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거창 당산리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410호 당송. 수령이 600년이 넘었다
▲ 당송 거창 당산리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410호 당송. 수령이 600년이 넘었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거창군 위천면 당산리 331번지, 당산마을 내에 소재하고 있는 고목인 소나무 한 그루. 현재 천연기념물 제410호로 지정이 되어있다. 이 소나무가 있는 곳을 당산마을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이 나무가 당산제를 지내는 나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보인다. 거창 당산리의 당송은 나이가 600년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가 18m, 밑동의 둘레는 4.1m 정도이다.

6월 24일 거창군 답사를 하면서 찾아간 당산마을 당송. 마을 밖 길에서도 커다란 소나무가 의젓한 모습으로 보인다. 이 나무의 껍질은 거북등과 같이 갈라져 있으며, 밑동 부분에는 도끼자국이 남아있다. 남쪽의 가지 하나가 죽었으나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소나무이다.

당송의 가지는 마치 춤을 추는 듯하다
▲ 가지 당송의 가지는 마치 춤을 추는 듯하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늘어진 가지를 보호하느라 지줏대로 받치고 있다
▲ 지줏대 늘어진 가지를 보호하느라 지줏대로 받치고 있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도끼자국 누구 짓일까?

도대체 이 거목인 소나무에 누가 도끼질을 한 것일까? 문화재를 답사하다가 만나게 되는 천연기념물 중에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나무둘이 간혹 눈에 띈다. 누군가 나무를 죽이려고 농약을 나무뿌리에 들이부은 경우도 있고, 멀쩡하던 나무가 급작스럽게 고사를 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가 있다.

거창 당송도 누군가 밑동을 도끼질을 했다고 하는데, 이 나무를 땔감으로 여겨 찍을 것은 아닐 터. 도대체 무슨 연유로 이렇게 도끼질을 한 것일까? 마을 주민들에게 물었지만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가 없다. 이 당산리의 당송은 나라에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웅~ 웅~' 소리를 내어 울면서 미리 알려준다고 한다.

푸른 이끼가 나무의 위까지 덮여있다.
▲ 이끼 푸른 이끼가 나무의 위까지 덮여있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매년 음력 정월 보름 날 주민들이 모여서 당산제를 지낸다
▲ 제단 매년 음력 정월 보름 날 주민들이 모여서 당산제를 지낸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나무가 신령스럽다 하여 '영송(靈松)'이라고도 부른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런 이유로 화를 당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실제로 1910년 국치를 당했을 때와,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전에도 몇 달 전부터 밤이 되면 나무가 울었다고 한다. 슬픈 일에만 운 것은 아닌가 보다. 1945년 광복이 될 때에도 울었다고 하는 것을 보면.

나무에는 알지 못할 신비가 있다

나무도 생명을 갖고 있다. 아마도 우리가 모르는 생명의 신비함이 나무에게 있는 것은 아닐까? 천연기념물이나 보호수 등을 만나보면, 그 나무들이 갖고 있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다. 특히 당산제나 목신제, 거리제 등을 지내고 있는 나무들은 더 많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나무가 운다는 것은 기본이다. 그리고 나뭇가지를 잘랐던 사람들이 화를 입었다는 이야기는 얼마든지 들을 수가 있다. 심지어는 떨어진 나뭇가지도 줍지 않는다는 곳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무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꼭 화를 당해서가 아니라, 나무에 대한 예를 표현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나무의 껍잘아 마치 거북이의 등과 같다
▲ 표피 나무의 껍잘아 마치 거북이의 등과 같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밑동의 둘레가 4m가 넘는다.
▲ 밑동 밑동의 둘레가 4m가 넘는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아무래도 이런 큰 나무에게는 또 다른 '정령(精靈)'이 있는지도 모르겠다.그래서인지 당산나무들은 마을 주민들이 정성을 다해 보살피게 된다. 당산리 당송 역시 마을 주민들이 모임을 만들어 나무를 보호하고 있을 정도이다. 아마도 매년 정월 보름에 제를 지내고 있는 것도, 이 나무의 영험함 때문일 것이다.

푸른 옷을 입은 당송, 볼수록 장관

나무를 둘러본다. 조금은 옆으로 휜 듯한 가지에 보호대를 설치하여 받쳐 놓았다. 일반적으로 본 천연기념물인 소나무들보다는 그렇게 생육이 발달하지는 않은 듯하다. 아마도 한 가지가 부러져 나가고, 밑동을 도끼에 찍혔기 때문이리라. 무지한 인간들의 심사가 이 나무에도 해를 입힌 것인지.

이끼가 표피에 덮여 있다. 600년 세월이 묻어나 있다.
▲ 이끼 이끼가 표피에 덮여 있다. 600년 세월이 묻어나 있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그래도 나무의 껍질에 가득한 푸른 이끼가, 이 나무의 모습을 한층 신비롭게 한다. 푸른 옷을 한 벌 걸친 듯하다. 마치 가지마다 춤을 추는 듯하다. 그런 것 하나를 갖고도 장관이라고 표현을 하는 내가 이상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수 없이 만나는 생명들. 그 생명들은 하나같이 우리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당송 아래서도 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인간을 위해 서 있었지만, 정작 인간들은 그런 고마움을 알지 못한다. 자연과 더불어 살지 못하는 인간들은 화를 입어 마땅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티스토리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당송, #천연기념물, #거창, #수령 600년, #이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