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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이 없네. 좋은 요리 없나?"

"오리 요리 어때요?"

 

계절이 바뀌고 있는 시점이어서인지, 입맛이 없다. 무엇을 먹어도 맛을 느낄 수 없다. 사람의 미각은 미세하여서 조금만 맛이 달라져도 변덕을 부린다. 미각의 심술에 받아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별미를 찾게 된다. 간사한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 하였던가? 좀 더 맛있는 것을 찾게 되는 나 자신이 한심해 보인다. 그럼에도 집사람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가장이 입맛이 떨어졌다고 하니, 난감해 한다.

 

이순을 바라보게 되게 되니, 모든 것이 재미가 없어진다. 심드렁해지고 시시해 보인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호기심이 사라지는 것인가 보다. 무슨 일을 하여도 재미를 느낄 수 없게 되고 무슨 음식을 먹어도 맛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저 그런 맛이고 그저 그런 재미다. 좀 더 좋은 것 좀 더 신나는 것을 찾고 있는 나 자신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내쉬게 된다. 세월만 빼앗아가면서 더 좋은 것만을 찾고 있는 나 자신이 한심스럽다.

 

 

집사람을 따라서 모악산 앞 오리 방죽을 따라 골짜기로 향하였다. 어찌나 골짜기인지 불평이 저절로 나왔다. 그러자 집사람이 변명을 늘어놓는다. 음식의 맛이 최고이니, 조금만 참으라는 것이었다. 입으로 터져 나오는 불평을 주체하지 못하면서 돌아 찾아갔다. 골짜기의 끝 부분에 다다라서야 비로소 건물이 보였다. 외진 곳에 꽤 넓은 평지가 있고 그 안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리는 건물이었다.

 

무릉도원. 식당의 이름이 참으로 좋았다. 주변 경관이 무릉도원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름이 마음에 썩 들었다. 오리 요리를 시켜놓고 기다렸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얼마 되지 않아 음식이 나왔다. 코끝을 자극하는 음식의 향이 마음을 동하게 하였다. 먹음직스러운 요리를 바라보니, 예전의 추억이 되살아난다. 어려웠던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이 넘쳤던 추억이다.

 

그 때에는 참으로 가난하였었다. 오리는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요리가 아니었다. 통풍으로 무릎관절이 고통스러웠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어머니가 장에 가서 오리를 사 오셨던 것이다. 오리는 음식이 아니라 약이었다. 약으로 쓰기 위하여 오리를 사오셨단 것이다. 그 때의 어머니 표정이 생생하다.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이 그리워진다.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행복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그 때는 가난하였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러나 가난하였던 그 때가 훨씬 더 행복하였었다. 행복이란 물질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음식이 아니라 약으로만 겨우 오리를 먹을 수 있었던 그 때가 훨씬 더 행복하였다는 사실이 그 것을 증명하고 있다. 혀에서 살살 녹는 맛에 취하면서 어머니의 사랑을 그리워하였다. 내 안에서 숨 쉬고 있는 행복을 끄집어내고 싶었다.


태그:#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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