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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에 떠나는 신혼여행 (주)여행박사가 마련한 '육십에 떠나는 신혼여행'에 참가한 7쌍의 부부들이 중국 청도의 노산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들 부부는 4박 5일간 청도 일대를 관광했다.
▲ 육십에 떠나는 신혼여행 (주)여행박사가 마련한 '육십에 떠나는 신혼여행'에 참가한 7쌍의 부부들이 중국 청도의 노산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들 부부는 4박 5일간 청도 일대를 관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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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지요. 신랑하고 20대에 결혼해서 여행이라고 가는 게 아예 처음이에요. 우리 아저씨는 선비님이시라 여행이나 돈 이런 걸 몰라요. 그나마 딸 셋에 아들이 하나인데 이번에 사위들까지 단합해서 이런 기회를 다 만들어줬네요."

유난히 화창했던 지난 5일, 인천항 제2국제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만난 이양순(61)씨의 표정은 밝았다. 이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화사한 옷차림에 저마다 큼지막한 짐을 든 노부부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노부부들의 표정에는 하나같이 첫 해외여행의 설렘이 잔뜩 묻어났다.

이날 출국장에는 총 6쌍의 부부가 모였다. 이들은 모두 51·52년생으로 결혼초기 어려운 형편 때문에 신혼여행을 다녀오지 못한 채 환갑을 맞이한 부부들이다. ㈜여행박사가 마련한 '60에 떠나는 신혼여행' 이벤트에 선정된 이들 부부는 4월5일부터 9일까지 4박5일간 중국 청도로 늦깎이 신혼여행을 떠났다.

결혼 30년만의 첫 여행

한 곳을 바라보는 부부 김현식(60)씨 손권숙(54)씨 부부가 소어산 정상에서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 한 곳을 바라보는 부부 김현식(60)씨 손권숙(54)씨 부부가 소어산 정상에서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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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약속들은 다 지킬 수 있었지만 신혼여행만은 아직까지 지키지 못했습니다. 이제껏 나를 믿고 지켜봐준 제 안사람, 다정히 손을 잡고 석양을 바라보며 앞으로 남은 제2의 인생에 대해 다시 한 번 약속을 하고 싶어 이렇게 직접 사연을 보냅니다.'

자녀들이 부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적어 보낸 다른 참가 부부들과는 달리 김현식(60)씨는 본인이 직접 ㈜여행박사에 사연을 띄웠다. 출국장에서 만난 김씨는 "내가 사실은 스물두 살 때부터 10년 동안 원양어선을 탔어요"라며 기자에게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들려줬다.

몸이 불편하신 부모님과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생들, 장남이던 김씨는 생계를 위해 스물두 살이 되던 해 무선통신요원으로 남태평양 일대를 운행하는 원양어선에 올랐다. 10년간 배를 타며 착실히 돈을 모았지만, 동생들 학비를 대느라 그에게는 단칸방 전셋값을 치를 돈도 남아있지 않았다.

지금의 부인 손권숙(54)씨를 만난 것은 그가 고향에 돌아온 31살 무렵이다. 김씨는 "비록 가진 돈은 없지만 당신 하나 마음고생은 시키지 않겠다"며 청혼했고, 연애 3개월 만에 결혼에 성공했다. 하지만 넉넉지 못한 형편에 신혼여행은 엄두도 내지 못해 부인에게 '나중에 꼭 가자'는 약속만 남겼다. 그렇게 30년이 흘렀다.

결혼 30년만의 첫 여행, 설렐 법도 하지만 부인 손씨는 "나보다는 우리 아저씨가 어린애처럼 신났다"며 "약속한 걸 드디어 지킬 수 있게 됐다면서 좋아했다"고 귀띔했다. 옆에 앉아있던 김씨는 "원양어선 타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늘 이런 배(크루즈) 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부러워했었다"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동남아 신부들 결혼식만 보면...

 여행 첫째 날, 7쌍의 부부들이 (주)위동항운에서 무료 제공한 '골든브릿지호'에서 만남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여행 첫째 날, 7쌍의 부부들이 (주)위동항운에서 무료 제공한 '골든브릿지호'에서 만남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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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잡은 두 손 안정호(61)씨, 박양순(57)씨 부부가 두 손을 꼭 잡고 산책을 하고 있다.
▲ 꼭 잡은 두 손 안정호(61)씨, 박양순(57)씨 부부가 두 손을 꼭 잡고 산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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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장에 6쌍의 부부들이 모두 모이자 김성현 ㈜여행박사 팀장은 참가부부들을 인솔해 출국심사장을 통과했다. 이들을 신혼여행지인 중국 청도까지 실어다 줄 거대한 크루즈선 '골든브릿지호'가 항구에 정박해 있었고, 참가 부부들은 이 배에 오르기 위해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부부들은 저마다 버스창문 너머로 펼쳐진 낯선 항구 풍경을 감상하느라 분주했다. 세련되게 커플티셔츠를 맞춰 입고 나온 안정호(61)씨 부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안씨는 들뜬 얼굴로 "재민씨라고 했죠? 웃는 모습이 꼭 우리 둘째아들 같다"며 기자에게 말을 걸어왔다.

