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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와 인권연대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미래여성센터에서 '해병대 사태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해병대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 사례를 공개하며 김관진 국방부장관과 유낙준 해병대사령관 사퇴를 촉구했다.
 군인권센터와 인권연대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미래여성센터에서 '해병대 사태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해병대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 사례를 공개하며 김관진 국방부장관과 유낙준 해병대사령관 사퇴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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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행위 경험을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고자가 아니냐'며 창고로 끌고 가 다른 부대원들이 지켜 보는 앞에서 자위행위를 시켰다."
"고참이 벌레를 먹으라고 했는데, 먹으면서 인상을 조금이라도 찡그리거나 싫어하는 표정을 지으면 맞았다."
"불에 달군 숟가락으로 살이 타는 냄새가 날 때까지 엉덩이를 지졌다."
"상습적으로 금품을 갈취했다."

14일 인권단체들이 밝힌 충격적인 해병대의 가혹행위 사례들이다. 군 인권센터와 인권연대는 이날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 1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병대 해안소초 총기사건이 난 지난 4일 이후 접수된 해병대 관련 인권유린 사례들을 공개했다. 이들 사례는 휴가 나온 현역 해병대원들과 예비역들로부터 직접 확보한 증언이라고 군 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임 소장은 "병사들이 가혹행위나 구타를 당했을 때 신고하도록 되어 있는 소원수리함을 일부 부대의 경우 병사들이 관리하고 있는 사례도 접수됐다"며 "심지어는 이 소원수리함을 고참들이 열어보고 누가 썼는지 추적해서 기수열외를 시키는 경우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또 전역을 앞둔 병장의 칼패(장식)와 기념 반지 값으로 2~3만 원씩을 강제로 내게 해서 돈이 모자라는 후임병이 가족들에게 용돈을 받아서 이를 충당하는 사례도 포착됐다.

선임병들이 근무를 나가거나, 근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후임들이 총기와 탄입대 등을 받아서 정리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총기사고의 가능성이 해병대에서는 늘 상존하고 있는 셈이다.

정 이병 부모 "아들 팔에 세 군데 화상"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미래여성센터에서 열린 '해병대 사태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강화도 해병대 총기사건 주범인 김아무개 상병과 공모했다고 국방부가 발표한 정아무개 이병의 부모가 참석해서 국방부의 발표를 반박하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미래여성센터에서 열린 '해병대 사태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강화도 해병대 총기사건 주범인 김아무개 상병과 공모했다고 국방부가 발표한 정아무개 이병의 부모가 참석해서 국방부의 발표를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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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에는 총기사건을 벌인 김 상병과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군 수사당국에 체포된 정아무개 이병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참석하여 심정을 토로했다.

정 이병이 사건 전 전화로 어려운 점이나 부대 내의 부조리를 말한 적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버지 정아무개(48)씨는 "전화를 자주 했는데 그 때마다 '잘 있다', '훈련이 힘들고 어렵지만 할 만하고 재미도 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키도 작고 왜소한 정 이병의 해병대 입대를 말렸다는 어머니 이아무개(45)씨는 "선임들이 잘 해주느냐?"고 물을 때면 아들은 "선임들이 잘 대해주고 가족 같은 분위기"라고 답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어머니는 사건 후 면회를 가서 정 이병의 팔에 상처가 있는 것을 보고 "왜 다쳤는지 물어봤더니 '선임병이 담배로 지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오른쪽 팔에 세 군데나 화상에 의한 상처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아들이 겁에 질려 있고 괴로워해서 더 이상 물을 수 없었다며 울먹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정이병의 부모가 착찹한 표정으로 회견장을 나오고 있다.
 기자회견을 마친 정이병의 부모가 착찹한 표정으로 회견장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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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기자들에게 "여러분들은 군대에 있을 때 구타나 가혹행위 당하면 그걸 부모님한테 얘기했겠느냐?"라며 "상식적으로 '대다수 아들들은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라고 대답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오 국장은 또 "30여 명이 근무하던 사고소초에서 4명이 사망하고, 4명이 구속되는 등 부대원의 1/3이 결원 상태가 되었는데도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고위 지휘관은 없다"며 "총기사건 이후 연이어 발생하는 자살사고는 '젊은이들이 죽어가면서 살고싶다고 아우성 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해병대 측이 인권단체가 요구한 공동 실태조사 등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해병대 입대 시키지 않기 운동', '해병대 해체 운동' 등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군 인권센터와 인권연대는 "김관진 국방장관과 유낙준 사령관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국회도 국방부 장관 해임안을 즉각 상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해병대에서 군내 집단 따돌림인 '기수열외' 등으로 총기사건과 자살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휴가 나온 해병대 병사들이 공중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최근 해병대에서 군내 집단 따돌림인 '기수열외' 등으로 총기사건과 자살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휴가 나온 해병대 병사들이 공중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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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민석 기자는 14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해병대, #가혹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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