보고 및 반사회적 기업 무노조 삼성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삼성노동조합이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노조 출범 1주년 경과보고 및 반사회적 기업 무노조 삼성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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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우 삼성노조 위원장은 “노조설립 이후 삼성이 감시, 미행, 협박, 회유를 일삼아왔다"고 밝혔다.
 박원우 삼성노조 위원장은 “노조설립 이후 삼성이 감시, 미행, 협박, 회유를 일삼아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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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그들은 아침마다 등산을 한다고 했습니다. 체력도 키우고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합숙훈련에 참가한 운동선수들 얘기가 아닙니다. 노조 설립 직후에 만났던 삼성노동조합 박원우, 조장희, 김영태, 백승진씨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이들은 '무노조 경영'을 내세우는 삼성그룹에 노동조합이란 균열을 내기 위해 3년간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해왔는지를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협박이나 미행 등을 당할 때 어떻게 대처할지까지 시뮬레이션해봤다는 얘기에 이르러서는 이들이 좀 '오버'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예전 7, 80년대도 아니고 2000년대에 들어선 지도 11년이나 지났는데 노동조합 한다고 미행하고 협박하는 건 너무 구시대적인 방식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첨단기업 삼성이 아직 7, 80년대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또 있었습니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삼성노동조합 출범 1주년 경과보고 및 반사회적 기업 삼성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기자회견에서 박원우 위원장은 "노조설립 이후 삼성이 감시, 미행, 협박, 회유를 일삼아왔다"고 말했습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다른 삼성 관련 피해자들의 증언도 이어졌습니다. 삼성물산이 진행하고 있는 재개발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과천철거민대책위 방승아 위원장은 "삼성 본관 앞에서 1인시위를 하면서 용역들로부터 수없이 목이 조이고 패대기쳐졌다"면서 "삼성은 사람을 위한 기업이 아니다"라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삼성과 15년 넘게 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역시 "삼성은 1인시위하는 것도 힘든 기업이다. 삼성본사 용역들이 1인시위에 온 백혈병 피해자 부모님들을 폭행하는 걸 보면 사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했던 딸 황유미(당시 23세)씨를 백혈병으로 잃은 황상기씨는 "삼성에 노조가 있었다면 유미와 같은 노동자들이 병에 걸리거나 죽거나 하지 않았을 거다. 공장에서 왜 유해물질을 쓰냐고 항의해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삼성노조 관계자와 몇 마디 나누었습니다. 조합원들이 노조에 가입한 일로 불이익을 받을까봐 조합원 명단을 비공개로 하고, 사측이 조합비 이체기록을 알게 될까봐 아직 조합비도 못 걷고 있다고 했습니다.

따로 만날 때 조합비나 후원금을 주는 직원들도 있지만 그도 쉽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첩보작전을 하듯이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고 합니다. 2012년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1980년대의 대한민국으로 건너간 기분이 들었습니다.

삼성 본관에 취재 갔는데, 경비원이 왜 나한테만...

 삼성물산이 진행하고 있는 재개발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과천철거민대책위 철거민들. 방승아 과천철대위 위원장은 “삼성이 과천 땅에 들어오면서 용역이 뭔지 알았다. 삼성 본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면서 용역들로부터 수없이 목이 조이고 패대기쳐졌다”면서 “삼성은 사람을 위한 기업이 아니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삼성물산이 진행하고 있는 재개발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과천철거민대책위 철거민들. 방승아 과천철대위 위원장은 “삼성이 과천 땅에 들어오면서 용역이 뭔지 알았다. 삼성 본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면서 용역들로부터 수없이 목이 조이고 패대기쳐졌다”면서 “삼성은 사람을 위한 기업이 아니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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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본관 사진을 찍자 경비가 나타나 "사진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삼성 본관 사진을 찍자 경비가 나타나 "사진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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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고 앞을 바라보니 30층이 넘는 삼성전자 본사가 위용을 뽐내고 있더군요. 너무 커서 기자회견 장면에 담지 못했던 본사 건물만 따로 핸드폰 카메라로 찍었습니다. 물론 그 웅장함을 한 화면에 담기는 힘들어 세 장 찍고 포기했습니다.

이제부터 재미있어집니다. 분명 근처에 사람이 없었는데 어디선가 무전기를 든 경비가 나타났습니다. 그러고선 건물 내부는 찍으면 안 된다며 사진을 보여달라고 하더군요. 아니 건물 밖에서 고개 쳐들고 사진을 찍으면 건물 안쪽까지 보여주는 신기한 핸드폰이 있단 말인가. 말싸움하기 귀찮아 사진을 보여주자 경비도 힐끗 보더니 잘 가라고 하더군요.

