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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에 떠나는 신혼여행 (주)여행박사가 마련한 '육십에 떠나는 신혼여행' 참가 부부들이 중국 청도 소어산 관광을 마치고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이들 부부는 4박 5일 일정으로 중국 청도 일대를 관광했다.
▲ 육십에 떠나는 신혼여행 (주)여행박사가 마련한 '육십에 떠나는 신혼여행' 참가 부부들이 중국 청도 소어산 관광을 마치고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이들 부부는 4박 5일 일정으로 중국 청도 일대를 관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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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주무셨지요? 밤새 뱃멀미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어제 맥주를 마셔서 그런가 아니면 배가 좋아서 그런가 저는 세상모르게 잘 잤습니다. 우리 아저씨는 뭐 아무데나 데려다 놔도 숨넘어가게 코 골면서 잘 잡니다."

6쌍의 부부를 태운 '골든브릿지호'가 밤새 황해를 건너 중국 청도항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0시. 갑판에 오르자 희미한 안개 너머로 청도시내 고층빌딩과 육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아침식사를 마친 몇몇 부부들도 갑판에 올라 저마다 인사를 주고받았다.

골든브릿지호가 청도항에 도착해 하선 준비를 모두 마친 오전 11시. 참가부부들은 배에서 내려 준비된 셔틀버스를 타고 입국심사장으로 향했다. 해외여행이 처음인 어머님들은 낯선 중국 항구모습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무사히 입국수속을 마친 후 현지 가이드를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얼굴에 웃음을 되찾았다.

"청도에 오셨으니 1시간 젊어지신 것"

청도에서 만난 가이드 이봉화(31)씨는 "어머님, 아버님 중국에 오셨으니 1시간씩 젊어지신 거다"며 "여러분들 마음도 이곳에 계시는 동안은 신혼부부처럼 젊어지셨으면 좋겠다"고 참가부부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실제로 중국 청도는 시차로 인해 한국보다 1시간 느리다.

부부들이 처음으로 향한 곳은 청도의 구시가지 모습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소어산이다. 소어산 정상의 산두공원 전망대에서는 독일과 일본이 지배했던 청도의 옛 모습을 굽어볼 수 있다. 특히 빨간 기와지붕을 얹은 오래된 서양식 가옥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치 유럽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참가 부부들은 멀리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소어산 정상에서 저마다 기념사진을 찍는데 여념이 없었다. 처음에 뻣뻣한 차렷 자세로 포즈를 취하던 부부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젊은이들처럼 두 손을 꼭 잡거나 팔짱을 낀 채 사진을 찍었다. 한동식(68)씨는 "재민씨가 찍어준 사진들도 우리가 나중에 받아볼 수 있는 거지?"라며 기자에게 몇 번이나 확인했다.

신혼부부 느낌을 내는 데는 안정호(61)씨 부부가 단연 최고였다. 안씨는 "양순아! 이리 와봐, 여기 별 희한한 걸 다 파네?"라며 기념품을 파는 좌판으로 부인을 이끌었다. 부인 박양순(57)씨도 남편 안씨의 손을 꼭 잡고 지인들에게 선물할 물건을 고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소어산을 내려온 일행은 버스 편으로 인근의 영빈관으로 이동했다. 영빈관은 1897년 독일의 청도 점유당시 독일 총독의 관저로 사용되던 성 건축물이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고풍스런 영빈관 내부를 한 바퀴 둘러본 부부들은 점심식사를 위해 구시가지에 위치한 먹자골목으로 걸음을 옮겼다.

중국에서 먹는 첫 번째 식사답게 이날 점심메뉴는 중국 전통식당의 현지식으로 채워졌다. 부부들은 중국식 회전식탁에 7명씩 나눠 앉았다. 대식(大食)의 나라답게 10여 가지 요리가 칭다오 맥주와 함께 식탁을 채웠고, 부부들은 "맛이 독특해 입맛에 딱 맞지는 않는다"면서도 살뜰하게 그릇을 비웠다.

삶은 불가사리의 맛 중국 전통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부부들이 간식용으로 판매하는 삶은 불가사리를 맛 보고 있다.
▲ 삶은 불가사리의 맛 중국 전통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부부들이 간식용으로 판매하는 삶은 불가사리를 맛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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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에는 식당이 위치한 먹자골목을 따라 걸으며 중국전통거리를 체험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이곳에서 김성현 ㈜여행박사 팀장은 간식으로 판매되는 '삶은 불가사리'를 구입해 부부들에게 건넸다. 몇몇 대담한 어머님들은 맛을 보고 "게살하고 비슷한데 또 먹고 싶지는 않다"며 혹평을 내놨다.

