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승환 전북교육감.(자료사진)
 김승환 전북교육감.(자료사진)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김승환 전라북도교육감은 "체벌은 '필요악'이 아니라 '악'"이라면서 "지금은 과도기라서 혼란스럽지만 체벌하지 않고도 선생님 말씀을 따르는 문화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7일 전북교육청 교육감 집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김 교육감은 "교육감 취임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가 '기대'와 '우려'였다"며 "하지만 현재, '기대'는 더 높아졌고 '우려'는 더 낮아졌다"고 취임 1년을 자평하면서 이와 같이 말했다.

김 교육감은 지난해 교육감 당선 인터뷰에서 "청렴하지 못한 교육계가 전북교육의 암적 요소"라고 지적했었다. 이와 관련 김 교육감은 "교육계가 청렴해지려면 교육감이 먼저 청렴해야 하는데, 그것은 잘 지켜진 것 같다"며 "그동안 있었던 여러 부정적인 시각은 많이 줄어들었고, 앞으로 1년 후엔 전북교육에서 '비리'라는 단어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예전에는 돈 많은 집 자녀만 유학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지방에서 서울로 자녀를 보낼 수 있을 정도면 그 돈으로 유학을 시킬 수 있다"고 높은 대학 등록금을 비판했다.

"체벌이 필요악이라? 그냥 '악'이다"

이어 그는 "정부는 사립대가 비싼 등록금을 받은 만큼 장학금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기여하도록 해야 하는데, 마치 자기 일이 아닌양 손을 놓고 있다"고 정부에게 등록금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김 교육감은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에 대해 "사회적 취약계층 자녀에 대한 교육 지원은 소홀히 하면서 사회적 강자 계층의 자녀에 대한 특혜는 더 강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방대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김 교육감은 '지역인재 할당제'를 제안했다. 가령, 신입사원 1000명 선발하면 약 500명을 지방대 출신으로 채우자는 것이다. 김 교육감은 "지방대에 가더라도 공부를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줘야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보수세력의 현대사 왜곡에 관해 그는 "해방 이후 우리나라 역사 교과서 편찬을 주도해 왔던 세력이 바로 식민사관 역사학자들이었다"며 지난주 KBS에서 방송된 백선엽씨 다큐를 예로 들며 "여전히 우리는 역사 정리를 못 하면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과 일문일답이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자료사진)
 김승환 전북교육감.(자료사진)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 취임한 지 1년이 됐는데.
"교육감 취임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가 '기대'와 '우려'였다. 하지만 현재, 기대는 더 높아졌고 우려는 낮아졌다."

- 지난해 당선 인터뷰에서 "청렴치 못한 교육계가 교육의 암적 요소"라고 전북교육의 문제를 지적했다. 
"교육계가 청렴해지려면 누구보다 교육감이 먼저 청렴해야 한다. 교육감이 청렴하지 못하면서 교육계에 '청렴하라'고 말하면 설득력이 없다. 이건 잘 지켜왔다. 그동안 있었던 여러 부정적인 시각은 많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100% 사라진 건 아니다."

- 현재 반값 등록금이 큰 논란이다.
"예전에는 돈 많은 집 자녀만 유학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지방에서 서울로 자녀를 보낼 수 있으면 그 돈으로 (해외) 유학도 보낼 수 있다. 등록금이 어마어마하게 높아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사립대학들 보면 등록금은 계속 높이면서 장학금은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사립대가 높은 등록금을 받은만큼 장학금 제도를 통해 학생들에게 기여하도록 해야 하는데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 결국 사립대 배만 불렸다. 정부는 마치 자기 일이 아닌 양손을 놓고 있다.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 전임 교육감이 지정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허가를 취소해 논란이 있었다. 법원에서도 결국 교육청이 패했다. 자사고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나.
"자사고는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편성할 권한이 있다. 예산자율권도 있어 등록금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로부터 교직원 인건비 지원을 못 받는다. 이 금액이 상당하다. 올해 익산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는 자사고로 1학년을 모집했다. 그래서 그동안 받던 인건비의 3분의1이 감액됐다. 내년엔 2/3가, 3년 차인 2013년에는 100% 감액된다. 그만큼 자사고가 부담하는 비용은 높아지고, 학생들 등록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럼 당연히 등록금은 높아지는데, 지켜볼 예정이다. 분명히 법적으로는 교육청이 예산지원을 못 한다. 앞으로 전북에서는 자사고 인가는 더 이상 하지 않을 예정이다."

