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독재자'로 생각하지만 대한민국 1등신문인 <조선일보>는 '국부'라며 서울 한복판인 광화문에 이승만 동상을 세우자면서 만약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내 동상을 세우면 '최고 업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 한복판 광화문에서 건국대통령의 동상을 볼 수 있기를 원한다. …그의 건국이 있었기에 역설적으로 4·19 세대의 '승리'도 있었다. 그는 순순히 물러남으로써 우리에게 민주주의를 학습하게 했다. 이승만이나 4·19 세대나 모두가 승자였다. 역사의 거대한 수레바퀴가 어떻게 굴러왔는지를 안다면, 젊은 친구들에게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가르쳐야 할 소명을 느낀다면, 우리 사회의 어른인 4·19 세대가 이승만 동상 건립에 앞장설 수밖에 없다.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를 추진하면 '임기 내 최고 업적'으로 남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더 이상 이 대통령에 대해 "철학과 역사적 사명감이 없다"고 비웃지 않게 될 것이다. -2011.04.21 조선일보 최보식 칼럼 "간악한 흑심이라 해도 좋다"

 

이승만 동상 세우면 이명박 최고 업적

 

조선일보의 이승만 사랑이 아무리 깊다지만 "그의 건국이 있었기에 4·19 세대의 '승리'도 있었다", "그는 순순히 물러났다", "이 대통령 동상 추진하면 임기 내 최고 업적'"이라는 주장에 더 할 말이 없다. '이승만교'에 빠지지 않았다면 쓸 수 없는 글이다.

 

역사는 알고 있다. 김주열 학생은 눈에 최루탄이 박혀 죽었고, 경무대 앞에서는 경찰들 난사로 수 백명이 죽었음을, 이승만은 스스로 물러나지 않았다. 수많은 시민들이 피흘린 후 어쩔 수 없이 물러났다.  

 

이렇게 주장하는 <조선일보>니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KBS가 특집으로 내보내려던 '이승만 다큐멘터리'가 8월 편성안에서 빠지자 <조선일보>는 25일자 '만물상'에서 딴죽걸기에 나섰다. 흥미로운 점은 다짜고짜로 비판한 것이 아니라 노무현 정부때 KBS가 내보냈던 '다큐멘터리―인물 현대사' 같은 프로그램을 들먹이면서 비판했다.

 

만물상은 "멀지도 않은 2005년의 일이다. KBS 1TV는 광복 60주년을 맞아 '다큐멘터리―인물 현대사'라는 프로그램에서 '좌우를 넘어 민족을 하나로'라는 특집을 잇달아 내보냈다"며 "첫회가 여운형 편이었고 이어서 조소앙, 김규식 편이었다. 광복 후 좌파적 입장에서 나라를 세우려 했거나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했던 인물들이다"고 말했다.

 

2005년이면 누가 대통령이고, KBS 사장인가. 대통령은 노무현, 사장은 정연주였다. 조선일보가 하고 싶은 말은 노무현-정연주 때는 좌파인물을 특집으로 꾸며 내보냈다, 그런데 이명박-김인규가 이승만 특집을 내보내는 게 무슨 문제냐는 조선일보식 딴죽걸기다.

 

노무현-정연주&이명박-김인규로 엮고 싶은 <조선>

 

그러면서 "'인물 현대사'는 정연주 사장이 취임한 뒤 만들고 노사모 핵심멤버였던 문성근씨가 진행을 맡았다"며 "총 79회의 등장인물 중 윤이상 문익환 박현채 리영희 등 대한민국 체제에 비판적이었던 이들이 상당수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윤이상 문익환 박현채 리영희 등 대한민국 체제에 비판적이었던"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대한민국 체제'를 비판한 것이 아니라 '박정희-전두환 독재체제'를 비판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독재정권 비판을 대한민국 자체를 비판한 것으로 교묘한 비틀기를 한 것이다. 결국 이런 주장은 노무현-정연주는 대한민국 체제를 비판한 대통령과 한국방송 사장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만물상은 이어 "KBS는 2006년엔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대하드라마 <서울 1945>를 내보냈다. 북한 외무성 초대 부상을 지낸 이강국과 여간첩 김수임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드라마다. 실제론 좌익 등장인물은 민족을 사랑하고 이상(理想)을 위해 몸바치는 애국자로, 우익은 기득권만 좇는 모리배로 그린 내용이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지적처럼 이승만 대통령 후손과 장택상 총리 후손이 명예훼손으로 고소고발할 정도로 보수세력 반발도 거셌다. 조선일보 눈으로 보면 비판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 드라마는 역사물이거나 현대물이었다. 하지만 해방정국을 다룬 드라마는 드물었다. 그러므로 2006년 방영 당시 <서울 1945>은 일제식민지-해방정국-한국전쟁을 이해할 수 있는 드라마로 인식되어 탄탄한 시청자층을 가졌고, 종영때 시청률이 16%였다. 그 만큼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식을 남겼다.

