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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제945호로 지정된 금둔사지 삼층석탑. 전남 순천시 낙안면 옛 금둔사 터에 자리하고 있다
▲ 삼층석탑 보물 제945호로 지정된 금둔사지 삼층석탑. 전남 순천시 낙안면 옛 금둔사 터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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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둔사지 삼층석탑은 전라남도 순천시 낙안면 상송리 산 2-1, 낙안면 소재지에서 북으로 약 2km 떨어진 금전산의 옛 절터에 자리하고 있는 탑이다. <동국여지승람>에는 "금전산에 금둔사가 있다"라는 기록이 있다. 현재는 이곳 삼층석탑이 있는 아래쪽에 금둔사라는 절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 석탑이 서 있는 절터를 '금둔사지'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 삼층석탑은 통일신라시대인 9세기경에 조성한 것으로 보이는, 전형적인 통일신라시대의 석탑양식을 따르고 있다. 2단의 기단 위에 3층의 탑 신을 올린 형태로, 전체적인 비례가 알맞고, 기단부와 몸돌에 새겨진 조각의 솜씨가 뛰어난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현재 이 금둔사지 삼층석탑은 보물 제945호로 지정이 되어있다.

1층 몸돌의 앞뒤에는 자물쇠로 잠긴 문을 새겼다. 아마도 사리를 넣어 둔 것을 상징한 듯하다.
▲ 자물쇠 1층 몸돌의 앞뒤에는 자물쇠로 잠긴 문을 새겼다. 아마도 사리를 넣어 둔 것을 상징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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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몸돌의 좌우에는 손에 공양물을 든 공양상을 돋을새김하였다. 머리에 보관을 쓴 것으로 보아 공양보살상인 듯하다
▲ 공양상 1층 몸돌의 좌우에는 손에 공양물을 든 공양상을 돋을새김하였다. 머리에 보관을 쓴 것으로 보아 공양보살상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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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물쇠로 잠근 문짝과 공양상

석탑은 부처의 사리를 모셔 놓은 조형물이다. 그래서 이 석탑은 부처를 상징하기도 한다. 석탑 안에는 사리공을 뚫고, 그 안에 사리를 모신 사리함을 넣어둔다. 하기에 사리를 넣은 몸돌에는 자물쇠가 담긴 문짝을 조각하기도 하였다. 이 금둔사지 삼층석탑의 1층 몸돌에는 앞뒤 양면에 자물쇠가 달린 문짝을 새겨 넣었다.

그런데 이 금둔사지 삼층석탑이 색다른 것은, 바로 1층 몸돌 좌우에 새겨 넣은 조각이다. 일반적으로 몸돌에 조각을 할 때는 사천왕상을 많이 조각하는데 비해, 이 금둔사지 몸돌에는 특이하게 공양상을 조각하였다.

금둔사지 삼층석탑은 몸돌과 지붕돌의 비례가 알맞아 조형감이 뛰어나다
▲ 몸돌 금둔사지 삼층석탑은 몸돌과 지붕돌의 비례가 알맞아 조형감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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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단부의 위기단과 몸돌의 1층에는 돋을새김으로 조각이 되어있다
▲ 조각 기단부의 위기단과 몸돌의 1층에는 돋을새김으로 조각이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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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에 새겨진 공양상은 무릎을 꿇고, 손에 다과를 올려 받치는 형상이다. 무릎을 꿇은 밑으로는 연꽃을 새긴 대좌가 있으며, 머리에는 보관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조각의 인물은 공양보살상으로 보인다. 이렇게 공양보살상을 몸돌에 새겨 넣은 탑을 보기란 쉽지가 않다.

위층기단에 새겨진 팔부중상의 위엄      

몸돌을 받치고 있는 기단은 2층으로 되어있다. 아래층 기단은 양편에 기둥을 본떠 만든 양 우주와 중앙에 탱주를 새겨 넣었다. 그리고 위층 기단 역시 양 우주와 탱주를 새기고, 그 사이에 2구씩의 팔부중상을 돋을새김으로 새겨 넣었다. 이 팔부중상은 부처를 따라다니면서 불법을 수호하는 8명의 신장이다.

흔히 이 팔부신장은 '명중팔부' 혹은 '천룡팔부'라고도 부른다. 이 팔부신장은 불교의 신이기는 하지만, 그 이전에 있던 여러 신의 집합체이다. 불교에 수용되어 불법과 불국토, 그리고 불자를 수호하는 역할을 하게 된 신들이다. 금둔사지 석탑에 새겨진 팔부중상은 모두 갑옷을 입고 손에는 무기를 들고 있다.

기단은 2단으로 꾸몄으며 아래기단은 양 우주와 탱주를 새겨넣고, 위기단에는 팔부중상을 조각하였다
▲ 기단 기단은 2단으로 꾸몄으며 아래기단은 양 우주와 탱주를 새겨넣고, 위기단에는 팔부중상을 조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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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과 불국토, 불자를 보호하는 신으로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든 무장의 모습이다
▲ 팔부중상 불법과 불국토, 불자를 보호하는 신으로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든 무장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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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팔부중상이 이렇게 불탑을 수호하는 신으로 무기를 든 것은, 고대 인도의 신이 중국을 가쳐 우리나라로 전해지면서이다. 한 면에 2구씩 돋을새김으로 새겨 진 팔부중상의 모습은 위엄을 떨치고 있다. 아마도 몸돌에 새겨진 공양상과, 자물쇠로 잠근 문안에 있는 기물을 보호하기 위함인가 보다.

뛰어난 신라시대의 석탑

지난 3월 5일 찾아간 금둔사지. 계단을 올라 보이는 삼층석탑 앞에서 먼저 손을 모은다. 이렇게 석탑이나 석불 등을 만나게 되면 먼저 손을 모으는 것이 버릇이 된지 오래이다. 그것은 천년 세월을 그렇게 한 자리에서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염원을 다 듣고 있었을, 석탑과 석불에 대한 공경이요 찬사이기도 하다.

기단 위에 올려 진 탑신은 몸돌과 지붕돌이 각각 한 개의 돌로 되어 있는 금둔사지 삼층석탑. 몸돌에는 모서리마다 기둥을 새겼다. 지붕돌의 밑받침은 5단으로 구성하였으며, 처마는 평평하고 낙수면은 완만하게 경사가 졌다. 그러나 네 귀퉁이로 가면 끝부분이 힘차게 치켜 올려져, 마치 한옥지붕의 처마를 보는 듯 상쾌함마저 든다.

석탑의 옆에는 석불상이 있어 이곳이 옛 금둔사지로 추정하고 있다
▲ 삼층석탑 석탑의 옆에는 석불상이 있어 이곳이 옛 금둔사지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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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둔사지 삼층석탑은 탑의 비례나 조형 등이 뛰어나다. 천년 세월 그 자리에 서서, 온갖 세상의 시름을 다 들었을 삼층석탑. 아마도 저 공양보살상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그 많은 사람들의 시름은 아니었을까? 바람이 불어 품안으로 파고드는데도, 석탑 앞에서 떠날 수가 없다. 저 보살의 손 안에 내 시름을 다 넣기 전에는.


태그:#금둔사지 삼층석탑, #보물 제945호, #순천 낙안면, #통일신라, #공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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