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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마다 1명 산재사망, 5분마다 1명 산업재해"

"OECD 산재사망 1위"

 

복지국가 담론이 한창인 2011년 대한민국을 부끄럽게 만드는 사실이며 현실이다. 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해마다 2천명 이상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10만 명에 이르는 노동자가 다치는 한국사회의 아픔을 시민사회가 함께 나누는 장이 마련됐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민주노총, 보건의료단체연합,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인권단체연석회의 등 21개 단체는 20일 오전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4·28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 시민위원회' 출범을 공식으로 알렸다. 이들은 삼성반도체 백혈병, 이천 냉동창고 화재, 쌍용자동차 노동자 자살, 4대강 속도전에 죽어가는 건설노동자, 용광로 청년노동자, 피자배달원 사망 등 최근의 산재사망을 이야기하며 '막을 수 있었던' 재해에 대응하지 않는 한국사회를 함께 아파하고 치유하자고 호소했다.

 

 

기자회견에는 산재사망의 아픔을 자기 문제로 여기고 일하는 사람들이 직접 그들을 추모하는 이야기를 전달했다. 반올림 활동가 이종란 노무사는 삼성 백혈병 문제를, 청년유니온 이종필 조직팀장은 속도경쟁으로 사망한 피자배달원을, 건설노조 박대규 부위원장은 4대강 사업에서 사망한 건설노동자를 이야기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영진 사무처장은 "산재가 사회 구성원들로부터 관심이 높아지고 노동자 권리로 다가가야 한다"며 국가와 사회 역할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산업재해는 사회가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업무와 무관하다고 증명되지 않는 이상 모두 산재로 인정하고 산재가 아니라는 입증은 기업이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기업과 기업주가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보다 이윤을 먼저 생각하는 탓에 산재사망, 산업재해 예방이 안 된다는 의미를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는 작년까지 노동자 중심으로 이뤄졌다. 올 해부터는 시민사회단체, 인권단체 등이 참여하면서 사회가 일터에서 일하다 생명을 잃은 노동자를 생각하는 계기로 그 의미를 확장하게 됐다. 4·28추모시민위원회는 오는 28일까지 온오프라인 추모행동과 추모문화제 등의 행사를 갖는다.

 

4·28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 유래

1993년 4월, 태국의 케이더(Kader) 장난감 공장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노동자들은 밖으로 도망가려 했지만, 공장문은 밖에서 굳게 잠겨 있었다. 가난한 노동자들이 혹시라도 공장의 인형을 훔쳐 갈까봐 회사 관리자들이 문을 밖에서 잠갔기 때문이다. 이날 화재로 18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중 174명이 여성노동자였고 많은 수가 미성년의 어린 노동자였다.

 

참사가 있은 3년 뒤인 1996년 4월 28일, 국제자유노련의 각국 노조 대표자들이 당시 사망한 노동자를 추모하고 산재사망의 심각성을 알리자는 뜻에서 처음 촛불을 들었다. 이후 국제자유노련과 국제노동기구(ILO)는 이날을 산재사망 노동자 공식 추모일로 정하였다. 현재는 110개 이상의 나라에서 산재사망 노동자를 추모하는 다양한 직접 행동을 벌인다.

 

한편, 한국에도 태국 케이더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419혁명이 있었던 1960년 3월 2일 부산 범일동 국제고무공업주식회사에서 화재가 발생, 노동자 62명이 사망하고 39명이 부상당한 것. 피해노동자 다수는 역시 어린 여공이었다. 당시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도난을 염려해 문이 잠겨 있었고 도피할 유일한 통로는 나무 계단이어서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자 무너졌다고 한다. 여기에 책임자급은 비상구를 막기까지 했다.

 

4월 28일은 끔찍했던 노동자의 죽음과 부상을 기억하고, 이윤 때문에 무참하게 짓밟히는 노동자 건강과 안전을 요구하는 공동행동의 날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일과건강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4.28추모, #산재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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