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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체인지(The Change)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씽크카페컨퍼런스@대화는 대규모 이벤트로서의 컨퍼런스가 아니라 매년 중요한 사회적 의제를 담아내고, 컨퍼런스를 계기로 사람들이 모이고 함께 대화하고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컨퍼런스를 지향합니다. 이와 같은 컨퍼런스의 취지를 살리고 또 참여하시는 분들에게도 사전에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자 인터뷰 시리즈를 기획하였습니다.

먼저 컨퍼런스에서 기조발표를 해주시는 분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기조발표를 해주시는 분들과의 인터뷰가 끝나고 나면 15가지 주제 테이블의 호스트 역할을 해주시는 분들과의 인터뷰도 기획 중입니다. 꼭 컨퍼런스의 발표자나 호스트가 아니더라도 컨퍼런스의 주제에 대해 좀 더 다양한 측면에서 깊이 있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와 상상력을 제공해주실 만한 분들과의 인터뷰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씽크카페컨퍼런스@대화 기조발표자 가운데 네 번째로, 조국 서울대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인터뷰는 지난 4월 21일에 진행됐습니다.

- 요즘 교수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다고 스스로도 느끼시죠? 조 교수님이 훤칠하게 잘생긴 탓도 있겠지만(웃음) 그런 것보다 사회적 요구의 반영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본인이 느끼시기에는 어떤가요?

"몇 가지 까닭이 있겠지만, 제가 사회적 활동을 과거부터 쭉 해왔는데 갑자기 작년 말 올해 초에 이렇게 부각되는 건 먼저 현실 정치일정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정치판에서 '먹힐' 수 있는 신상품으로 간주되는 거지요. 조국이란 존재는 그 전에도 있었고 글도 쓰고 활동도 했는데, <진보집권플랜> 등 몇 가지 책을 내면서 사회참여의 폭을 넓히고 있으니까 조명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하게는 한국 진보의 방향과 활동방식과 관련이 있다고 봐요. 조중동이 저를 '강남좌파'라고 야유하고 제가 "마음대로 불러라"라고 응수한 후, 저는 강남좌파의 대표가 되고 말았어요. 저는 제 나름의 생각과 경험에 기초해서 진보적 활동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저의 활동은 기존의 '전통좌파'의 움직임과 다른 측면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진보운동의 '본진'은 아니잖습니까? 정당활동가도 노동운동가도 아니니까.

 

축구에 비유하자면 '리베로'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데, 대중이 본진이나 선봉장이 아닌 리베로 역할을 하는 사람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좋은 일인데, 한편으로는 비정상적인 일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대중의 반응은 우리 사회의 진보와 좌파가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에 대한 예고 또는 기대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진을 중시하면서도 리베로가 강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그 속에서 본진이 유연해지고 강화되는 '진보의 진보' 또는 '진보의 진화'가 필요하다는 판단과 희망이 이른바 '조국현상'의 바탕에 깔려 있다고 봅니다. 민주노동당이 이정희 의원을 대표로 택했을 때 대중의 긍정적 반응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형성된 것이고요. 반대로 수구보수진영은 이런 현상이 두려운 거지요. '강남좌파'라는 집단이 생기는 것은 우파진영을 쪼개는 것이니 불안하고, 이런 불안이 저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표출된 것이지요.

 

하나 더 추가하자면, 저의 외모, 서울대 출신에 미국 유학파, 그리고 서울대 교수라는 스펙 등이 작용하였을 것이고요. 이 점에서 저는 저의 내공 또는 콘텐츠보다는 과대하게 평가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이 점을 자경자계해야겠지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제가 속으로만 파고들지는 않을 겁니다. 저 자신의 스펙을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를 잘 활용해서 진보의 외연을 넓히는 작업을 해야 된다고 봅니다."


- 사람들이 조 교수님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다른 정치가 더 필요하다 뜻이 반영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조 교수님 전공이 정치는 아니잖아요? 전공이 실제론 어떤 거죠?

"제 전공은 형사법입니다. 형사법이란 분야가 다른 어떤 법보다 인권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대법원장 지명으로 국가인권위원도 했습니다. 형사법과 인권이 제 전공이죠. 그런데 세상의 온갖 문제가 인권문제다 보니까 그 온갖 문제에 다 개입하고 있지요."(웃음)

 

대중과 대등하게 소통하고 감성을 공유해야


- 제가 볼 때 조 교수님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활발한 소통을 하는 몇 안 되는 교수님 중의 한 분이세요. 학생들하고도 그런 방식의 소통이 활발하신가요?

"학생 중에서 제게 이야기하지 않고 팔로우하는 이가 많은 것으로 압니다. 보다 적극적인 학생은 페이스북에서 친구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하더군요. 수업을 듣는 학생용으로는 별도의 사이트가 있어요." 


- 소셜미디어를 사용해보시니까 어떠신가요?

