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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넘게 사용한 낡은 휴대폰
 4년 넘게 사용한 낡은 휴대폰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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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진짜 오래된 거네요"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 그도 그럴 것이 내 휴대폰은 4년 전에 구입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물건 하나를 4년 동안 사용한다는 것 자체는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물건이 휴대폰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휴대폰이 워낙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4년전 휴대폰'은 거의 골동품처럼 취급된다.

요즘은 또 '스마트폰'이 대세 아닌가. 지하철에서도 책을 읽는 사람들보다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무엇인가를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주변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보면 '저건 내 휴대폰과는 차원이 다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휴대폰으로 고작 음성통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을 뿐이다.

휴대폰을 처음으로 구입했던 때가 떠오른다. 1999년 봄에 나는 휴대폰을 처음으로 개통했다. 그때까지는 '삐삐'라고 불리던 무선호출기만을 지니고 있었다. 삐삐가 처음 등장했을때도 나는 그것을 허리띠에 차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약간 의아해했다. 얼마나 바쁜 일이 많기에 무선호출기를 가지고 다녀야 한단 말인가?

삐삐가 유행했을 때는 공중전화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어딘지 모를 전화번호가 삐삐에 찍히면 그 번호로 전화를 걸어서 상대방에게 '호출하신 분 바꿔주세요'라는 식의 말을 했고, 그럼 저쪽에서는 '삐삐번호 뒤의 네자리 불러주세요'라고 확인을 했다. 정말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당시 내 주변에는 '시티폰'이라는 이름의 발신전용전화기를 가지고 다녔던 친구들도 몇몇 있었다. 그 친구들은 시티폰의 장점에 대해서, 그러니까 삐삐로 호출받고 시티폰으로 전화를 거는 그 편리함에 대해서 이야기했었다. 그때 나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10년이 지나자 휴대폰이 필수품이 되고 말았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처럼, 삐삐의 전성기는 너무나도 짧았고 그 자리를 대신한 휴대폰이 세상을 점령해버린 것이다. 휴대폰이 없는 생활을 상상이라도 할 수 있을까?

망가진 휴대폰을 바라보며 떠오르는 생각들

기기변경을 위해 매장에 들어갔더니 직원은 스마트폰을 권한다.
 기기변경을 위해 매장에 들어갔더니 직원은 스마트폰을 권한다.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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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넘게 사용해온 휴대폰이 결국 망가지고 말았다. 전에도 한 번 고장이 나서 서비스센터에서 수리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또 망가지고 말았으니 이 휴대폰은 여기까지인 모양이다. 갑자기 화면이 먹통이 되더니 어떤 버튼을 눌러도 화면은 그냥 캄캄할 뿐이다. 이래서야 누가 문자를 보내더라도 그 내용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사무실 전화로 내 휴대폰에 전화를 걸어보았더니 벨도 울리고 통화도 된다. 그냥 액정화면만 고장난 모양이다. 다시 서비스센터로 가지고 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 휴대폰에는 액정말고도 다른 문제가 있다. 오랫동안 사용했기 때문에 키패드의 버튼 몇 개가 제대로 눌러지지 않는다. 그 버튼들을 누를 때면 살짝 짜증이 날 정도다.

그러니까 내 휴대폰은 여기저기가 아픈 것이다. 세상 모든 것들에는 자기만의 수명이 있을테니, 이 휴대폰도 몇 군데가 망가지며 자신의 수명이 다했다는 것을 나에게 알리고 있다. 그래서 과감하게(?) 휴대폰을 바꾸기로 했지만 아쉬운 점이 많다.

이 휴대폰은 최소한의 기능만을 사용하는 나에게 딱 맞는 모델이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슬라이드형이고, 한 손에 쏙 들어갈만큼 작은 크기라서 바지주머니에 넣고 다녀도 불편하지 않았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어떤 모델을 고르든지 지금 휴대폰보다 나을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어쩌겠나, 수명이 다했다면 바꾸는 수밖에.

사무실 근처의 매장에 찾아갔더니 직원은 우선 나에게 여러 가지 종류의 스마트폰을 보여준다.

"스마트폰 아닌 걸로 보여주세요."

스마트폰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들을 전부 익힐 자신이 없다. 새로운 것을 접하는 것은 즐거움이자 동시에 스트레스다.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것은 스트레스의 측면이 더 강할 것 같다.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만 사용하는 나에게 과연 스마트폰이 필요할까.

이 질문은 예전부터 스스로 자신에게 던져보았었다. 물론 편한 점도 많을 것이다. 길거리나 지하철에서도 인터넷서핑을 할 수 있고 게시판에 글을 올리거나 이메일을 보낼 수도 있다. 지루한 시간에 DMB를 시청할 수도 있다.

그래도 나한테는 아닌 것 같다. 이런 기능들이 싫어서가 아니라, 굳이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하거나 TV를 볼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익숙해지다보면 스마트폰에 중독될 것도 같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TV는 TV로 보고 인터넷은 데스크탑이나 노트북으로 하는 것이 나에게는 어울린다.

그래서 스마트폰이 아닌 그냥 휴대폰을 하나 골랐다. 요즘에는 슬라이드형이 생산 안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폴더형을 택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개통이 안 되니 내일 오전까지 기다리라는 말도 함께 들었다.

새 휴대폰은 몇 년이나 사용할 수 있을까

새 것과 헌 것
 새 것과 헌 것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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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구입한 휴대폰을 가지고 들어와서 예전 휴대폰과 비교해보니 일단 크기에서 차이가 난다. 새것이 더 얇지만 더 크다. 폴더를 열었더니 전체길이가 내 얼굴길이와 비슷하다. 왜 이렇게 커졌는지 궁금하다. 사용자들의 편의를 위해서 화면도 넓어지고 키패드도 큼지막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개통 안된 상태에서 이것저것 메뉴를 꾹꾹 눌러보았다. 이전 것과 같은 회사 제품이라서 메뉴구성도 큰 차이는 없다.

그렇더라도 이 폰에 익숙해지려면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새로 구입했으니 이 휴대폰도 몇 년은 넘게 사용해야 하겠지. 지금 스마트폰이 대세라면 몇 년 후에는 어떤 폰이 유행을 주도할지 의문이지만, 워낙 빨리 변화하기에 그때의 풍경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그렇더라도 유행 때문에 내키지 않는데도 기기를 변경해야하는 사태는 생기지 않으면 좋겠다. 모든 것이 너무나도 빨리 바뀐다. 거기에 적응할 생각을 하면 걱정부터 앞선다.


태그:#휴대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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