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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의 에덴동산에 '애플'이 있었기 때문일까? 애플의 신제품 발표는 가끔 뜻하지 않은 작은 기적(?)을 연출하기도 한다. 스티브 잡스가 등장해 신제품을 설명하면 몇몇 애플 팬들은 마치 유사 이래 이런 제품은 처음이라는 듯 이전에 등장한 비슷한 제품에도 '애플의 짝퉁'이란 낙인을 찍기 시작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설마 저건 아닐거야"라고 실망감을 표출하던 '아이폰4'의 디자인도 그가 손에 쥐고 한 번 번쩍 들자 일순 "역시 애플"이라는 찬탄으로 바뀌는 경이로운 기적이 연출됐다. 애굽의 잔혹한 추격을 피해 탈출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다다른 홍해, 눈앞을 가로막은 거대한 바다가 갈라지는 기적을 목전에서 경험한 이스라엘 백성이 내지른 찬탄이 바로 이런 것이었을까? 모세는 지팡이를, 잡스는 '아이폰4'를 들어올린 게 다르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하지만, 분명히 다르다

누군가는 애플에 따라다니는 이런 작은 '기적'들을 비판하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애플, 그리고 스티브 잡스는 소비자들에게 그만한 기적을 연출하기 충분한 제품을 소개해 왔다는 사실일 것이다. 어쩌면 현재의 IT 시장이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지의 거대한 흐름을 정의한 기업이기에, 팬들의 이런 경배(?)는 오히려 지극히 합당한 일일지도 모를 일.

애플의 '아이패드2' 발표로 웹이 떠들썩하다.
 애플의 '아이패드2' 발표로 웹이 떠들썩하다.
ⓒ 케이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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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그가 등장하다!

'아이패드2'는 이미 흐름을 만든 태블릿의 연장이라는 측면에서 과거와 같은 충격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의 병가 이후 최초의 신제품 발표라는 점과, 2011년 태블릿 시장의 트렌드를 짚는다는 점에서 역시 가볍게 볼 수 없는 제품. 제품도, 그의 출현에도 온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스티브잡스, 자신의 시한부설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이패드2를 직접 소개하고 나섰다.
 스티브잡스, 자신의 시한부설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이패드2를 직접 소개하고 나섰다.
ⓒ 케이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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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애플은 '아이패드2'와 '스티브 잡스'의 동시 등장이라는 깜짝 이벤트를 연출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특별 이벤트에 그는 건재한 모습으로 등장해 스콧 포스탈과 함께 '아이패드2'의 구석구석을 설명했다.

예상할 수 있던 변화가 수반된 '아이패드2'

하드웨어 측면에서 '아이패드2'는 예상할 수 있던 범주의 변화를 담고 나타났다.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듀얼코어 프로세서, 더 빨라진 그래픽 성능, 더 얇고 가벼워진 바디 등.

물론 새로운 기능도 몇몇 눈에 띈다. iOS 4.3이 제공하는 '퍼스널 핫스팟' 기능과 '니트로 자바' 엔진을 탑재해 빨라진 사파리 브라우저, 자석을 이용해 덮으면 자동으로 슬립모드로 동작하고, 열면 동작하는 스마트 커버가 그것. 여기에 빨라진 프로세서를 최대한 활용하는 9개의 동시 비디오 재생과 페이스타임, 에어플레이의 개선, 새로운 카메라 소프트웨어 등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밖에 가속계를 이용해 어떻게 터치하느냐에 따라 미묘한 음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가라지밴드'도 빠트릴 수 없는 주요 변화점.

더 얇고 가벼워진 바디의 '아이패드2'
 더 얇고 가벼워진 바디의 '아이패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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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예상됐던 변화일까?