"MB의 교육정책은 강자에 대한 특혜를 더욱 강화하는 것"

-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도 3년이 넘었다. 이 정부의 교육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은 부자 위주, 선별적 교육복지, 교육양극화 심화, 특목고 우대정책이다. 또한 교육예산 절감이고, 교육에 대한 접근 방식조차 시장주의다. 사회 취약계층 자녀 지원은 소홀히 하면서 강자 계층 자녀에 대한 교육 특혜는 더 강화하는 정책이다. 내가 생각하는 교육정책과 정반대다."

- 교과부와 갈등은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가.
"교원평가와 관련해서는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교과부가 나에게 교원평가 계획에 대한 수정명령과 직무이행 명령을 내렸다. 그 명령이 위법이라는 판단을 구하는 소송이다. 이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할 계획이다."

- 교육감도 선거로 뽑힌 만큼 어느 정도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국회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지방교육자치시대를 열었다. '이제 지방교육에 대해서 중앙정부가 획일적으로 지시하고 통제하지 마라. 지방교육은 각 지방의 자율적인 권한과 책임으로 넘기라'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교과부는 국가주의 교육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가 지방의 교육까지 다 관장하고 통제하고 이끌고 주시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시·도교육감과 충돌이 발생한다."

- 지난해 화제가 된 책 <김예슬 선언>에는 "보수는 괴로워하지 않고 아이들을 경쟁에 밀어 넣고, 진보는 괴로워하며 아이들을 밀어 넣는다"는 문구가 있다. 현재의 경쟁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나.
"교육에는 경쟁과 효율성의 가치, 그리고 협력과 배려의 가치가 있다. 유럽의 거의 모든 국가는 경쟁과 효율성보다는 협력과 배려의 가치를 더 중시하고 있다. 홀로 1등 하는 교육이 아니라 함께 가는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는 경쟁과 효율성에 가치를 둔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우리나라 교육을 제대로 살릴 수 없다고 본다. 경쟁보다는 협력을 강조해야 한다."

- 그를 위해서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지금 전북에서 혁신학교를 추진하고 있다.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가치가 바로 협력과 배려다. 또한 학생이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고 삶을 설계해 나가도록 하는 학교이다. 이를 통해 전북의 모든 학교가 혁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학교 영역에서는 어느 누구도 차별받아선 안 되고, 소외되어서도 안 된다."

-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른바 '명문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렵다. 지방 대학은 말할 것도 없는데, 지방 대학을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북대에서 교수로 재직할 때부터 지역인재할당제를 생각했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 신입사원 모집이 1000명이라면 지방에 500명을 주는 식이다. 그래서 지방대에 가더라도 거기서 공부를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다는 시스템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리고 기업으로서도 지역 인재를 채용하면, 해당 지역을 잘 알기에 기업활동에 이롭다. 그래서 기업도 살고 지방도 사는 길은 인재지역할당제라고 생각한다."

-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갈 실력인데 지방대를 선택하면 바보 취급을 받는다"고 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세 가지를 말하고 싶은데 그 지역에 있는 대학 의식, 주민 의식, 그리고 졸업한 다음에 그 지역에 남아서 일 할 수 있는 자리가 중요하다. 우선, 대학은 '우리 대학을 다니면 어느 지역과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공부를 한다'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 지역 주민은 '우리 지역에 있는 대학을 가더라도 공부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실제로 대구나 부산에 가면 그 지역 주민들이 경북대나 부산대에 가지고 있는 신뢰도나 자긍심이 굉장히 크다. 그리고 그 지역의 기업 역시 해당 대학교 졸업장을 무시하지 않는다. 그런 분위기를 전북에서도 만들어야 한다."

