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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저는 28살 여자로 연애경험이 한 번도 없는 모태솔로입니다. 중학교 때 치한에게 추행당한 게 트라우마가 돼서 신체접촉을 싫어합니다. 부모님 품에만 안기지 다른 사람들과의 스킨십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남자와도 여자와도 연애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부모님은 제게 시집가라며 압박하시지만 전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도 막상 여자 혼자 험한 세상을 산다는 게 녹록지 않을 것 같고 무섭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언 부탁드립니다.

 

 
같은 인생 다른 풀이. 퀴즈를 하나 내볼게요. 인종차별이 심한 시절 미국에서 흑인여자로 태어났습니다. 열 살도 되기 전부터 수년동안 성추행, 성폭행을 당했지요. 하지만 지긋지긋하게 가난했던 집안은 차마 그 소녀아이를 감싸줄 여유도 없었어요. 하지만 이 소녀는 매력과 재능이 있었고 세계는 열광을 했습니다. 누굴까요?

 

제가 말하고 싶은 사람은 두 사람입니다. 오프라 윈프리와 빌리 할리데이. 하지만 이 두 사람에게는 아주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오프라 윈프리는 얼마 전 오랫동안 사랑받던 윈프리쇼의 대미를 장식하고 사회에 공헌하면서 멋있는 삶을 살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재즈 역사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보컬로 불리는 빌리 할리데이는 과거의 아픔을 극복하지 못하고 마약중독으로 병원에서 사망하고 말지요.

 

두 여성 모두 엄청난 성공을 했어도 개인의 행복지수는 비극과 희극 양극단으로 나뉘어요. 어떠세요? '과거의 상처에 머물렀는가 아니면 털어내고 자신의 삶을 더 사랑했는가'에 따라 인생의 결말이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 너무 잘 느껴지지 않나요?

 

반쪽이 비어버린 당신은 어떤가요? 중학생 때 치한에게 추행을 당한 것이 트라우마가 돼 다른 이들과 조금 더 가깝게 지내는 것에 힘들어 하는 모습이 가슴 아프네요. 당신이 당시 받았을 아픔과 고통을 제가 감히 가늠하기는 힘들겠지만 당신 가슴에 난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다면 성추행 상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보는 건 어떨까요. 앞으로의 인생을 더욱 행복하게 살기 위해 오프라 윈프리처럼 멋지게 극복하고 훌훌 털고 일어나야 하잖아요. 그런 시도 없이 부모님 결혼 압박에 못이겨 설렘도, 떨리는 사랑의 눈빛도 알지 못한 채 그냥 얼렁뚱땅 결혼을 하게 된다면 당신과 미래의 배우자 모두 행복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그러면 어떤 사랑을 한담? 먼저 마음의 상처를 보듬고 과거 힘들었던 기억들을 조금 극복한 뒤, 연애를 해야 하나 결혼을 해야 하나 아니면 혼자 살아야 하나 그러면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런 걱정들은 잠시 접어두고 만남을 시작해보세요. 그리고 앞으로 만날 그 사람의(남자 혹은 여자로써, 그리고 인간으로서) 마음에 한 계단씩 내려가 보는 거죠. 물론 처음으로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아직 사랑세포가 살아 숨쉴 그대이기에 좀 더 용기를 내서 세상 모든 것들에게 한걸음 다가가고 사랑에게도 손을 내밀어 시작해보는 거예요.

 

혹시 동물들을 좋아하나요? 쓰다듬어 주면 행복해 하는 강아지의 표정을 본 적 있으세요? 아니면 친한 친구가 힘든 일이 있어서 울 때 손을 잡아 준 적이 있나요? 그때의 기분을 떠올려 보세요. 사랑을 주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기억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럼 좀 더 용기도 날 거고요. 조급해하며 서두르지 말고 아주 천천히 시작하는 거예요. 그간 안 좋은 기억으로 움츠러들어 있던 마음이 조금씩 기지개를 펴도록 말이에요.

 

한 가지 더, 당신은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그래도 두렵고 자신감이 생기지 않는다면 자신의 '매력리스트'를 만들어 보세요. 예를 들면 나는 여성스럽고 차분하다, 요리를 잘한다, 글씨가 예쁘다 등에서부터 '나 여대 나온 여자야, 그래서 까칠한 매력이 있쥐!' 이런 엉뚱한 것까지 자기 나름만의 매력리스트 말이에요. 몇 개나 되나요? 혹시 한숨을 수심 3천미터까지 쉬고 있는 건 아니죠? 

 

제가 느끼기에 그대는 젊다는 것만으로도 매력있고 부모님의 사랑도 많이 받아 마음 깊은 곳에선 사랑이 넘치는 사람 같아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런 가슴 속 사랑을 보지 못한 채 힘들어하고 있죠. '난 왜 이럴까,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 거야!' 하면서. 저에게는 보이는 그 매력들을 만나서 콕콕 집어드리고 싶은 맘 간절하네요. 아픈 마음을 털고 일어나 다른 이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갈 당신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좋은 사람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길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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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레인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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