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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공짜? 너무 좋네요. 여기가 어딘가요?'
'어린이 미술관도 있었어? 나도 애 데리고 한 번 가보고 싶다.'

어린이 미술관 입구에 위치한 <달토끼의 집>, 아이들에게는 '기울어진 집'으로 인기 만점이다.
 어린이 미술관 입구에 위치한 <달토끼의 집>, 아이들에게는 '기울어진 집'으로 인기 만점이다.
ⓒ 강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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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해님공주와 머루양이 봄나들이를 했다. 장소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내에 위치한 <어린이 미술관>. 나들이 후 개인 블로그에 사진을 몇 장 올렸더니 댓글 반응이 뜨겁다. 다들 '돈 안 내는 어린이 미술관'이라는 말에 한 번 쯤 가보고 싶다는 것이다.

처음 이곳 나들이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네 살 머루양이 <방귀쟁이 뿡뿡이>라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보고 '나도 저기 가보고 싶다'를 외치면서다. 사실 머루양은 네 살이 되면서 호기심이 급격히 증가하여 어디든 '나도 가보고 싶다'를 연발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럴 때 바쁘고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엄마 아빠는 '과연 저 곳이 갈 만한 곳인가'와 '비싸지 않은가'를 고려하게 된다. 하지만 머루양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에 입학한 해님공주까지 가세하여 미술관 타령을 시작하는 데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7살 해님공주의 최근 애독서들은 바로 위인전들이다. 정약용, 신사임당 등의 우리나라 위인을 비롯하여 베토벤, 뉴턴 등 외국의 위인까지 다양한 위인들의 모습을 보며 다채로운 꿈을 꾸는 중이다.

내가 한창 자랄 때는 위인전이 고리타분한 옛날 어른들 중심이었는데, 요즘 위인전들은 신기하게도 반기문 사무총장을 비롯하여 현재 활발한 활동 중인 분들도 포함되어 있다. 해님공주는 어느 날 <백남준> 이야기를 읽더니 그의 작품을 어린 시절 본 기억이 있다고 한 번 더 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하여 두 공주들의 욕구를 채워주고자 엄마 아빠는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주말 나들이를 떠났다. 원래 <어린이 미술관>을 가려고 한 건 아니고, 미술관 조각공원에 있는 노래하는 조각상(머루양의 관심사)과 미술관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텔레비전 탑(백남준의 작품, 해님공주의 관심사)을 보기 위해서였다.

모든 아이들과 어른들의 시선을 끄는 백남준 작가의 대형 비디오 아트
 모든 아이들과 어른들의 시선을 끄는 백남준 작가의 대형 비디오 아트
ⓒ 강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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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으로 가는 길은 서두르지 않으면 교통 체증에 갇히게 된다. 국립 과학관, 경마공원, 서울대공원, 서울랜드가 모두 한 곳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온갖 체험 공간이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주말에는 나들이 인파로 가득하다.

다행히 미술관은 주차장을 증설하여 이용객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미술관 관람료는 어린이 미술관을 포함하여 모두 무료이며, 주차장 이용 요금은 2시간에 천 원이다. 30분 초과시 천 원씩 부과된다. 미술관 안에 들어가면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끄는 백남준 작가의 대형 비디오 아트가 자리하고 있다.

어른들에게도 호기심 대상이지만, 전자 매체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백 작가의 작품은 매력적인가 보다. 아이들은 작품을 따라 올라가도록 조성된 나선형 감상 통로를 걸어 올라가며 즐거워한다. 각 전시실은 이 통로를 따라 올라가다 옆으로 빠지면 만날 수 있다.

자칫 아이들이 미술관 나들이를 지겨워한다면 얼른 자리를 옮겨 바로 옆에 위치한 어린이 미술관을 찾으면 된다. 이곳은 실제 미술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입구에 위치한 기울어진 집에서는 직접 메모지를 작성해 붙일 수가 있다.

많이 구비되어 있는 방석을 깔고 앉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집에서 매일같이 그리는 것이 그림이건만, 다른 아이들이 앉아서 그림을 그리고 있으니 두 아이들도 동참하기 바쁘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무척 정신없어 보이는데 자기들은 진지하게 앉아 작품을 완성하는 모습이 귀엽다.

진지하게 미술 작품을 그리고 있는 아이들
 진지하게 미술 작품을 그리고 있는 아이들
ⓒ 강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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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가지고 놀도록 만들어진 미술 작품
 아이들이 가지고 놀도록 만들어진 미술 작품
ⓒ 강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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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완성된 작품은 직접 벽에 붙여 주는 시스템이라 아이들에게 '나도 화가'라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부여해 준다. 몸으로 직접 움직여 가며 작품에 동참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있어서 아이들은 직접 체험함으로써 미술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다.

일종의 놀이공간으로서의 전시실이라고 할까? 다만 미술 작품을 정말 가까이서 체험하고 만질 수 있는 시설은 좀 부족한 편이다.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질적인 다양성을 고려한 미술품 감상과 체험은 어렵다는 점이 <어린이 미술관>이 지닌 아쉬움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밖에는 커다란 조각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아이들은 노래하는 조각상을 보며 신기해 발길을 멈추고 큰 공을 굴리는 조각상에 자신도 동참하여 공을 굴려 본다. 조각이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대상이 되는 순간이다.

아이와 조각품이 하나가 되는 순간
 아이와 조각품이 하나가 되는 순간
ⓒ 강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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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체험 놀이'라고 하여 1인당 만 원이 넘는 가격의 어린이 놀이터가 대유행이다. 4인 가족이 함께 이런 놀이터를 찾는다면 식사비와 교통비, 입장료를 포함하여 10만 원 경비를 훌쩍 넘는다.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4월의 주말에는 국립현대미술관으로 가족 나들이를 해 보는 건 어떨까? 붐비는 시간대를 피해가기만 한다면 편안하게 야외 공원에서 싸가지고 간 도시락을 풀 수도 있다. 별다른 경비 없이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어린이 미술관>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내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미리 예약할 필요는 없으나, 특별한 체험을 원하면 홈페이지에 신청하여 수업을 진행합니다.

주차장이 협소하고 주말에 혼잡하니, 지하철 서울대공원 역에서 내려 공원에서 운행하는 코끼리 열차를 이용하여(800원) 미술관에서 하차하시면 됩니다.



태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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