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출빚 부담을 안고 졸업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었다.
 대출빚 부담을 안고 졸업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었다.
ⓒ Mark Kantrowitz

관련사진보기

- 1978년 이래 대학 등록금 900% 이상 인상
- 대학 졸업생 약 2/3, 학자금 대출빚 안고 졸업

- 대학생 대출빚 9000억 달러 넘어서다. 신용카드 빚보다 많은 금액.
- 전체 대학 졸업생 1/3, 대학 졸업장이 필요 없는 직장에서 직장생활 마감

- 1만8000명 이상의 주차장 요원, 대학졸업장 소유
- 식당 웨이터, 웨이트리스 31만7000명, 대학졸업장 소유

- 캐셔(계산원) 약 36만5000명, 대학졸업장 소유
- 소매업 세일즈맨 24.5%, 대학졸업장 소유
- 학자금 대출빚 안은 약 14% 대학 졸업생, 3년 이내 첫 대출빚 상환 실패

'경제 붕괴'라는 뜻을 지닌 'The Economic Collapse' 사이트의 편집자인 마이클 스니더가 지적한 <학생 대출빚의 지옥: 대학 진학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21가지 통계>에 나오는 미국 대학의 불편한 진실이다.

미국의 대학생 수는 현재 1800여만 명이다. 이들은 미국 전역에 있는 5000여 대학에 적을 두고 있다. 대학 등록금이 가장 비싼 나라로 알려진 미국의 공립대학 평균 등록금은 기숙사비와 식비를 포함, 1년에 1만6000달러다. 사립대학은 기숙사비와 식비를 포함, 평균 3만7000달러이고.

하지만 등록금이 아주 비싼 사립대의 경우는 1년 학비가 기숙사비와 식비를 포함, 보통 5만 달러 이상이다(대학 등록금 1위는 사라 로렌스 대학-5만7556달러, 포브스닷컴 자료). 그러니 이런 비싼 대학 졸업장을 얻기 위해서는 4년 동안 무려 23만 달러의 돈을 들여야 한다. 이곳 해리슨버그의 깨끗한 타운하우스 한 채 값이다. 

미국의 많은 대학들이 지난주에 졸업식을 치렀다. TV에는 '2011년도' 졸업식에서 축사를 한 유명인사들의 얼굴이 화면에 비쳤다. 이들의 졸업식 연설은 TV 뉴스와 연예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뉴욕 양키스 구장에서 열린 뉴욕대학 졸업식에서 연설을 했고, 영화배우 톰 행크스와 덴젤 워싱턴, 브룩 실즈는 예일대학과 펜실베니아대학, 프린스턴대학에서 각각 연설을 했다.

기자는 5월 22일, 버지니아주 샬로츠빌에 있는 버지니아대학 졸업식에 참석했다. 한국의 다소 엄숙한 대학 졸업식과는 달리 이곳 대학의 졸업식은 푸른 잔디밭 위에서 졸업생과 온 가족, 친구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흥겨운 한 판 축제였다.   

이날 졸업식에서 축하 연설을 한 밥 맥도넬 주지사는 시종일관 졸업생들의 웃음을 자아내면서 그들의 업적을 치하하고 격려했다. 특히 자식들을 뒷바라지한 부모들의 수고를 언급하면서 그들에게도 잊지 않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코믹한 풍선과 꽃을 들고 졸업식에 참석한 졸업생들은 마냥 행복해 보였다. 졸업가운 안에 입은 여학생들의 시원한 썬드레스와 일부 남학생들의 파격적인 파자마, 슬리퍼 패션은 캠퍼스를 떠나는 졸업생들의 밝은 미래처럼 화려했다.

유투브에 올라온 뉴욕대학의 졸업식에서도 젊은 남녀 졸업생들은 크게 환호하면서 졸업을 자축했고 큰소리로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축하해요, 2011년도 졸업생.(Congratulations, class of 2011!)"
"난 해냈어요. 정상에서 만나요. 정상에서 만나요.(I did! I'll see you at the top. I'll see you at the top!)"

이들 2011년도 졸업생들은 모두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밝은 얼굴을 나중까지 오래도록 볼 수 있을까. 여섯 자리 연봉을 받게 되길 바란다는 졸업식 축하 메시지처럼 이들은 아무런 걱정 없이 돈을 벌고 빌린 학자금 대출도 무난히 갚을 수 있을까. 이들 앞에 탄탄대로가 열릴  것인가.

졸업식에 참석한 가족들. 앞에 놓인 대형 스크린을 통해 졸업식을 지켜본다.
 졸업식에 참석한 가족들. 앞에 놓인 대형 스크린을 통해 졸업식을 지켜본다.
ⓒ 한나영

관련사진보기


평생 대출빚 갚다가 끝날 인생?

