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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치된 겸재 정선의 그림 배경 '임천고암' 겸재 정선의 그림 '임천고암'의 배경이 되었던 충남 부여군 세도면 반조원리 현장. 향토유적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현재는 방치되어 수풀과 쓰레기에 덮여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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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미술교과서에서 꼭 한번은 들어봤을 '겸재 정선'.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화가로 실경산수와 회화식 전통에 근거하여 마침내 조선의 그림 속에 조선의 풍경과 사람들 모습이 등장하는 진경산수라는 새로운 양식을 개척했다. 대표적인 그림으로는 <인왕제색도>와 <금강전도>가 있다. 이런 겸재 정선 그림의 배경이 된 곳이 충남 금강에도 있다.

바로 '임천고암'이다. '임천고암'은 충남 부여군 세도면 반조원리의 옛 지명으로 겸재가 삼종질(三從姪) 삼회재(三悔齋) 정오규(鄭五奎)의 은거생활을 그린 전경이다.

'임천고암'의 배경이 되는 삼의당과 제방림(향토유적 제94호)은 조선후기 문신 윤광안(1757~1815)이 함경도 유배에서 풀려난 뒤 말년에 기거하며 후진양성을 위해 지은 곳으로 조성연대와 조성자가 드물게 확인되는 유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1909년 불타 없어져 현재는 8기의 초석만 남아 있다.

'임천고암'의 배경이 그대로 방치, 훼손중이다
▲ 겸재 정선이 그린 '임천고암'과 삼의당 터의 현재모습 '임천고암'의 배경이 그대로 방치, 훼손중이다
ⓒ 금강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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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렇게 경관이 뛰어나고 역사와 문화적으로 보전가치가 큰 '삼의당터'는 지금 아무런 관리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다. 심지어, 인근에서는 4대강 살리기 공사가 한창이어서 경관이 훼손되고 있다.

지난 5일 현장을 찾았다. 향토유적으로 지정된 삼의당터 주변은 생활쓰레기가 넘쳐나고, 무언가를 태우다 남은 흔적도 발견됐다. 또한 유적으로서 가장 중요한 주춧돌은 수풀에 덮인 채 방치되고 있었다.

정면 8칸에 측면 3칸 규모로 1909년 불타 없어져 현재 8기의 초석만 남아있다.
▲ 삼의당터 정면 8칸에 측면 3칸 규모로 1909년 불타 없어져 현재 8기의 초석만 남아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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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이 우거져있어 찾기 매우 어렵다
▲ 삼의당터 표석 수풀이 우거져있어 찾기 매우 어렵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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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는 폐가
▲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폐가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는 폐가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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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천고암의 배경인 삼의당터 앞 금강은 4대강사업으로 인해 누런 흙탕물이다
▲ 삼의당터 앞의 경관 임천고암의 배경인 삼의당터 앞 금강은 4대강사업으로 인해 누런 흙탕물이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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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정선이 계단을 따라 내려가 바라보았을 그 길을 따라 금강변으로 가보았다. 그림 속의 무릉도원은 온데 간데없고, 시끄러운 굴착기와 덤프트럭이 열심히 준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삼의당터 앞을 흐르는 금강은 온통 흙탕물로 변해있었다.

금강살리기 4공구에 포함된 이 지역의 모든 공사가 끝나면 더 이상 정선의 그림 '임천고암'의 경치는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문화유적은 그 문화재가 가지고 있는 경관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방치되다 못해 이제는 경관이 훼손되고 있는 것.

이렇게 방치되고 훼손되고 있는 '삼의당터'의 문화적·역사적 중요성을 이미 충남도는 알고 있었다. 지난 2010년 8월 충남도는 이곳의 보존과 복원이 필요하고, 금강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준설을 하면 현재는 일부 흔적만 남아 있는 나루터를 발굴, 정비해 삼의당터를 복원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었다.

당시 충남도는 이같은 내용을 국토해양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 건의했고, 앞으로 계획대로 잘 복원될 경우 충남도의 관광자원으로서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떠들썩하게 홍보했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삼의당터'는 그대로 방치되고 있고, 오히려 금강살리기 사업으로 인해 경관이 훼손될 위기에 처해 있다.

곳곳에 생활쓰레기들이 버려져 있다
▲ 태우다 만 생활쓰레기 곳곳에 생활쓰레기들이 버려져 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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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물스럽게 남아 있다
▲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폐가 흉물스럽게 남아 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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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천고암의 배경이 된 삼의당터 앞 금강은 준설중이다
▲ 삼의당터 앞의 경관 임천고암의 배경이 된 삼의당터 앞 금강은 준설중이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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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충남도 관계자는 "4대강 사업에 포함시켜 복원해 보려고 했으나 고증과 예산 문제 등 서두를 문제가 아니었다, 4대강 사업이 끝나도 역사문화 발굴사업은 단번에 끝나는 게 아니라 연차적으로 해야 할 일이기에 추후에 추진해야 할 것 같다"며 1년 전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1년 전 충남도가 강조했던 것처럼 역사문화적으로 가치가 있어 보존과 복원이 시급하다면 충남도 자체예산으로라도 현장을 우선 관리하고, 복원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태그:#삼의당터, #겸재정선, #임천고암, #4대강정비, #충청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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