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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 거창고교장 전성은의 <왜 학교는 불행한가>

 

학교가 행복한 이유는 뭘까? 친구들을 만날 수 있고, 모르는 걸 알 수 있고, 사람 사이에 도리를 배우고 익히기 때문이다. 운동장에서 뛰놀다가도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도 돌만 탓하지 않도록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있기에 행복하다.

 

학교가 불행한 이유는 또 뭘까? 아이들 스스로가 인격의 관계로 만나고 대하기보다 성적의 상대로만 여기기 때문이다. 아이들 수준에서 생각하고 토론하기보다 무조건적인 주입식 교육이 학교를 싫어하게 만든다. 선생님의 생각은 무조건 옳고, 선생님에게 토를 다는 아이는 무조건 잘못 됐다고 가르치는 학교는 불행하다.

 

전 거창고 교장 전성은 선생의 <왜 학교는 불행한가>는 아이들의 재능과 소질, 관심을 최대화시켜주는 일이 학교 교육의 현 주소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책이다. 거꾸로 말하면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의 학교 교육은 경쟁을 수단으로 국민을 통제하던 고대국가와 식민지 국가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지나치면 어떤 과오를 가져올까? 2차 대전 당시 독일이 저지른 히틀러유겐트와 전쟁 막바지에 일본이 저지른 가미가제 특공대 범죄를 일으키는 수준으로 치닫게 된다. 그 당시 독일의 학교는 '총통에게 충성하여 순수한 게르만 민족국가를 건설하자'는 이념을 세뇌시켰고, 일본도 '천황에게 충성할 수 있는 은총'의 교육으로 가득 찼다.

 

1990년 민주교사협의회가 교원노조를 결성할 당시 거창고등학회 산하의 세 학교도 그런 바람이 일 때였다. 그 당시 노태우 정부는 그 흐름을 결사적으로 저지하기 위해 시도교육청을 시켜 교원 노조에 가입한 교사들을 설득하여 탈퇴하도록 초중등학교에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그때 거창고등학교는 어떤 입장을 취하였을까? 거창고등학교는 그 문제에 관해, 교사가 교원노조를 결성하는 것은 헌법의 자유의 문제지, 이사회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교사 각 개인의 고유한 권리를 존중했다고 한다. 아울러 교원노조 가입이 현행법에 어긋나면 검찰이 구속기소하여 법원이 판결할 일이지, 이사회가 파면시킬 일도 아니라고 정했다고 한다.

 

1970년 박정희 대통령의 군부독재 정권이 3선 개헌을 하려고 했을 때다. 그 해 9월 16일 거창고등학교 학생들이 3선 개헌을 반대하는 데모를 했다고 한다. 그 불똥이 경상남도 교육청으로 튀었다는데, 교육감은 장학사를 보내 데모를 주동한 10명의 명단을 가지고 와서 퇴학을 강요했다고 한다.

 

그때 거창고등학교는 어떤 소신을 펼쳤을까? 학생들이 규탄한 부정선거 주장의 사실여부는 검찰이 밝힐 일이지 학교의 몫은 아니라는 것, 학생들이 일으킨 도로교통법은 학교가 처벌할 일이 아니라는 것,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빼먹은 것은 학칙에 의해 출석부로 옮길 일이자 퇴학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 학생들이 국가의 법을 어겼으면 검찰이 구속기소하고 법원이 재판할 일이라는 것, 등을 관철했다고 한다.

 

그렇게 거창고등학교는 학생들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학칙을 준수했고, 또 학생들의 참된 보호자가 되어 주었다. 더 나아가 매년 4월의 마지막 주에 열리는 개교기념 예술제가 되면 그 모든 행사는 학생회에서 주체적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학생들의 자율권을 보장하기 위해 학교가 얼마나 애를 썼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2. 인젠리의 <인재시교>

 

요즘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때문에 학부모들과 선생님들이 난리다. 그런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은 주위가 산만하고,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을 방해하고, 심할 경우 폭력적인 행동을 자주 나타낸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 일로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지도할 수 없다고 부모님에게 호소하고, 부모님은 그 아리를 병원에 데려가 증세를 검진한 뒤 약물로 처방한다. 그렇게 되면 선생님은 으레 그 아이를 왕따 시켜 놓을 수 있어서 좋고, 부모님도 약물을 투여하면 모든 게 치료될 거라 희망을 품는다.

 

인젠리가 쓴 <인재시교>는 애초부터 그런 병은 존재한 게 아님을 밝힌다. 그 증세를 진단할 수 있는 미국의 코넬 아이 행위 진단표나 미국 정신병학회가 만든 진단기준표들에는 신중치 않는 난감한 사실들이 숨어 있음을 밝혀낸다.