"검은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살아야 할 텐데..."

잡화로 유명한 '찌모루시장'과 칭다오 맥주의 로고로도 잘 알려진 '잔교'를 거쳐 부부들이 향한 곳은 팔대관이다. 팔대관은 긴 해변과 바다를 끼고도는 아름다운 산책로로 유명해 청도의 예비부부들에게 웨딩촬영지로 사랑받고 있는 명소다. 이날도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입은 중국 예비부부 수십 쌍이 촬영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아이고 바람이 이리 부는데 아가씨들 추워서 감기 걸리겠네. 아니지, 추운 게 무슨 대수겠어 저렇게 신랑이랑 예쁘게 차려입었는데..."

산책로를 걷던 김순덕(62)씨는 어깨를 드러낸 웨딩드레스를 입은 예비신부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가이드 이봉화(31)씨는 "잠깐 벗어달라고 할까요?"라며 농담을 건넸다. 이에 손권숙(54)씨는 "그럼 좋지요"라고 응수하며 "저렇게 시작했으면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행복하게 살아야 할 텐데…"라며 여운을 남겼다.

부러운 웨딩촬영 청도 예비부부들에게 웨딩촬영지로 유명한 팔대관 해변. 어머님들이 웨딩 촬영을 부러운 듯 바라보고 있다.
▲ 부러운 웨딩촬영 청도 예비부부들에게 웨딩촬영지로 유명한 팔대관 해변. 어머님들이 웨딩 촬영을 부러운 듯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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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받아보는 '발 마사지' '60에 떠나는 신혼여행' 참가 부부들이 중국식 발 마사지를 받고있다.
▲ 처음 받아보는 '발 마사지' '60에 떠나는 신혼여행' 참가 부부들이 중국식 발 마사지를 받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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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둘째날 다소 많은 관광지를 돌아본 부부들은 이날의 마지막 코스인 '발 마사지'로 여행의 피로를 풀었다. 몇몇 아버님들은 "이거 시선을 어디다 둬야할지 민망해서 혼났다"며 곤혹스러워 했지만 손권숙(54)씨는 "세상에 피로가 싹 풀리는 게 이렇게 좋은걸 몰랐네"라며 만족스러워했다.

청도 신시가지에 위치한 대형마트에 들러 과일 등 간식거리를 준비한 부부들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예약된 고급 H호텔로 향했다. 호텔에 도착한 이양순(61)씨는 "호텔이 너무 좋다"며 "여태 한 번도 못해본 여행을 이렇게 한 번에 잘 하네요"라고 말했다.

부부가 함께 오른 '작은 금강산'과 온천 에피소드

"어젯밤에는 객실 화장실 보고 엄청 당황했어요. 5성급 호텔이라더니 이래서 5성급이구나 싶었습니다.(웃음) 오늘은 돌아가서 욕실 사진을 좀 찍으려고요. 돌아가서 자식들에게 말로 설명할 수는 없잖아요?"

여행 셋째날 아침. 노산등정을 앞두고 부부들은 지난 밤 목격한 객실 욕실의 충격적인 모습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객실과 욕실을 가르는 벽이 전면유리로 되어있어 욕실내부를 밖에서 그대로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블라인드를 내리고 씻었다"는 한 아버님의 말에 안정호씨는 "아이고 그걸 또 뭐 하러 내리고 씻어요!"라며 농담을 건넸다.

부부들이 이날 오른 노산은 중국 도교의 명산이다. 주봉의 높이는 1133m에 불과하지만 험준한 산세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아름답다. 중국에서는 '태산이 높다 한들 동해의 노산 보다는 못하다'는 말이 전해져 내려오는 '작은 금강산'이라 불린다.

가이드 이봉화씨와 어머님들 중국 현지 가이드 이봉화(31)씨가 소어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을 설명하고 있다.
▲ 가이드 이봉화씨와 어머님들 중국 현지 가이드 이봉화(31)씨가 소어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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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노산등반이 시작됐다. 부부들은 굽이굽이 이어진 산 초입의 등산로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다. 경사로를 힘겹게 오르던 이양순씨는 남편에게 "나 신경 쓰지 말고 당신 먼저 가"라고 말했다. 앞서 걷던 남편 위창복(62)씨는 "내가 신경 안 쓰면 누가 신경 쓰냐"며 돌아내려와 부인의 손을 잡았다.

반면, 조남일(61)씨는 일행의 가장 선두에서 빠른 속도로 산을 올랐다. 20대인 기자도 조씨의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 정도였다. 조씨는 "특전사들도 길을 잃었다는 집 근처 산을 매주 오른다"며 비결을 밝혔다. 조씨는 정상 부근에서 만난 중국인 등산객들과 함께 '야호'를 외치기도 했다.