"폭력은 학습이다... 체벌은 절대 안 된다"

취임 1년을 맞은 김승환 전북교육감.
 취임 1년을 맞은 김승환 전북교육감.
ⓒ 이영광

관련사진보기

- 전북의 인구가 정체 내지는 줄어드는 원인 중 하나는 교육이 아닐까 한다. 교육 때문에 수도권으로 가는 일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훌륭한 인성과 실력을 잘 갖춘 인재를 만들어내는 전북 교육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 수업이 지금보다 훨씬 강하게 살아나야하고, 우리 선생님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연구하는 데에 써야 한다. 이것이 전북에선 가능하다고 본다. 지금 교육감과 교사들 사이에 강한 신뢰가 있다. 교사가 아이들 가르치는 일에 집중하도록 지원을 철저히 해야 한다. 그 토대는 지난 1년 동안 마련되었다고 보고 앞으로 속도감 있게 해나갈 것이다."

-  고교에서는 수능 과목 중심으로 수업한다. 갈수록 역사교육이 약해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강한 민족이나 국민일수록 역사 정리를 잘하고, 역사 인식이 투철하다. 한국전쟁에 대한 해석만 해도 사실 일제 식민지 지배가 없었더라면 분단은 없었다. 그래서 일본에 대한 인식과 일제 식민지 지배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중요하다. 그런데 교과서에서는 이 부분조차도 제대로 정리를 안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에서 '일본 식민지 지배가 한국 근대화를 앞당겼다'는 말이 나온다. 학교교육 단계에서부터 역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수능과 상관없이 강화해야 하고, 특히 지방교육자치시대에 학생들에게 우리나라 전체 역사뿐 아니라 지역의 역사를 알게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본다. 역사교과 교사들이 연구동아리를 다양하게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이 시대에 꼭 맞는 역사교육을 할 수 있는 교재, 참고자료를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친일 청산이 제대로 돼야 올바른 역사 교육이 이뤄지지 않을까?
"동의한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 역사 교과서 편찬을 주도해 왔던 세력이 바로 식민사관 역사학자들이다. 다시 말해 친일 역사학자들이다. 그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예를 들어 친일사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고조선 역사를 부정한다. 심지어 조선조차도 '이씨조선'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일제 식민지 시대의 역사를 잘 기술하지 않는다. 지난주에 KBS에서 백선엽에 대해서 방송을 했다. 백선엽은 항일민족세력을 처단했던 사람인데, 그 사람을 영웅으로 묘사했다. 우리는 역사 정리를 못 했는데,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 경기도교육청에서 학생에게 이른바 '엎드려뻗쳐 교사'를 징계해 논란이 있었다. 체벌은 '필요악'이라는 견해도 있는데, 교육감의 생각은?
"체벌은 해서는 안 된다. 체벌은 '필요악'이 아니라 '악'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체벌을 허용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사람 몸은 컴퓨터보다 정확하다.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맞으면 몸이 기억한다. 그리고 때리는 행위를 학습해서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게 약한 사람에게 똑같이 한다. 나는 '폭력은 학습'이라고 규정한다. 때문에 폭력 말고 반드시 교육적인 방식으로 훈육해야 한다."

- 그럼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나.
"체벌은 안 되고 다른 징계방식을 활용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학교식당 청소를 하도록 한다든지 교실 청소를 시킨다. 그렇게 다른 방법을 찾아야지 절대 때리면 안 된다."

- 그렇게 해도 잘 안 되면?
"지금은 있는 체벌을 없애려니 힘든 거다. 체벌하지 않고도 선생님 말을 따르도록 훈련을 받아야 한다. 시간이 걸려도 이 길로 가야 한다."

- 만약 전북에서 '엎드려뻗쳐'가 발생하면?
"교사를 징계하기 전에 대화를 먼저 선택할 것 같다. 지금은 과도기인데 일이 생길 때마다 교사를 징계하면 교사들이 위축된다. 그래서 먼저 대화로 푸는 게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필자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태그:#김승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