 

이른바 경미한 뇌 조직의 손상이 제왕절개 시술 시에 발행한 것으로 추측한다는데 증명할 수 있는 게 못 되고,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은 그 증세를 앓지만 산골 아이들은 그런 증세가 없는 게 의아하고, 비타민 결핍이나 식물첨가제가 그 원인이라면 일상생활의 모든 문제가 원인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더욱이 그건 약물로 치료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녀는 그런 진단표가 엉터리로 된 논리 관계라고 꼬집는다. 오히려 아이의 부모와 교사가 조금만 관심과 이해심을 갖고 아이의 '행동 언어'를 주의 깊게 들으면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밝힌다. 왜냐하면 선생님의 수업방식이 마음에 안 들거나 재미가 없으면 아이들은 집중을 안 할 수가 있는 것이고, 자신을 보호하거나 재미를 느끼기 위해 친구들과 싸울 수도 있는 것이고, 부모로부터 받지 못한 애정결핍을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엉뚱한 행동 언어를 표출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 책이 호소력을 주는 이유는 그녀의 딸 위엔위엔을 키운 16년간의 교육일지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딸아이가 처음 주사 맞는 그 때부터 16살에에 중국 최고의 명문인 칭화대에 합격시킨 모든 과정 과정들을 교육적인 차원에서 써 내려갔다. 물론 애초부터 자녀교육을 염두에 두고 쓴 건 아니다. 그저 공부도 잘 하고 성품도 좋은 그녀의 딸을 보고 많은 학부모들이 상담해 오자, 그때마다 좋은 효과를 본 부모들이 글로 정리해 줄 것을 요청했고, 그것을 써 놓은 걸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일례로 아이들이 돌부리나 책걸상에 걸려 넘어졌을 때 부모들은 그걸 두고 아이를 탓하는 걸 보여준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이 보복행위로서 나쁜 모습이요, 오히려 모든 무생물들까지도 자신과 똑같은 생물체로 대하도록 해야 한다고 일러준다. 그것이 사소한 습관을 가장 좋은 습관으로 만드는 지름길 중의 하나라고 한다. 아울러 산타클로스의 신비한 존재를 늙도록까지 간직하도록 만들어주는 비결도 아이들로 하여금 위대한 상상력을 불어 넣는 일이라고 가르쳐 준다.

 

또한 아이들에게 책을 읽도록 할 때에는 소리내서 읽기보다 그냥 눈으로 읽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한다. 소리 내서 읽으면 더디게 되고, 그 음소리에 마음까지 빼앗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울러 어렸을 때에는 정독보다 줄거리만 이해할 정도의 다독이 절실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고학년에 올라갈수록 책 읽는 시간은 줄어들기 때문이요, 그 때문에 책은 어렸을 때에 많이 읽어두는 게 좋다는 것이다. 더욱이 책을 많이 읽으면 작문과 문법 실력도 훨씬 뛰어나고, 세상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초중학생 특히 초등학생의 비판의식을 키우려면 아이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기보다 먼저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과감하게 말하게 해야 한다. 요컨대 선생님의 말과 행동에 의심이 들거나 모르는 점이 있으면 질문하게 해야 한다."(171쪽)

 

이 얼마나 멋진 모습인가?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하기가 너무 힘들 것이다. 그토록 지엄한 선생님의 권위에 대부분의 초중학생들이 맹목적으로 숭배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생님에게도 실수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어느 누가 용기를 내서 말할 수 있겠는가. 요즘의 가정과 학교교육은 오로지 '말 잘 듣는 아이'와 '튀지 않는 행동을 하는 아이'로 키우고 교육시키는 게 최선이라 생각지 않을까?

 

과연 어떤 학교가 행복한 학교일까? 어떤 학부모가 자녀를 행복하게 하는 학부모일까? 어떤 선생님이 학생들을 행복하게 하는 선생님일까? 아이들을 앵무새나 꼭두각시로 만들기 보다는 각자 각자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불어넣는 부모와 선생님과 학교가 그럴 것이다. 때로는 아이들이 선생님의 실수를 지적해도 받아줄 줄 알고, 교육당국의 잘못된 정책에 피켓을 들어도 관대할 줄 아는 선생님과 교육당국이 있다면, 그곳은 진정 행복한 나라다.


왜 학교는 불행한가 - 전 거창고 교장 전성은, 대한민국 교육을 말하다

전성은 지음, 메디치미디어(2011)


태그:#거창고 교장 전성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인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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