언짢은 마음을 누그러뜨리면서 강남역으로 가려고 10여 미터를 걸어가 삼성전자 본사 정문을 통과했습니다. 그곳에도 무전기를 든 경비원들이 있었습니다.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갔습니다. 여느 쇼핑몰 못지않게 꾸며놓은 지하매장에는 삼성 직원뿐 아니라 많은 일반인들로 북적였습니다. 떼거리로 몰려 온 중고등학생들은 전자매장을 기웃거리고 있더군요. 전자회사 1위의 삼성에 걸맞다 싶었습니다.

직원식당에선 초복을 맞아 내놓은 황기 삼계탕이 다 팔렸는지 '매진'이라는 푯말을 걸어놓았더군요. 그 옆엔 '빵을 굽는 편의점'이라는 현수막이 인상적인 널따란 편의점이 있었습니다. 들어가 커피 한 잔 살까 하다가 왠지 이방인처럼 느껴져 머뭇거리다 말았습니다.

그렇게 눈쇼핑을 하면서 어슬렁거리다가 지하철역으로 가려는데 출구에 선 무전기를 든 경비가 또 다시 다가왔습니다. 수십 명이 오가는 가운데 콕 저를 찍어서 묻더군요. 어디서 왔냐고. 순간 내가 테러범처럼 보이나 복장을 살폈습니다. 비도 오고 바람도 분다고 해서 챙겨 입었던 스웨터와 청바지는 지극히 평범했습니다.

문득 이들이 건물 밖에서 삼성노조 조합원과 이야기하는 나를 본 후 1층부터 지하 2층까지의 동선을 지켜보고 있었나 의심이 들었습니다. 따져야겠다는 생각보다 무서움이 확 밀려왔습니다.

앞서 기자회견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이 다시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누가 내 전화를 엿듣고있을지 모른다, 누가 나를 미행한다, 용역이 1인시위를 하고 있는 내 피켓을 빼앗고 나를 길바닥에 패대기친다…. 공포감이 몰려왔습니다. 그 공포감을 이겨낼 용기가 내게 있는지 자문하니 고개를 끄덕이기가 쉽지 않더군요. 창피하게도 기자는 삼성의 80년대식 방식에 '쫄'았던 겁니다.

삼성이 언제쯤 노동자와 함께 살지, 지켜보겠습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삼성은 노동자, 농민의 피와 눈물을 먹고 크는 데만 정신이 팔린 눈사람으로 언젠가 벼랑으로 떨어져 한순간에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삼성은 노동자, 농민의 피와 눈물을 먹고 크는 데만 정신이 팔린 눈사람으로 언젠가 벼랑으로 떨어져 한순간에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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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노동조합 1주년 기념 기자회견에 참석한 삼성 관련 피해자들은 앞으로 연대체를 만들어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노동조합 1주년 기념 기자회견에 참석한 삼성 관련 피해자들은 앞으로 연대체를 만들어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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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노조의 4인은 함께 뭉치는 걸로 삼성의 80년대식 방식을 이겨왔다고 합니다. 1년 전 노조 설립신고필증을 받은 날 해고를 당한 조장희 부위원장한테 월급을 모아주고, 남은 3인은 휴무날을 맞춰서 늘 함께 움직여 힘이 났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았다고 합니다. 거대기업 삼성을 상대하려면 각개격파가 아니라 함께 싸워야 한다는 걸. 앞으로 삼성백혈병 피해자들, 태안기름유출피해자 등 삼성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연대체를 꾸려 함께 싸워가겠다는 계획도 설명했습니다. 삼성 측은 그 반대를 원할 거라며 굳은 의지를 밝히더군요.

삼성노조는 얼마 전 비정규직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고 합니다. 다시 삼성에서 일하고 싶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0~80%가 '아니오'라고 답했다는 결과가 나왔답니다. 삼성노조 관계자는 삼성이 노동자를 소모품처럼 쓰는 것 같다고 그 결과의 의미를 해석했습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이건희 일가를 '눈사람'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삼성 이건희와 그 가족은 눈사람이야. 눈사람은 데굴데굴 굴러 자꾸만 커지지만 단 1초라도 서면 바로 녹아버려. 그렇게 구르고 구르다가 벼랑을 만나 한순간에 떨어지는 것이 눈사람의 운명이야. 노동자․농민의 피와 눈물을 먹고 크는 데만 정신 팔린 삼성은 언젠가 스스로 깨져서 사라지는 눈사람이 될 거야. 그러기 전에 같이 살자고 하는 이 노동자들의 말을 들어!"

삼성이 눈사람처럼 사라질지 노동자들과 함께 살지, 쫄았던 기자도 담 키우면서 지켜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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