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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정리를 마친 금강발원지 뜬봉샘
▲ 뜬봉샘 주변 정리를 마친 금강발원지 뜬봉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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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3월의 끝 날이다. 오후에 일과를 마칠 때, 아우가 찾아와 진안을 가자고 한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그곳에 가면 농림부에서 지정한 생태마을이 있다는 것이다. 무엇인가 색다른 소재를 찾고 있던 중에, 그도 괜찮을 듯해 길을 나섰다. 진안의 '가막리'라는 마을에 들려 이것저것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뜬봉샘 생태공원'이라는 푯말이 보인다.

빨리 돌아가야 하는 것도 아니니, 아우에게 저곳이나 들려서 가자고 이야기를 했다. 아우는 흔쾌히 좋다는 대답이다. 진안 가막골에서 뜬봉샘까지는 25km정도. 천천히 가도 30분이면 충분할 듯하다. 시간을 보니 벌써 7시가 넘었다. 그래도 밤길이지만 손전등을 키고라도 금강이 발원지인 뜬봉샘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다.

주변은 모두 정리를 하였다. 올 5월에 개장을 준비로 생태공원과 문화공간이 조성된다고 한다
▲ 샘 주변은 모두 정리를 하였다. 올 5월에 개장을 준비로 생태공원과 문화공간이 조성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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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 쌓은 샘의 돌에 '천리 물길 여기서부터'라는 글이 보인다
▲ 천리 물길 돌로 쌓은 샘의 돌에 '천리 물길 여기서부터'라는 글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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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계가 조선을 세우게 한 샘 

뜬봉샘은 '봉황이 떴다'라는 말이다. 한 30여 년 전인가 이곳을 들린 적이 있다. 마을 어르신들은 이 샘을 '똠방샘'이라고도 부른다고 하신다. 물이 방울방울 떨어진다는 소리이다.  그 때는 길이 없어서 계곡을 따라 한 시간 이상 올랐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임도가 나 있어 차가 올라갈 수 있다는 소리에, 밤이 늦은 시간이지만 찾아보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이 뜬봉샘에는 이성계와 관련된 전설이 전하고 있다.

조선의 개국조인 이성계가 나라를 열기위해, 전국의 명산을 찾아다니면서 기도를 드렸다. 신무산 중턱 아담한 곳에 단을 쌓고 백일기도에 들어갔다. 백 일째가 되던 날 새벽녘에, 단에서 조금 떨어진 골짜기에서 오색 찬연한 무지개가 피어올랐다. 그러더니 그 무지개를 타고 봉황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이었다.

봉황이 하늘로 비상하는 곳을 바라보는데, 빛 속에서 소리가 들렸다. 자세히 들어보니 '새 나라를 열라'는 천지신명의 계시였다. 이성계는 정신을 차린 후에 봉황이 날아오른 곳으로 찾아갔다. 그곳에는 풀숲에 옹달샘이 있었다. 이성계는 하늘의 계시를 들은 단 옆에 암자를 지어 '상이암'이라 이름하고, 그 샘물로 제수를 받들어 천제(天祭)를 올렸다고 한다.    

바위에 뜬봉샘이라고 음각을 하였다
▲ 뜬봉샘 바위에 뜬봉샘이라고 음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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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1일 밤 9시 35분에 오른 신무산의 금강 발원지 뜬봉샘. 아우가 손전드을 비치고 있다
▲ 뜬봉샘 3월 31일 밤 9시 35분에 오른 신무산의 금강 발원지 뜬봉샘. 아우가 손전드을 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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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을 헤맨 뒤에 찾은 뜬봉샘     

뜬봉샘 입구에 도착은 했는데 어디로 갈 것인지 막막하다. 변해도 너무나 많이 변해버렸다. '뜬봉샘생태공원' 안으로 들어가 무작정 위로 올랐다. 길이 막혀있다. 다시 차를 돌려 내려오다가 불이 켜진 집으로 가서 길을 물은 후, 마을을 이리저리 돌아 산길을 찾았다. 임도를 타고 한 없이 산을 오르다가 보니, '뜬봉샘 가는 길'이란 푯말이 보인다. 0.8km를 직진하면 뜬봉샘이 있다는 것이다.

날이 어두운데 산꼭대기에 난 길을 조심스럽게 차를 몰았다. 그런데 아무리 가보아도 뜬봉샘이라는 푯말이 없다. 한참을 가다보니 마을의 불빛이 보인다. 그곳에 푯말이 하나 서 있다. 1,6km를 돌아가야 한단다. 이번에는 거리를 재면서 돌아가 본다. 그곳에 물소리가 들린다. 산에서 계곡을 타고 내려오는 물이 있다. 마른 검불을 헤치고 안으로 들어가 본다. 그러나 샘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포기를 할 판이다. 아우가 마지막으로 이 길로 한번 가보자고 한다. 설마 이 산꼭대기로 오르는 길에 무엇이 있을까 싶다. 한참을 오르다가 보니, 그곳에 푯말이 하나 서 있다. 30m 앞에 뜬봉샘이 있다는 푯말이다. 정확히 표시만 해놓았어도 이렇게 고생을 하지는 않았을 것을. 2시간을 산꼭대기를 헤매고 다닌 셈이다.

금강발원지란 글씨를 새긴 표석. 내려올 때야 볼 수 있었다
▲ 지표석 금강발원지란 글씨를 새긴 표석. 내려올 때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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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 물길의 시작 뜬봉샘

산길을 조금 걸어 올라가니 안내판이 보인다. 손전등 하나를 갖고 주변을 살펴본다. 돌로 주변을 쌓은 곳에 옹달샘이 있다. 돌에는 '금강 천리 물길 여기서부터'라는 글씨가 음각되어 있다. 뜬봉샘을 찾아 해맨 지 꼭 두 시간 만에 찾은 것이다. 밤 9시 35분. 아우가 말한다. "참 징그럽소. 이 시간에 미치지 않고서야 누가 여길 찾아오겠소."

뜬봉샘은 장수군 수분리 마을 신무산 자락 해발 780m에서 솟아, 397.25km를 흘러 서해로 흘러든다. 이곳에서 발원한 금강은 전북 장수, 진안, 무주를 거쳐, 충남 금산을 경유한다. 다시 충북의 옥천, 영동, 보은을 감싸고 돈 금강은, 충남의 공주, 청양, 부여, 논산을 지난다. 그리고 전북 익산을 거쳐 군산과 충남 서천을 양편에 두고 서해로 흘러든다.

장장 천리를 흐르는 금강. 그 물의 발원지가 바로 이 뜬봉샘이다. 길도 없던 이곳을 자연생태공원과 산림문화 휴양공간으로 조성을 한다는 것이다. 올 5월에 개장을 하기로 했다는 이곳을 밤늦게 찾아온 것이다. 겨우 사진 몇 장을 찍고 돌아내려오는 길에 석비가 보인다. '금강발원지'라는 글이 적혀있다. 오를 때는 보지도 못한 석비인데, 이제야 눈에 띄다니.

아무래도 무엇에 홀린 것만 같다. 4대강이 몸살을 앓고 있기가 힘들어, 이곳으로 보낸 것은 아닌지. 그러고 보니 4대강의 발원지를 찾아보았다.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와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 섬진강의 발원지인 '데미샘'과 31일 밤늦은 시간에 오른 금강의 발원지 '뜬봉샘'. 마을로 내려와 시간을 보니 10시 35분. 오늘도 일찍 잠자리에 들기는 틀렸나보다.


태그:#뜬봉샘, #금강발원지, #장수군, #수분마을, #이성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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