국내의 전반적인 평가 역시 "예상할 수 있던 변화"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과연 그럴까? 어쩌면 이는 '아이패드'를 성공으로 이끈 더 주요한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에 내려진 결론일지도 모를 일이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2'의 발표 행사에서 "채 1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고객들이 1억 권 이상의 책을 내려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랜덤하우스가 무려 1만7천 권에 달하는 책을 아이북스에 내놓는다는 사실도 발표했다. 애플에 따르면 현재 아이북스에서 eBook을 판매하는 출판사는 2500개 이상, 앱스토어 계정은 이미 2억을 돌파했다. 콘텐츠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자 애플이 개발자들에게 지급한 수익 역시 20억 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애플은 아이패드를 위한 전용 미디어 'The daily'를 선보인 바 있다. 이로 인해 미디어들의 반 애플 전선이 형성되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지만, 아이패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처절한 고민이 없었다면 이런 새로운 서비스의 개발이 가능했을까? 6만 개가 넘는 아이패드용 앱,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방대한 eBook이 뒤를 받치는 아이패드는 어쩌면 그래서 더욱 무서운 기기일지도 모를 일이다.

방대한 앱과 eBOOK이 '아이패드2'의 강점!
 방대한 앱과 eBOOK이 '아이패드2'의 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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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소비 도구인 '아이패드', '생산의 도구'로 탈바꿈하다

이뿐이 아니다. 새로운 아이무비는 애플이 강점을 가져온 비디오 편집을 그대로 아이패드에 옮겨 놓았으며, 다양한 오디오 효과의 '가라지밴드'는 언제 어디서든 전문가들이 자신의 영감을 그 즉시 실행하고 저장해 둘 수 있도록 돕는다. 잡스 역시 "가라지밴드는 장난감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8트랙 녹음, 믹싱 다양한 악기의 지원, 손끝의 미묘한 터치의 차이를 음의 차이로 만들어내는 가속센서는 전문가들이 간편하게 활용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수준.

이같은 변화는 일순 여타 태블릿에도 대부분 적용되는 수준이라 생각할 수 있음직하다. 하지만, 애플 '아이패드2'가 다른 점은 그 새로운 하드웨어가 항상 사용자에게 어떤 유틸리티를 제공할지 먼저 고려한다는 점일 것이다. 단지 그것이 대세이니 탑재한 기기와, 시작부터 치밀하게 그 용처를 정의하고, 그에 맞는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와의 연계를 고민하고 만들어진 제품은 결과적으로 그만큼의 차이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수많은 태블릿이 출시된 지금도 '아이패드'가 태블릿 시장의 80% 이상을 확고히 차지하고 있는 데에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아이패드', '생산의 도구'로 탈바꿈하다
 '아이패드', '생산의 도구'로 탈바꿈하다
ⓒ 케이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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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의 이 방대한 생태계를 어떻게 추격할 것인가?

'아이패드2'는 놀라운 제품일까? 아니면 최근 등장하는 다양한 태블릿과 대동소이한 제품일까? 하드웨어만을 놓고 보자면 분명 대단할 것 없는 제품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아이패드'를 더욱 가치있는 도구로 만드는 인문, 사회, 과학, 기술 분야의 방대한 콘텐츠/서비스를 만나는 순간, 이는 다른 태블릿과 완전히 차별화된 유일한 태블릿이 된다.

하드웨어를 따라잡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일지도 모를 일. 애플이라는 기업이 대단한 첨단기술을 손에 쥐고 있지 않은 이상, 이만한 기기의 제조를 위한 기술을 확보한 기업은 부지기수로 많다고 보아야 한다. 실제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를 구성하는 부품 대부분을 외부 기업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하지만, 하드웨어를 따라잡았다 해서 시장의 흐름이 바뀔 수 있을까? 디바이스 제조사들은 애플이 구축한 이 방대한 콘텐츠/서비스 생태계를 어떻게 따라갈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어쩌면 2011년, 태블릿 시장의 경쟁 포인트는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닌, 애플이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사회 각 분야와 태블릿의 결합일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태그:#아이패드, #아이패드2, #스티브잡스,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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