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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초반 여자입니다. 제가 원래 남한테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항상 애들이 먼저 다가오면 친해지고 그랬습니다. 그래도 아이들과 곧잘 지냈는데 고등학교 2학년 때 저한테 먼저 다가오는 여자애들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먼저 다가가긴 했는데 저한테 막 대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친해지고 싶다는 태도도 아닌 채로 점점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럴수록 더 거리가 생기다보니 얼굴도 어두워지고 자신감도 꺾여서 다른 애들과도 친해지지 못했어요. 같이 다니긴 해도 서로 할 말 없는, 쉬는 시간에 옆에 있어도 아무도 말 걸어주지 않는, 그래서 체육대회나 축제 때나 시험기간이 끝났을 때, 수업도 없고 애들끼리 떠들 때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어요. 애들은 서로 떠들고 노는데 옆에는 있지만 아무도 말 걸어주지 않고 끼어들 수도 없는 그런 상황이 너무 무섭고 자존심 상했어요.

고1 때 같이 놀던 애들과도 2학년 올라와서 애들이 절 섭섭하게 한 일이 있었는데 결국 제가 절교하자고 했죠. 아이들과 말할 때 씹힐까 두렵고 또 혼자 소외되지 않을까 항상 조마조마 하면서 살았습니다. 고3이 돼선 상황이 좀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친구 사이는 방학이나 집에 가면 문자 한 통 하지 않는 관계, 같이 있어도 할 얘기 없는 사이, 그냥 같이 다니는 사이일 뿐이었던 거죠. 저로썬 너무 자괴감과 공허함이 듭니다.

점점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에 안도하지만 그래도 다시 돈독했던 우정이 있었던 예전처럼 친구를 사귀고 싶어요. 현재 재수를 하고 있는데 지금 만난 아이들과 잘 지내지만 역시 깊은 친구 사이가 될 수 있는 관계는 또 아닌가 봐요. 그래서 정말 외롭습니다. 그전까진 잘 지내다가 아파서 입원하니 연락이 없고 기숙학원을 나올 때에도 아쉬워 하더니 정작 지금은 연락 한 통 없고 편지를 보냈는데 답장도, 편지받았다는 전화 한 통도 없네요.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요. 얼굴 보면 대화하고 안 보이면 연락 두절되는 이런 상황을 보면 다신 안 만날 사람들 같아요. 정말 섭섭하고 외롭네요.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친구란 건 어떻게 사귀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왜 이렇게 사람들은 저하곤 깊은 친구 사이가 되길 꺼려하는지 슬프네요. 도움 좀 주세요.

친구들의 우정을 그린 영화 <써니>
 친구들의 우정을 그린 영화 <써니>
ⓒ CJ E&M Pic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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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씀 드리겠습니다. 님의 그 소심한 성격, 확실히 바꿀 수 있습니다. 님 같은 사람이 노력해서 적극적이고 밝고 인기 많은 사람으로 탈바꿈한 경우는 너무도 많습니다. 저 또한 사춘기 시절 어떤 사건을 계기로 성격이 많이 바뀌어 오늘날의 활달 명랑한 성격이 된 것이랍니다.

먼저 님의 고민 내용을 살펴봅시다. 님은 늘 남이 먼저 다가오지 않아서 외로웠고,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아서 미쳐 버릴 것 같았고, 수업도 없는 시간에 다들 옆에서 떠들고 놀면서 자기만 따돌려 무섭고 자존심 상한다고 하셨습니다. 이제부터는 남들이 다가오기 전에 먼저 남에게 다가가는 습관을 키우세요. 물론 타고난 성격이 쉽게 고쳐지지는 않겠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왜 나의 귀중한 인생을 남의 손에 맡깁니까. 왜 남이 나를 선택해주길 간절히 바라고만 있습니까. 내가 원하는 친구를 직접 내가 다가가 고르는 겁니다. 자존심, 민망함, 남의 시선 같은 것이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과거에 겪었던 민망했던 순간이 떠오를 수도 있고요. 하지만 이럴 땐 낯이 좀 두꺼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전에 수없이 저질렀던 실수들, 그리고 민망했던 사건들을 기억하는 사람은 본인뿐입니다. 남의 실수에 대해 남들은 그리 큰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사건이 났던 그 순간에만 관심을 가질 뿐이지요.