'저희 어머님, 겉으로는 그 당시 결혼식도 못 올리는 사람이 많았다며 괜찮다는 듯 웃으세요. 하지만 TV에서 우리나라로 시집온 동남아 여성들 결혼식 장면이 나올 때면 그렇게 우세요. 같은 여자입장에서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며느리가 보낸 안씨 부부의 사연이다. 안씨 부부는 결혼초기 어려운 형편에 셋방을 얻을 여유조차 없어 컨테이너 박스에 신혼집을 마련했다. 그렇다보니 결혼식은 물론이고 신혼여행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결혼 후 얻은 첫 아들이 임신 8개월 만에 거꾸로(다리부터) 나와 당시 월급의 20배에 달하는 병원비를 마련하느라 큰 빚을 져야했다.

안씨 부부는 이후로도 빚을 갚기 위해 열심히 일해야 했다. 서로 '조금만 나아지면 결혼식 올리자', '빚부터 갚고 신혼여행가자'며 차일피일 여행을 미루다보니 가까운 온천 한 번 다녀오지 못한 채 어느덧 환갑을 맞이했다. 그럼에도 부인 박양순(57)씨는 "그 시절에는 누구나 다 고생했지"라며 어려웠던 시절에 대한 말을 아꼈다.

청도로 출항, 온갖 사연 실은 배는 떠나고

즐거웠던 4박 5일 위창복(62)씨, 이양순(61)씨 부부가 중국 청도 소어산 정상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즐거웠던 4박 5일 위창복(62)씨, 이양순(61)씨 부부가 중국 청도 소어산 정상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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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위에서 한동식(68)씨, 김순덕(62)씨 부부가 중국 청도로 향하는 골든브릿지호 위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있다.
▲ 배 위에서 한동식(68)씨, 김순덕(62)씨 부부가 중국 청도로 향하는 골든브릿지호 위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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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무렵, 6쌍의 부부들을 실은 골든브릿지호가 인천항을 떠나 중국 청도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에 선박을 협찬한 ㈜위동항운(사장 최장현)은 '신혼여행' 콘셉트에 맞게 모든 부부들이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호텔식으로 꾸며진 2인1실 로얄룸을 제공했다.

방을 배정받은 부부들은 선내에 마련된 VIP룸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식사 후에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부부들의 자기소개시간이 마련됐다. 조남일(61)씨 부부를 시작으로 "저는 어디에서 온 ○○○라고 하고요, 안사람은 ○○○입니다"라며 아직은 어색한 듯 수줍은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4박 5일간 함께 여행할 부부들의 친목을 다지기 위해 ㈜여행박사 측은 저녁식사 후에 선내에 마련된 노래방을 빌리고 맥주를 비롯한 치킨 및 과일안주를 준비했다. 막간을 이용해 진행된 '우리남편은 이렇다' 시간에는 어머님들의 남편소개가 이어졌다.

박양순씨는 "우리남편 자랑 할 것은 많지만 꼭 한 가지를 말하라면 잘 생긴 것을 꼽겠다"며 "누가 봐도 잘생기지 않았습니까?"라며 남편을 소개했다.

반면 이양순씨는 "다들 자랑만 하시는데 저는 자랑할 것이 별로 없습니다"고 말해 장내에 한바탕 큰 웃음이 일었다. 이씨는 이어 "나이 어려서 결혼해 지금까지 마음하나만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며 수줍게 웃었다.

도란도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던 부부들은 어색함이 조금 사라졌는지 이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조삼식(58)씨의 '소양강처녀'를 시작으로 마이크가 오가더니 부부가 함께 노래하고 춤도 추며 '오늘만은 자식걱정 돈 걱정 잊자'는 듯 즐거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조씨는 "최고의 환갑선물이네요"라며 이벤트를 준비한 ㈜여행박사 측에 감사인사를 전했다.

한편, 6쌍의 부부들은 이어진 여행기간동안 중국의 작은 금강산이라 불리는 노산, 세계적으로 유명한 칭다오 맥주박물관, 아리화온천, 소어산, 영빈관, 팔대관 등지를 관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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