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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 강정마을 앞바다에서는 기지 공사를 하려는 해군과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몇 차례 충돌했습니다. 기지 확장 가능성, 결정해 놓고 실시하는 여론조사, 민군복합형미항의 실체, 강정마을 보호가치 외면한 군사안보 논리, 평화의 섬 지정과 동시에 군사기지를 추진하는 모순 등 10년간 끌어온 제주 해군기지사업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제주해군기지 사업의 문제점을 5회에 걸쳐 싣습니다.   <편집자말>

지난 6월 9일, 해군 측 바다 준설용 바지선이 강정마을 앞 바다에 나타났다. 인근 제주 화순항에서 제작 중인 케이슨(방파제 블록) 투척을 앞두고 사전 준설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이에 강정마을 주민과 활동가들은 보트 타고 바다에 나가 해군 측 바지선 위에 올라 공사를 저지시켰다. 

 

해군의 공사를 저지한 것은 해군기지 건설의 부당함에 대한 항의 표시이기도 했지만, 이날 공사는 명백한 관련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해군은 해상공사의 피해를 막기 위해 바다에 설치한 오탁방지막이 상당부분 훼손된 상태에서 바지선 위의 크레인으로 바다밑을 긁어올리는 준설작업에 나섰던 것이다. 

 

해군기지 건설이 예정된 해상부지 인근에는 천연기념물 442호로 지정된 연산호 군락이 대규모로 서식하고 있다. 그래서 환경영향평가와 문화재 현상변경허가는 연산호의 안전을 위해 오탁방지막 설치 등 피해 예방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해군은 이미 5월 말부터 훼손되기 시작한 오탁방지막의 정비보다 준설작업 등 해상공사 추진에만 열을 올렸다. 현재 이 문제는 제주군사기지범대위의 문제제기로 문화재청에서 진위를 파악하고 있다.

 

 

있어도 못 본 척, 해군 "연산호 없~다!"

 

해군은 강정마을이 해군기지 건설 최적지라는 근거의 하나로 주변에 특별한 관광명소나 문화재가 없다는 점을 든다. 특히 사업지구내에는 연산호가 아예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강정마을 앞 바다 일대는 연산호 서식처로서 지난 2004년 12월 문화재청이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이곳에는 대규모 연산호 군락이 분포하고,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등 9종과 희귀종이 서식하고 있다. 

 

물론, 해군의 주장대로 '사업지구내'에는 연산호가 없다. 아니, 연산호 군락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연산호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사업지구에서 불과 1km도 떨어지지 않는 곳에 존재하는 연산호 군락이 단지 사업지구 안에 없다는 이유로 해군은 "연산호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 2009년 제한적이나마 실시됐던 공동생태계조사 결과에서는 이 연산호 군락의 서식이 안정성이 높아 해군기지 사업같은 개발압력만 없다면 충분히 지금의 사업지구내로도 확장 번식이 이뤄질 수 있었다. 

 

가만히 놔두면 개체로서 존재하는 사업지구내의 연산호도 군락을 이뤄 강정 앞바다 일대는 그야말로 연산호의 천국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해군은 단지 군락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사업지구내에 연산호가 없다는 주장으로 해군기지 건설을 정당화하고 있다. 

 

 

강정마을 앞바다와 육상일대는 대규모 연산호 군락이 서식하는 문화재보호구역일 뿐만 아니라, 각종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그야말로 생태계의 보고다. 붉은발말똥게와 기수갈고둥 같은 멸종위기종이 발견되었고, 최근에는 해군기지 공사현장에서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2급인 맹꽁이 서식이 환경단체에 의해 확인됐다.  

 

그러나 해군의 환경영향평가 과정은 이런 사실들을 대부분 누락한 채 이뤄졌다. 지금은 강정마을 해안의 상징처럼 된 붉은발말똥게도, 기수갈고둥도, 맹꽁이도 해군의 환경영향평가서에는 들어 있지 않았다. 그러다 환경단체가 문제제기를 해야 뒤늦게 마지못해 반영하는 식이었다. 이러다 보니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절차로서 사전 환경성검토나 환경영향평가는 그 과정에서 부실, 졸속 논란을 불러왔다.

 

 

절대보전지역 해제 사유가 '원활한 국책사업 추진'?

 

여기에 사실상 일방적으로 결정된 강정마을 절대보전지역 해제는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최대 쟁점 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주민이 이의 무효소송을 제기해놓은 상태지만 원고당자사로 인정조차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절대보전지역 제도는 제주도만의 보전제도로서 강정마을은 그 경관의 우수성이 인정돼 과거에 지정됐었다. 그러나 해군기지 사업이 추진되자 제주도 당국은 오로지 '국가안보 사업'이라는 이유로 이를 해제시켜 버렸다.

 

 

제주의 대표 경관이자 천혜의 생태지역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그러나 해군기지 추진과정에서 이곳은 상대적으로 환경이 '덜 중요한 곳'으로 철저히 짜 맞춰졌다. 한마디로 이곳의 천연기념물인 범섬, 연산호, 붉은발말똥게를 포함한 멸종위기종 동식물과 빼어난 경관이 국가안보 사업을 위한 후보지가 되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말았다. 수십억 원을 들여 관리해오던 국가생물자원이 군사안보의 논리 앞에서는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곳을 다녀간 시민은 해군기지 찬∙반을 떠나 안타까움을 표시한다. 왜 꼭 이런 곳에 군 기지가 들어서야 하는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제주올레 중 가장 각광받는 7코스가 지나는 길목도 이곳이다. 이미 2만 명 가까운 올레꾼이 이곳 강정마을 올레길이 영원히 보존돼야 한다고 서명했다. 제주올레를 처음 개척한 사단법인 제주올레의 서명숙 이사장도 개인 명의의 현수막까지 만들어 이곳에 달았다. 방송인 김제동씨는 올레길을 걷다가 이곳에 들러 이런 말을 남겨 놓았다.

 

"해군기지 반대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이곳 사진 한 장이면 모든 게 다 설명되지 않을까요?"

 

 


태그:#강정마을, #해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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