"저는 원래 페이스북을 오래 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지금도 페이스북이 즐겁고 편해요. 왜냐하면 제가 친구 범위를 설정할 수 있고 그 속에서 깊은 얘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친구신청이 많이 들어오지만 저는 의도적으로 직·간접적 인연이 있는 사람에 한하여 친구신청을 승낙하고 있고, 종종 친구삭제를 하기도 합니다. 친구 범위가 너무 확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저의 페이스북 공간은 우리 사회에서 진보적, 개혁적 지향을 갖는 사람들이 논쟁도 벌이고 합의도 하는 마당 역할을 합니다. 정당으로 말하자면, 민주당,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성향의 분들이 다 교유하고 있지요.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연이 끊어졌던 사람과 관계가 회복되기도 하고, 과거 생각이 달랐던 사람과 다시 친해지기도 하고 말입니다. 페이스북에서의 교유가 오프라인으로 이어지기도 하구요. 연배로 봐서는 '486세대'를 기준으로 플러스 마이너스 10 정도의 세대가 모여 격의 없이 교유하고 있어요.

 

트위터는 사실 전혀 할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진보집권플랜> 홍보를 해야 된다고 해서 얼떨결에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트위터는 제 의사와 관계없이 팔로어가 생기는 공간이더라고요. 내가 상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나를 선택하더라고요. 물론 내가 블록을 할 수는 있지만, 이는 예외적이고. 그래서 난감하였습니다. 할 건가 말 건가 고민했어요.

 

그런데 이미 트위터에 팔로어가 생겼는데 제가 그만둬버리면 무책임한 사람이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페이스북과 병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두 공간의 역할은 달리 설정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깊은 논의가 필요한 이야기는 페이스북에서 하고, 세상일에 즉각적 개입이 필요한 사안은 트위터에 올립니다. 물론 동시에 다 올리는 경우도 있고요.

 

소셜미디어를 즐기면서 수반되는 단점은 시간문제입니다. 이는 트위터의 경우가 심합니다. 현재 팔로어가 7만 명 가량 되는데 이 중 1/1000만 저에게 질문을 던져도 70명 아닙니까? 고민이 됩니다. 그래서 자투리 시간에만 소셜미디어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 겨울방학 때부터 실시한 자구책이 있는데, 바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동안에는 소셜미디어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이를 '인터넷 하안거', '인터넷 동안거'라고 부르고 있지요. 이 기간 동안에는 주로 밀린 논문 집필 작업에 주력합니다. 올해 7월에도 '하안거'를 선언할 것입니다.

 

소셜미디어의 의미로는,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가 던지는 메시지를 생각합니다. 레닌은 러시아혁명을 위하여 신문을 창간하자고 말했지요. 그런데 레닌이 현대 한국에 있다면 소셜미디어에 적극 뛰어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보를 주장하는 사람과 세력에게 소셜미디어라는 공간은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진보진영이 전통적으로 수행해온 활동방식이나 조직방식이 의미 없다는 것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소셜미디어 공간에 대한 관심이 더 확대되고 심화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진보진영의 조직이나 사람들도 소셜미디어에 많이 들어와 있지요.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자신의 활동을 통지하고 홍보하는 데 그치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거 말고 실제로 대중과 대등하게 소통하고 감성을 공유해야 한다고 봐요. 그래서 저는 전통적 진보진영이 소셜미디어에서 하는 자신의 활동방식을 되돌아보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소수자 인권 문제에선 진보 보수 똑같아 

 

- 조 교수님에 대한 관심도 지금 우리 사회에서 변화라는 것이 중요한 화두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 보이는데,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요약하자면 노동, 복지, 평화를 중시하는 체제를 수립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세 가지가 적어도 향후 5년간의 시대정신일 것이라고 봅니다. 노동의 경우 비정규직 문제 해결, 최저임금 상승 등이 중요하고, 복지의 경우 진보개혁진영이 합의하고 있는 '3무 1반' 정책이 중요하지요. 이와 관련하여 저는 항상 노동 없는 복지는 위험하다고 강조해왔어요. 양자는 같이 가야 합니다.

 

평화의 경우는 남북은 6·15공동선언으로 돌아가야 하고, 북미는 9·19합의로 돌아가는 것이 최상책이라고 봅니다. 문화 차원에서 보면, 탈권위주의 문화의 안착이 중요해요. 권위는 필요하죠, 학문적 권위든 문화적 권위든. 그러나 권위주의는 배척해야 합니다. 현대 한국사회의 능동적 시민은 권위주의를 강하게 혐오합니다. 시쳇말로 '꼰대'를 싫어하지요. 가르치는 자가 아니라 소통하고 대등하게 이야기하는 자를 원하지요.

 

과거 노무현 대통령 시기 김근태 당시 열리우리당 당의장이 사용한 표현을 빌자면, "계급장 떼고" 대화하고 논의하기를 원하는 것이지요. 소셜미디어 안에서 이 점은 더욱 분명하지요. 상대방이 누구든 간에 주장하는 내용을 보려고 하지요. 올바르면 승복하고 아니면 아닌거죠.

 

우리 사회의 문화가 집단보다는 개성과 개인을 중시하는 사회로 가고 있으며, 그 방향은 옳다고 봅니다. 소셜미디어가 발달된 것도 개인이 직접 뉴스도 공급하고 다른 사람과 대등하게 만나겠다는 대중의 희망과 부합했기 때문 아니겠어요.