미국 대학생들의 대출빚 상황이 심상찮다. 대학생의 학자금 대출빚은 지난해 처음 신용카드 대출빚을 초과했고 올해는 그 규모가 1조 달러(약 1080조 원)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1조 달러는 한국의 국내총생산액(GDP)과 맞먹는 엄청난 규모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미국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빚은 사실 오래 전부터 문제가 되어 왔다.

4월 27일 <허핑턴포스트>에는 대학을 졸업한 한 여성의 눈물겨운 사연이 소개되었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해 5월 뉴욕주에 있는 사립 리버럴아츠대학인 이타카대학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애슐리 엔젤로(22).

애슐리는 대학을 졸업하면서 무려 12만 달러나 되는 큰 대출빚을 지게 되었다. 대출을 받지 않고는 대학을 졸업할 수 없었다는 애슐리. 그녀는 졸업 후 단 하루도 빚 걱정에서 헤어날 수 없었다. 단돈 몇 달러를 아끼기 위해 전날 밤에 다음날 먹을 도시락을 챙기며 빚 걱정을 했고, 아침에 일어나 출근할 때에도 그날 입을 옷을 걱정하면서 역시 빚 걱정을 했다. 물론 일을 시작하고 난 뒤로는 새 옷 한 벌 사 입을 여유가 없었다.

애슐리는 자신이 대학 다닐 때 농담처럼 내뱉었던 "남은 인생 동안 대출빚이나 갚고 있을 것"이라는 말이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현재 12.5달러의 시급을 받는 풀타임 인턴사원으로 일하는 애슐리의 소망은 연금, 수당 혜택이 주어지는 평생직장을 갖는 것이다.

애슐리만이 아니다. 비싼 대학 등록금과 관련된 학자금 대출빚 얘기는 주변에 널려 있다. 우리 아이들이 다녔던 해리슨버그 고등학교의 30대 중반인 카스타네다 선생님 역시 자신이 졸업한 사립대학의 학자금 대출빚을 갚기 위해 아직도 매달 월급 일부를 빚 갚는 데 쓰고 있다.

직장 동료인 크리스틴의 남편도 학자금 대출빚에 얽힌 사연이 많다. 크리스틴의 남편은 8남매 중 하나로 이곳 해리슨버그에 있는 사립대학인 이스턴메노나이트대학을 졸업했다. 결혼한 뒤 이들 부부는 남편의 학자금 대출빚을 갚기 위해 한 사람의 월급은 온전히 대출빚 갚는 용도로만 썼다. 크리스틴 남편은 결혼 전 대출빚 일부를 탕감해 주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에도 참여하여 빚 일부를 탕감 받기도 했다.

이처럼 대학 때 빌린 대출빚을 갚기 위해 애쓰고 있는 졸업생들의 분투기는 한 편의 무용담이다. 크리스틴의 남편은 다행히 직장이 있어 안정적으로 계획을 세워 대출빚을 갚을 수 있었지만 파트타임으로 일하거나 실직한 사람의 경우에는 대출빚을 갚는 게 여간한 고통이 아니다. 

이들이 대출빚을 두고 고민하는 까닭은 이 빚이 다른 빚과는 달리 갚지 않고는 못 배기는 끈질긴 빚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의회를 통과한 <2005 파산 남용 방지 및 소비자 보호법(Bankruptcy Abuse Prevention and Consumer Protection Act of 2005)>에 따르면 대출빚을 쓴 사람이 파산했을 때에도 이 대출빚 상환의 의무는 계속된다. 조금이라도 소득이 발생하면 대출금을 갚아야 하고 심지어 실업자가 되어 실업수당을 받을 때에도 이 대출금 상환은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런 만큼 학자금 대출 탕감은 어떤 상황에서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대출빚을 갚지 못한 졸업생은 재정적으로 완전히 피폐해진 상태에서 힘겹게 살아가기도 한다.  

크리스틴은 남편 얘기를 들려주면서 자신은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친구들과는 달리 자신은 대출빚이 하나도 없이 졸업할 수 있었으니까. 물론 부모님의 학비 지원 덕분이었다. 대학 교수인 아버지와 초등학교 교사인 어머니는 크리스틴 두 남매의 대학 학비를 모두 대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지원해 주는 게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니라고 한다.

오는 9월에 둘째를 출산할 예정인 크리스틴은 자기 부모가 자신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자기도 두 아이에게 대학 등록금 정도는 마련해 주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등록금이 계속 고공행진을 하고 있으면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이처럼 졸업생의 학자금 대출빚이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은 연인 사이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결혼을 앞둔 남녀에게 리얼리티쇼 진행자가 상대방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는지를 물었다. 여자는 거침없이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제 애인이요? 대출빚이 하나도 없어요."

물론 농담으로 한 말이었지만 진담 같은 농담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학창 시절에 빌린 대출빚은 결혼 생활에 영향을 끼치고, 이따금 그 빚 때문에 상담소를 찾는 부부들도 종종 있다고 하니까. 그런 만큼 배우자의 '제로 대출빚'은 매력적인 장점이 될 것이다. <뉴욕타임스>에서는 이렇게 배우자에게 부담을 주는 대출빚을 일컬어 '안티(anti) 지참금'이라는 말을 쓰기도 했다.

