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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2일 마로니에 공원에서 '반 값 등록금'을 외치는 행사 중인 대학생들
 2011년 4월 2일 마로니에 공원에서 '반 값 등록금'을 외치는 행사 중인 대학생들
ⓒ 김현기, 길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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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에 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전경버스들
 마로니에 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전경버스들
ⓒ 고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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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 대학로에 위치한 마로니에 공원 근처에 오후 2시즈음이 되자 많은 대학생들이 모였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들로 붐비는 주말 오후 대학로에 '웬 대학생들이 이렇게 많이 모였나'하는 눈빛을 한 할어버지도 눈에 띄었다. 이곳에 집결한 이들은 비단 대학생들만이 아니었다. 흔히 '닭장차'라고 불리는 전투경찰 버스들이 줄지어 마로니에 공원근처를 둘러싸고 있었다. 소란스럽고 밝은 분위기의 마로니에 공원과는 대조되는 긴장되는 모습이었다.

이곳에 대학생들이 모인 이유는 다름아닌 '전국 등록금 네트워크', '한대련' 등이 주최하여 반값 등록금을 외치기 위한 집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해당 집회는 등록금 네트워크와 한대련외에도 진보신당 청년부, 민주노동당, 민주당 등에서 후원 및 참여하여 전국 대학생들의 궐기를 외치는 자리였다.

노회찬, 권영길, 천정배 의원 등도 이 날 자리에 참석하여 대학생들과 함께 피켓을 들고 정부에 '반 값 등록금을 이행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한국외대, 고려대, 서울여대, 경기대 등의 여러 대학교의 대학생들은 각자를 상징하는 깃발을 들고 공원 바닥에 앉아 자리를 채웠고, 특히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와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는 함께 무대에 올라 대학생들에게 '더 이상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주지 말자'고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행사장 주변에는 청년유니온, 민주노동당 청년회 등이 자리를 잡고 'KBS 수신료 인상 반대 서명 운동', '최저임금 보장' 등을 외쳤다. 청년유니온의 김영경 위원장은 "청년유니온에서 활동하는 조합원들 중 많은 대학생들이 학자금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나 또한 대학교 2학년 때 처음 학자금대출을 받았는데 그 때는 나같은 학생을 찾기 힘들었지만 지금 학생들은 그때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등록금을 위해 대출을 받고 있으며 이는 졸업 후 몇 년 동안 갚아야 할 빚이 생기는 것이기에 문제해결을 위해 청년유니온도 나오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후 유명 게임에 빚댄 상황극과 음악을 동원한 작은 공연이 이루어지며 마로니에 집회의 순서를 채웠다. 첫 공연 시작 후 2시간이 지난 4시가 되자 무대에 사회자가 "모두 일어나 함께 나가자"고 외쳤고 참여하고 있던 대학생들은 일제히 일어나 마로니에 공원 밖으로 거리행진을 시작하였다.

거리행진을 준비하는 대학생들
 거리행진을 준비하는 대학생들
ⓒ 김현기, 길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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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집회신고를 통해 마로니에 공원에서부터 동대문 지하철역까지를 거리행진 범위로 허가를 받은 상태였다. 경찰들의 도로통제하에 '등록금 반 값을 실현하라', '반 값 등록금을 넘어 무상교육까지' 등의 구호를 외치며 평화적으로 걸었고 중간 중간 대학생다운 발랄함으로 '즐기며 평화로운' 그들만의 가두시위를 진행해 나가고 있었다. 도로에는 대학생들이 인도에는 수십명의 경찰들이 무전기로 상황을 전달하며 시위는 진행되고 있었다.

그렇게 30여 분 정도를 걸어가던 중 문제가 발생했다. 경찰들이 '시위는 여기까지'라며 대학생들을 막아선 것이다. 갑작스런 상황에 대학생들은 당황했고 시위대 앞에서 진두지위하던 행사 책임자들은 경찰들과 언성을 높여가며 항의했다.

시위대에 학교 대표로 참석한 한 학생은 "허가받은 행진이고 대학생 스스로 등록금 문제를 외면한 정부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 주체적으로 길거리에 나온 것인데 이것을 마치 폭도처럼 대하는 경찰들의 태도에 너무 화가난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대학생들은 도로 위의 거리행진을 포기하고 인도로 올라서기로 계획을 변경했지만 경찰측은 '깃발을 들고서는 안 된다'는 말로 또 다시 행진을 막아섰고 길거리에 폴리스 라인을 치고 인도를 통제하였다. 이를 본 한 기자는 "인도 행진까지 막아서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고 말을 전해오기도 하였다.

대치 상황이 계속되면서 분위기가 험학해지기 시작했다. 시위대 측은 언성을 높였고 경찰측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상황이 지속된 것이다. 여기에 시위대 앞을 막고 있던 경찰측의 간부들의 대화속에는 '강제진압'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고 실제로 한 경찰 책임자가 확성기를 통해 "여러분의 시위는 5시까지 입니다"라며 말을 지속하려하자 다른 경찰이 황급히 저지하기도 했다.

항의하는 집회자와 폴리스라인을 치고 물러서지 않는 경찰
 항의하는 집회자와 폴리스라인을 치고 물러서지 않는 경찰
ⓒ 김현기, 길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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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시위대가 깃발을 내리기로 결정한 뒤에도 약 5분간 대치상황이 계속되고 시위대 측은 "깃발까지 내렸는데 왜 자꾸 이러냐"며 소리를 질렀고 경찰측에서 인도를 다시 개방하고 기존에 허가받은 동대문으로의 거리행진이 가능해지면서 대치상황은 마무리 되었다. 다시 행진이 가능해진 대학생들은 경찰들의 옆을 지나가며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였다. 10분 정도 더 거리행진이 계속된 뒤 대학생들은 지하철을 통해 집으로 귀가하거나 고려대에서 열릴 예정인 '새내기 콘서트' 행사에 참여하였고 행사는 큰 무리없이 마무리되었다.

동대문 지하철역 내에서 행진에 참가한 여대생에게 소감이 어떠냐고 묻자 "모두가 함께 한 것이 참 좋고 새로운 느낌이었다. 이렇게 모두가 함께한다면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느낀다"고 밝혔다.

이렇듯 4월 2일의 시위는 대학생이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길거리에 나와 평화적이면서 합법적인 목소리를 낸 하나의 행사였다. 그럼에도 거리행진 중간에 경찰들의 시위제지가 발생하면서 평화스럽지만은 않은 행사가 되었다. 집회허가까지 받은 합법적인 거리행진을 문제삼으며 경찰이 대학생들의 행진을 막아서고 급기야 계획까지 변경시킨 모습은 대학생들의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씁쓸함을 남겨주었다.


태그:#등록금, #반값등록금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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