 

진보진영의 활동가들은 1980~1990년대의 경험을 '원체험'으로 가지고 있어요. 당시의 사고, 행동방식은 이른바 '민주집중제'였잖아요. 논의하고 결정하고, 결정하면 집행하고. 이것이 계속 반복되는 방식 말입니다. 사용하는 언어도 당시의 언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요. 촛불시민은 '명박산성'을 쌓는 MB에 대해서 '넌 왜 그렇게 후지냐? 콱 틀어막힌 꼰대냐?'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촛불시민은 진보진영에게도 충격을 주었어요.

 

진보진영 활동가들은 그 현장에서 '운동권식'으로 움직였는데, 촛불시민은 '우리는 그렇게 안 놀래'라고 말했어요. 촛불시민은 이렇게 선언한 거예요. '우리가 바로 너희가 말하는 대중이다. 제대로 보아라.' 이는 문화적 선언임과 동시에 정치적 선언이었지요. 이는 그 이전부터 준비되었던 것인데 촛불시위라는 공간에서 현상화된 거죠. 이런 변화의 흐름이 소셜미디어 공간에도 흐르고 있다고 봐요."


- 인권 영역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인권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자유권, 사회권, 그리고 소수자의 인권.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자유권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되었어요. 물론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지 않고 있지만, 그 위력은 매우 약화되었어요. 웬만한 사건은 거의 다 집행유예로 나오고 있어요. 10년 전 같으면 중형이 선고되었을 것인데.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자유권 수준이 급속히 떨어졌어요. 경제정책 비판한 네티즌을 감옥에 넣으려고 하고, 정부 비판 프로그램 만든 <PD수첩> 관련자도 감옥에 넣으려고 하고, 정부 비판한 박원순 변호사에 대해서는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고 말입니다. 검찰이 기소를 안 해야 하는 사건인데도 기소를 하고 있어요.

 

자유권이란 게 딴 게 아니라, '입'을 자유롭게 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명박 정부하에서 시민은 말을 할 때 자기검열을 하게 되고, 말을 하고 난 후에도 혹시 처벌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었어요. 말도 안 되는 후퇴입니다. 자유로운 사회가 되려면 시민의 입에 재갈을 물려선 안 되죠. 자유권의 경우 적어도 김대중, 노무현 정부 수준으로는 회복되어야 해요.

 

사회권 문제는 노동과 복지 문제인데, 이 분야는 이명박 정부 이전부터 심각해졌어요. 노무현 정부 시절에 비정규직법 통과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사회권의 보장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한계를 극복하는 문제와 직결됩니다.

 

현재 대중의 고통의 근원은 사회권의 미보장에 있어요. 자유권이 매우 후퇴하였지만, 대중은 이 점보다는 노동과 복지라는 민생문제 때문에 더 힘들어하고 있어요.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는 인권 그러면 자유권 문제였지요. 그러나 탈권위주의 이후에는 중점은 사회권으로 옮겨갑니다.

 

세 번째 소수자의 인권 문제입니다. 소수자에 대해서는 정치적 진보, 보수와 관계없이 똑같이 '공범' 차원으로 낙인을 붙이고 차별하는 경향이 있어요. 예컨대 동성애자, 혼혈인, 외국인노동자 등에 대하여 진보, 보수 관계없이 편견을 가지고 있잖아요.

 

자유권이건 사회권이건 대변자가 있어요. 인권침해를 제기하고 이를 풀기 위하여 세력을 형성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제도에 반영하는 힘이 있는 세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소수자의 경우 그러한 대변자가 없는 경우가 많아요. 따라서 진보진영에서 의식적으로 소수자의 목소리를 수용하고 그들과 소통, 연대하는 노력을 기울어야 해요."

 

- 요즘 바쁘게 강연 다니시잖아요. 그러면서 느끼는 분위기가 어떤지, 마지막으로 여쭙겠습니다.

"저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두 가지로 딱 나뉩니다. 첫 번째 그룹은 저를 예비 정치인으로 보고 빨리 교수를 그만두고 정치로 나가기를 강력히 원하는 그룹이입니다. 이들은 정치인으로 변신하지 않으면 '비겁'하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두 번째 그룹은 절대 정치인으로 변신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그룹이에요. 이들은 독립적 지식인의 위치를 계속 유지하면서 진보의 가치를 확장하고 진보의 진지를 강화하라고 요구합니다.

 

저는 'My Way(마이 웨이)'를 가려 합니다. 한편 이와 별도로 일종의 '팬덤현상'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연예인이나 직업 정치인도 아닌데 말입니다.(웃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제 목소리에 관심이 있고, 이분들은 제가 세상의 모든 문제에 대해 답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질문하는 경우도 있고요.

 

'보이스 파워'가 세지는 것은 좋은 일이겠지만, 조심해야 할 점이 많음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진보의 가치가 구현된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보이스 파워'를 쓸 것입니다. 저는 정치적 결벽증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이 힘은 신중하게 그리고 진중하게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http://thinkcafe.org/conference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태그:#씽크카페, #오마이뉴스10만인클럽, #씽크카페컨퍼런스,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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