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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과 옷 등을 머리에 인 무격이 복을 불러들이는 대감굿을 하고 있다
▲ 대감굿 떡과 옷 등을 머리에 인 무격이 복을 불러들이는 대감굿을 하고 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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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판에서 가장 흥이 넘치는 굿거리 절차는, 역시 '대감굿'이 제격이다. 대감을 논다고 하면 사람들은 절로 입이 벌어진다. 그만큼 사설과 동작 그리고 음악 등이 흥이 넘친다. 그래서 대감을 흔히 '욕심 많고 탐심 많은 대감'이라거나 '복을 주고 흥을 주는 대감'이라고 한다.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세상사에서 대감굿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그런 화를 삭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안택굿에서 대감굿을 할 때면 먼저 '군웅대감'을 하고 난 후 '텃대감'을 논다. 텃대감을 놀 때는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복을 빌어준다. 떡시루를 머리에 이고 막걸리 병을 손에 든 대감은. 가는 곳마다 복을 불러들이고 난후 주인장에게 그 많은 복을 넘겨준다. 그저 말만 들어도 신이 나는 대목이다.

대감독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4월 27일, 수원시 인계동에 살고 있는 손아무개의 집에서는 안택굿이 벌어졌다. 이 굿거리 절차 중에서 대감굿을 하고 난 후, 집안에 모셔진 대감독을 열고 복을 퍼 담는 과정이 있다. 주인도 굿을 하는 사람들도, 굿판에 모인 사람들도 모두 흥겹다. 과거에는 대감굿을 할 때가 되면 광문을 활짝 열어놓는다. 대감이 광 안에 들어가 볏섬을 지고 나오면, 그 볏섬은 '대감몫'이라고 한다.

대감이 집안에 한 바퀴 돌아 다시 굿 장으로 오자, 머리에 인 떡시루에 가득 담아 온 복을 주인에게 넘겨준다. 그리고 집안 한편에 모셔 놓은 대감독을 열어 그 안에 있는 보자기에 싼 돈을 펼쳐들고 한바탕 재담이 펼쳐진다.

"겨우 이걸 대감몫이라고 모아 두었냐? 그동안에 벌어 준 것이 얼마인데."
"가득 했는데 이번에 굿 하느라고 꺼내 썼죠."
"왜 내 것을 꺼내 쓰냐?"
"아이고 매년 그렇게 모아서 대감님 모실 때 그 돈으로 비용을 쓰는 것인데요."

무격과 당주의 승강이에 사람들은 배를 잡고 웃는다. 대감독 안에는 쌀과 돈이 들어있다. 대감독이나 대감단지는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집 안에 모셔 놓는다. 항상 그곳에 쌀과 돈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은, 사업장에 돈이 잘 돌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한다.

집안에 모셔놓은 대감독.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대감독을 모셔 놓으면 돈을 잘 벌 수 있다고 한다.
▲ 대감독 집안에 모셔놓은 대감독.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대감독을 모셔 놓으면 돈을 잘 벌 수 있다고 한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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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들어간다. 복 받아라"

한참이나 온갖 재담을 다 늘어놓은 무격은, 대감독 안에 있는 돈에 새 돈을 더해 집주인에게 넘겨준다. 대감독에 더 많은 재물을 쌓아놓는 것이다. 그런 행위가 모든 복을 다 불러들인다는 뜻이란다.

대감굿은 관직에 있던 신령들을 일컫는 것이다. 그 신령들을 불러들여 집안에 복을 떠다 준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금산(金山)에 가서 금도 뜨고, 은산(銀山)에 가서 은도 떠서' 모두 굿을 하는 제가집에게 준다고 한다.

대감굿의 절정은 도깨비대감이 들어오면서 부터이다. 도깨비대감은 그야말로 해괴한 짓을 다한다. 숯 검댕을 손이 묻혀 굿판에 모인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발라댄다. 사람들은 이리저리 피하면서도 웃느라 난리법석이다. 그만큼 대감굿은 굿판의 꽃이라고 할 수가 있다. 거나하게 막걸리 한 잔을 마신 사람들은 대감굿이 시작되면 벌써 기대에 찬 표정들이 된다.

대감독 안에는 쌀이 차 있고, 그 안에 돈을 함께 넣어 놓는다
▲ 독 안 대감독 안에는 쌀이 차 있고, 그 안에 돈을 함께 넣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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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판은 열린 축제의 마당

우리의 전통 굿은 '열린 축제의 마당'이라고 표현을 한다. 그 안에는 남녀노소 빈부귀천이 없다. 그저 문을 열어젖히고 모든 사람들이 모여들기를 바란다. 항상 왁자지껄하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 굿판이다. 그리고 그 굿판에서는 굿을 하는 집만이 아니라, 굿판에 모인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복을 나누어 준다. 그래서 굿판은 '열린축제'이다.

사람들의 주머니마다 복을 담아주는 대감. 굿판의 대감은 사람들이 많이 모일수록 흥이 난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복을 나누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심성이 바로 우리네의 심성이다. '나 혼자'가 아닌 '우리'를 알게 해 주는 대목이다.


태그:#대감굿, #대감독, #굿거리, #안택굿, #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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