원하는 친구를 고르려면 먼저 대시를 해야겠지요. 남의 시선 따위는 개의치 말고 말이에요. 대시는 하되 이왕이면 좋은 인상을 줍시다. 친구를 사귈 때에도 호감이 필요하니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뭘 좋아하는지 파악을 해야 합니다. 우선,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친구로 적격인 사람이든 아니든 간에 그들의 취향을 분석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이 습관은 '친구 만들기 프로젝트' 뿐 아니라 나중에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분석을 해서 상대가 좋아할만한 대화를 먼저 던지고 이끌어나가는 거지요. 칭찬도 곁들이면 더욱 좋겠죠. 예를 들어 화려하게 옷을 입고 꾸미기를 좋아하는 이에게는 패션 관련한 화제와 함께 '감각적이다'는 칭찬을. 옷치장에는 신경을 안 쓰고 늘 조용하고 차분하게 책 얘기나 사회 돌아가는 얘기 등을 화제로 삼는 이와는 그런 주제의 토론과 함께 '지적이다'란 평가를 내려주는 겁니다.

친구들의 우정을 그린 영화 <써니>
 친구들의 우정을 그린 영화 <써니>
ⓒ CJ E&M Pic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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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 인기 있는 사람들을 한번 살펴보세요. 그들은 상대가 말 걸어주기를 무작정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먼저 상대가 좋아할만한 대화를 던지며 상대방의 말을 경청해주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님도 말씀하셨듯이 만나면 대화하고 친한 것 같다가도 헤어지면 연락이 두절되는 사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나만의 깊은 관계의 친구 사이'는 좀 더 공을 들여야 합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사랑을 주고 잘해주는 사람은 다른 이들이 좋은 사람이란 건 다들 인정 하지만 나만의 친구로 만들기는 꺼려해요. 모든 이들의 연인보다는 다들 '나만의 연인'을 원하거든요. 그러니 만나는 사람들 모두에게 관심을 보이기는 하되 특별하게 '나만의 커뮤니티'를 하나 만드세요.

더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을 골라서 매우 개인적인 얘기를 하는 거예요. 상대가 고개를 끄떡이며 공감할만한 소재를 찾아서 말이죠. 예를 들자면 액세서리에 관심을 가질만한 친구라면 '나 팔찌 예쁜 거 싸게 파는 곳 아는데 같이 갈래? 나도 선물하려고 사러 갈 건데' 하는 식으로 그가 내게 특별한 존재임을 상기시켜 주는 겁니다. 그러면서 님의 인간적인 약점을 솔직히 드러내기도 하세요. 활발하게 먼저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유쾌한 친구가, 인간적인 약점도 숨기지 않고 내게 말하며 또 나에게 특별한 관심까지 보이니 그 친구도 님을 특별한 친구로 생각할 겁니다. 그런 친구들을 모아 커뮤니티를 만드는 겁니다.

이때 중요한 점 하나. 절대 우정을 섣불리 속단해서 절교 같은 것을 하면 안 됩니다. 절교로 엎어놓으면 되돌리기 힘들 거든요, 누가 압니까. 다시 만나게 될지. 그리고 사실, 친구들에게 인기도 있고 다들 나를 좋아하게 하려면 받은 만큼 주기보다는 받은 것의 두 배는 주어야 합니다. 아니 일단 처음에는 주기만 하세요. 친구 사이라면 너무 주고받은 양을 따지지 말고 베푸세요. 베푼 은덕이 두 배로 불어서 자기에게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 세상에서 견디기 제일 힘든 것이 몸이 아픈 것 보다는 마음이 아픈 것, 즉 외로움이랍니다. 외로워지면 사는 낙도 없어집니다. 친구들에게 인기도 있고 나만의 좋은 친구 만드는 법을 다시 한번 짧게 정리해봅시다.

첫째, 대화의 초점을 상대에게 두고 상대의 취향을 분석하여 그가 원하는 대화를 님이 먼저 이끌어 가실 것. 남이 먼저 다가오기를 처량하게 기다리지 말고.
둘째, 특별히 사귀고 싶은 사람에게는 아주 개인적인 섬세한 접근을 하실 것. 그가 자기만을 더 챙기는 느낌이 들도록 말이죠. 절대로 오고 가고의 양을 따지지 마시고요.
셋째, '남이 나의 이 행동을 보고 뭐라 하면 어쩌나' 같은 소극적인 생각은 절대 금물. '아님 말고'하고 무시하세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씩씩하고 뻔뻔해져야 좋은 친구도 사귈 수 있는 거랍니다. 그럼 님이 뻔뻔해지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볼게요.

'레인보우 상담실' 엄을순 이프 대표
▲ 상담가 '레인보우 상담실' 엄을순 이프 대표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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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레인보우 상담실, #엄을순, #상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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