 

만물상은 "KBS가 올해 광복절 특집으로 준비해온 5부작 '대한민국을 움직인 사람들―초대 대통령 이승만' 편 방영이 연기될지도 모른다고 한다"며 "KBS는 '사회적 논란이 워낙 커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날짜가 미뤄질 수도 있다'고 밝혔으나 언제 방영할 것이라는 언질조차 없다"고 했다.

 

<조선> "<서울1945> 완성도 높았냐", <서울1945> TV부문 작품상 받아

 

그러면서 "정부 수립에 소극적이거나 반대한 사람들의 생애는 다큐멘터리로 내보냈던 공영 채널이 광복과 정부수립을 기념하는 날 '완성도'가 못 미쳐 초대 대통령에 관한 프로를 못 내보내겠다니 그런 방송에 들어가는 세금이 아깝다"며 "5~6년 전 '인물 현대사'나 <서울 1945>는 논란이 없고 완성도가 높아서 전파를 탔었단 말인가"라고 KBS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완성도를 빌미로한 <서울 1945> 비판은 틀렸다. 왜냐하면 <서울 1945>는 2007년제43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작품상을 받아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2007년 제19회 한국방송프로듀서상 올해의 프로듀서상 (대상)을 받았다. 이 정도면 완성도 높은 드라마였다. 서울 1945 윤창범 PD는 수상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서울 1945>는 시대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희망찬 미래를 설계하자는 기획의도 아래 만든 드라마다. 다시한번 KBS 사우 여러분에게 감사한다. 제작 여건의 어려움에도 후원해 주신 시청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 2007.07.24 오마이뉴스 <서울 1945>의 윤창범 PD, 올해의 프로듀서상

 

조선일보가 조금만 살폈다면 '완성도' 운운하면서 <서울1945>에 딴죽걸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말하고 싶은 것은 "일부 좌파 단체들도 '독재자를 찬양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저지 운동을 벌여왔다'"고 해 '색깔론'으로 몰아가고 싶은 것이다.

 

<서울1945>에 대한 조선일보의 비판은 방영 당시에도 있었다. 2006년 6월 12일자 'KBS 왜 이렇게 대한민국 건국 헐뜯나' 제목 사설에서 "KBS 주말드라마 '서울 1945'가 대한민국 건국 주역들을 헐뜯고 해방전후사를 좌편향 시각으로 왜곡…시청자들은 드라마만 봐선 이승만 대통령은 친일파를 감싸며 권력장악에 몰두한 정략가이고 대한민국은 출발부터 잘못된 나라라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남녀노소 온 가족이 보는 드라마까지 권력과 코드를 맞춰 비뚤어진 역사관으로 국민을 세뇌시키려 드는 KBS에 언제까지 꼬박꼬박 수신료를 물어야 하는가"라며 좌편향 KBS에 수신료를 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아는지 모르겠다. 2006년 7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 이인수씨와 장택상 전 총리의 딸 병혜씨는 <서울1945>가 허위사실로 고인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며 KBS 정연주 사장과 드라마 제작진 등을 고발했지만 1심, 2심,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었다는 사실을.

 

이승만 특집을 바랐던 조선일보는 당황할 수 있고, 시민단체 비판에 무릎 꿇은 것으로 비쳐지는 KBS가 원망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비판을 하려면 사실에 근거한 비판을 해야 한다. 그게 언론이 해야 할 책임이다.


태그:#조선일보, #이승만특집, #서울1945, #KBS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