"아니 이것도 수영복인데 도대체 왜 안 된다는 거예요? 우리 딸들이 여행 떠나오기 전에 백화점에서 사다준 비싼 새 수영복인데."

노산을 떠나 다음 관광지인 아리화 온천으로 향한 부부들은 온천 입구에서 한바탕 실랑이를 벌여야했다. 한국에서 준비해간 해변용 수영복을 중국 온천에서는 입을 수 없다는 직원의 제지 때문이다. 결국 기자를 포함한 남자일행들은 인근 수영복 가게에서 같은 디자인의 저렴한 실내용 수영복을 새로 구입해야 했다. 한동식씨는 유쾌하게 웃으며 "단체 수영복이라니 재미있다"며 "이게 다 추억"이라고 말했다.

행복했던 신혼여행, 남편이 준비한 마음의 선물

"온갖 어려움 다 참고 잘 살아오니 이렇게 또 좋은 날도 있네요. 살아보니 그렇데요. 행복은 작은 데 있는 것 같아요. 너무 어려운 일을 해보겠다고 놓지 못하고 있으면 행복하지 못합디다. 이렇게 작은 데서 행복을 찾아야지. 안 그래요?"

손권숙씨가 청도를 떠나는 골든브릿지호 갑판에 올라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6쌍의 부부들은 여행의 마지막 날이던 8일, 청도시내 역사적 장소인 5·4광장과 칭다오 맥주박물관을 둘러보고 인천으로 돌아오는 골든브릿지호에 올랐다.

청도로 올 때 묵었던 선내 객실을 그대로 다시 배정받은 부부들은 아쉬운 마음에 남겨놓은 맥주와 다과를 준비해 갑판에 마련된 테이블로 모였다. 자리에 앉다보니 성별로 테이블이 나뉘어 저마다 지난 여행일정에 대한 소회를 밝히는 시간이 됐다.

'여행이 끝나 가는데 아쉽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안정호씨는 "여행이 끝나간다는 생각이 안 든다"며 "여행이 고되고 힘들면 집에 돌아가고 싶게 마련인데, 우리는 힘들다는 생각을 못했다"고 말하며 ㈜여행박사 측에 감사인사를 전했다.

남편이 준비한 '마음의 선물' 정인열(61)씨가 부인 조남일(58)씨에게 깜짝 편지를 전달하고 있다.
▲ 남편이 준비한 '마음의 선물' 정인열(61)씨가 부인 조남일(58)씨에게 깜짝 편지를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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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준비한 '마음의 선물' 중국 청도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배 위에서 김현식(60)씨가 부인 손권숙(54)씨에게 깜짝 편지를 전달하고 있다.
▲ 남편이 준비한 '마음의 선물' 중국 청도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배 위에서 김현식(60)씨가 부인 손권숙(54)씨에게 깜짝 편지를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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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고맙고 사랑하오" 한동식(68)씨, 김순덕(62)씨 부부가 편지 전달식을 마치고 포옹 하고있다.
▲ "여보 고맙고 사랑하오" 한동식(68)씨, 김순덕(62)씨 부부가 편지 전달식을 마치고 포옹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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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들이 모여 있는 테이블에서는 과거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조삼식씨는 "우리 둘째 가졌을 때 이상하게 새우깡이 먹고 싶더라"며 "그때 돈이 없어 아저씨가 사주지를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손권숙씨도 "나는 닭이 먹고 싶었는데 못 먹으니까 누워도 천장에 닭이 걸어 다니더라"고 말하며 기자에게 "재민씨도 나중에 부인한테 잘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기자가 어머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아버님들은 몰래 객실로 내려가 부인에게 전할 편지를 썼다. 편지는 저녁식사 시간이 끝난 후 마련된 이벤트 시간에 전달됐다. 6쌍의 부부들이 각각 테이블에 나눠 앉아 김성현 팀장의 사회로 깜짝 편지전달식을 가졌다.

아버님들이 작성한 편지를 수줍게 전달하자 어머님들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손권숙씨는 기쁨을 참지 못하고 남편 안정호씨의 볼에 뽀뽀를 선물했다. 다른 부부들도 서로 포옹하며 오래도록 하지 못한 말, "여보, 고맙고 사랑해요"라는 고백을 했다. 6쌍의 부부들은 그렇게 신혼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한편, 이번 '60에 떠나는 신혼여행'을 기획한 ㈜여행박사는 전 직원이 매달 월급의 1%를 적립해 사회봉사에 사용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장애로 여행이 어려운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또 다른 '희망여행'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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