잔디밭에서 펼쳐진 버지니아대학의 2011 전체 졸업식.
 잔디밭에서 펼쳐진 버지니아대학의 2011 전체 졸업식.
ⓒ 한나영

관련사진보기


전체 졸업식이 끝난 뒤 단과대학별 졸업식이 이어진다.
 전체 졸업식이 끝난 뒤 단과대학별 졸업식이 이어진다.
ⓒ 한나영

관련사진보기


대학 등록금 왜 이렇게 비싼 거야?

4월 11일, <뉴욕타임스>에는 '대학생 대출빚 부담 늘고 있어'라는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에는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기 아이들이 대학에 갈 때까지 학자금 대출빚을 갚아야 할 것"이라는 대학생 재정 보조 전문가인 마크 칸트로비츠의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알려진 대로 미국 대학의 등록금은 세계 최고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면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은 대학 등록금이 일반 인플레이션율보다 높고 소비자 물가지수보다 높다는 사실이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시카고트리뷴>의 명칼럼니스트인 클러렌스 페이지는 5월 22일자 칼럼에서 바로 이 점을 꼬집었다.

"지난 25년 동안 대학 등록금과 부대비용은 각 가정의 소득보다 세 배나 올랐다. 또한 이 등록금은 지난 10년 동안 일반 인플레이션율보다 높은 5.6%를 기록했다. 왜 이렇게 등록금이 많이 올랐는지 대학측은 조사를 해보고 알려줘야 한다. 심지어 불경기일 때조차 등록금은 오르지 않았는가."

이처럼 비싼 대학 등록금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서 '교육 거품'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미네소타에 있는 비정치적인 교육 기관인 'Intellectual Takeout'은 1978년부터 2010년까지의 대학 등록금과 주택가격 및 소비자 물가지수를 비교한 그래프를 발표했다. 이 그래프에서 'Intellectual Takeout'은 치솟고 있는 비싼 대학 등록금을 거품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이 기관에 따르면 대학 교육의 거품은 연간 소비자 물가 지수에 기초해 볼 때 부동산 거품보다 훨씬 심각한 양상이라고 한다. 주택 가격은 1978년과 2006년 사이에 '겨우' 4.35배 증가했다('겨우'라는 말이 어폐가 있지만 4.35배 증가한 주택가격의 거품은 지금의 엄청난 교육 거품에 비한다면 '겨우' 정도일 것이다).

이에 비해, 대학 교육비는 주택 가격보다 훨씬 상승하여 1978년 이래 지난 30년 동안 10.5배나 증가했다. 물론 이 기간 중에 교육비가 감소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또한 작년 7월 전까지의 12개월 동안 대학 등록금과 부대비용은 동일 기간의 인플레이션 증가율인 1.3%의 4배가 넘는 6% 인상되었다.

1978년부터 2010년까지의 대학 등록금과 주택가격 및 소비자 물가지수 비교. 갈색 대학 등록금 상승 곡선이 가파르다.
 1978년부터 2010년까지의 대학 등록금과 주택가격 및 소비자 물가지수 비교. 갈색 대학 등록금 상승 곡선이 가파르다.
ⓒ Intellectual Takeout

관련사진보기


미국 대학의 등록금이 비싸고 이 등록금이 소비자 물가지수나 인플레이션율에 비해 많이 오른 건 사실이다. 워싱턴 DC에 있는 싱크탱크 기관인 <퓨리서치 센터>의 올봄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18세 이상, 전국 남녀 2142명)의 75%는 미국의 교육비가 비싸다고 응답했다.

학생 개인빚,
 학생 개인빚,
ⓒ Mark Kantrowitz

관련사진보기

이렇게 비싼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 대학생의 약 2/3가 평균 2만4000달러의 빚을 지고 대학문을 나서고 있다(2010년 기준). 더구나 최근에는 경기 불황으로 인해 취업률도 떨어지다 보니 이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연두교서>에서도 대학 교육과 관련된 발언을 많이 했다. 고등학교 졸업장이 끝이 아니라고 강조한 오바마 대통령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더 많은 미국인이 대학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대학 등록금과 비싼 부대비용을 감안한다면 대학 진학이 최선의 선택인가에 대해서 회의가 드는 게 사실이다. 진정으로 더 많은 국민들이 대학 교육을 받게 하려면 우선 당장 비싼 등록금부터 내려야 할 것이다.

인디애나대학의 파비오 로하스 교수도 <허핑턴포스트>에서 미국의 비싼 대학 교육에 대해 이렇게 꼬집었다.    

"30년 전만 하더라도 대학은 현명하고 온당한 투자였다. 하지만 (대출빚에 허우적대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평생 갇혀 지내는 일이고 거기서 빠져나올 수 없는 장애물이다."


태그:#등록금, #대학, #대출, #빚, #학자금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