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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지사 자리가 버스 자리처럼 쉽게 양보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첫 기자회견부터 불꽃이 튀었다. 2일 한나라당에 입당, 강원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한 엄기영 전 MBC 사장은 유력한 경쟁 상대인 최문순 민주당 의원을 향해 거침없는 견제구를 던졌다.

 

엄 전 사장은 "최문순 예비후보가 정치권에 가더니 말을 잘하던데, 그러나 (말을) 쉽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강원도지사 자리가 버스 자리 양보하듯이 쉽게 양보할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엄 전 사장이 민주당으로 온다면 후보를 양보하겠다"고 한 것에 대한 반박을 내놓은 것이다.

 

최문순에 견제구 날린 엄기영 "이번 선거는 투사 뽑는 게 아니야"

 

엄 전 사장은 "이번 선거는 투사를 뽑는 선거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의원직 사퇴를 불사하며 미디어법 반대 투쟁에 앞장선 '파이터' 최 의원을 겨냥한 발언으로도 해석됐다.

 

그러나 엄 전 사장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투사라는 표현은 특정인을 염두에 둔 표현은 아니다"라며 "이번 선거가 중앙 정치의 싸움터가 돼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고 피해 갔다.

 

물론 춘천고 5년 후배이자 MBC에서 함께한 최 의원에 대한 덕담도 빼놓지 않았다. 엄 전 사장은 "최 후보는 고등학교와 언론사 생활을 함께 한 제가 사랑하는 후배다, 능력과 자질을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자신감도 내비쳤다. 엄 전 사장은 "앞으로 제가 한나라당의 후보가 된다면 강원도의 발전을 위해서 누가 더 적합한지 심판받겠다"며 "강원도민은 저를 선택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장 관심이 쏠렸던 이슈는 MBC 사장 시절 이명박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다 물러난 그가 한나라당을 선택한 이유였다. 트위터 상에서도 '그 이유'를 물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트위터리안 'Parkminkoo'는 앵커 시절 엄 전 사장의 말투에 빗대 "엄기영씨의 이번 한나라당 입당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그의 생각을 물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야권은 물론 보수 쪽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조갑제 전 <월간 조선> 대표는 "이명박 정권은 정치를 '허무 개그'로 만들고 있다"며 "미친 것은 소가 아니라 한나라당인 듯 하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입당? 강원도와 강원도민 위한 것"

 

뜨거운 관심에 비해 엄 전 사장의 답변은 단순했다. 그는 "한나라당을 선택한 것은 강원도와 강원도민을 위한 것"이라며 "강원도를 위해서는 한나라당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출마선언문을 통해서도 "강원도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힘과 자원을 모아야 하는데 정부, 여당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이것이 제가 한나라당을 선택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엄 전 사장은 또 "MBC 사장직은 쫓겨난 게 아니라 이 정부에서 언론 자유라는 소중한 가치가 좌절돼 스스로 사퇴한 것"이라며 "이제는 강원도를 위해서 온몸을 바치려고 한다"고 밝혔다.

 

엄 전 사장은 ▲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와 올림픽 특구지정 ▲ 원주-강릉간 복선 전철과 춘천-속초간 동서고속철도 조기 착공 및 도내 기반시설 확충 ▲ 동해안 경제자유구역 연내 지정 ▲ 폐광지역을 위한 '폐특법' 연장 및 접경지역지원법의 특별법 격상 ▲ 원주에 글로벌 메디컬 콤플렉스 조성 등 5가지 공약도 내놨다

 

그는 "이 5가지 현안이 해결되지 못하면 강원도는 영원히 변방으로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며 "강원도민의 이익을 위해서는 대통령과 정부, 여당과의 싸움을 통해서라도 모든 것을 쟁취해 내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오는 14일과 15일 강원도지사 출마 신청을 받은 후 본격적인 경선 일정에 돌입하게 된다. 강원도 18개 시군구 전역에서 당원과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투표를 통해 다음 달 3일께 본선에 나갈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다.

 

다음은 기자회견 질의응답 내용과 기자회견 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나눈 이야기를 종합 정리한 엄기영 전 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MBC 사장 쫓겨난 게 아니라 스스로 물러난 것"

 

- 현 정권에 의해서 MBC 사장직에서 쫓겨나서인지 한나라당 입당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데.

"사실에 오류가 있다. 쫓겨난 게 아니고 스스로 사퇴했다. 정부와 언론에 관해서 이견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언론자유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다. 그것이 좌절돼서 MBC 사장직을 사퇴한 것이다. 이제는 강원도 도지사에 출마하면서 온 힘을 바치려고 하는데 강원도를 위해서는 한나라당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언론 생활 36년 동안 정치적 중립 지켜왔다. 강원도를 위해서는 여당의 힘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민주당 등 야권에서 공격도 있을 텐데.

"저는 그동안 MBC 기자와 앵커, 그리고 사장을 하면서 여야로부터 수많은 (정치 입문)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그 때마다 언론 외길을 가겠다고 거부했다. MBC 사장까지 하고 나서 한나라당을 선택한 것은 강원도를 위한 것이다. 강원도민을 위한 선택이다."

 

- 야권의 유력한 경쟁자인 경쟁자 최문순 의원은 어떻게 평가하나. 한나라당 입당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데.

"비판을 한 게 아니라 (민주당으로 오면) 자리를 양보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최문순 후배는 고등학교와 언론사 생활을 함께했다. 제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후배다. 최문순 예비후보의 능력과 자질을 높게 평가한다. 저는 앞으로 후보가 된다면 당당하게 강원도의 발전을 위해서 누가 더 적합한가 심판받고 토론하겠다. 최 후보가 여의도 정치권에 가더니 말을 잘한다. 그러나 쉽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강원도지사 자리가 버스 자리 양보하듯이 쉽게 양보할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이번 선거가 투사를 뽑는 선거가 아니라고 했는데 최문순 의원을 염두에 둔 발언인가.

"특정인을 염두에 둔 표현이 아니다. 이번 선거가 중앙정치의 싸움터가 돼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강원도 발전의 비전과 정책을 놓고 경쟁하는 선거가 돼야한다는 뜻이다."

 

- MBC를 떠나면서 후배들에게 MBC를 지켜달라고 했는데 지금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제가 떠나면서 손을 들어 MBC를 지켜달라고 했다. 언론은 당당하게 비판할 수 있는 자유를 꼭 가지고 있어야 한다. 언론 자유는 꼭 가져야 할 가치다. 그 비판 정신을 계속 지켜나가기를 후배들에게 호소한다. 정권과 언론은 불편한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 정권은 끊임없이 언론을 길들이려고 할 것이다. 그때마다 후배 기자, 언론인들이 비판 정신을 계속 가져가 주기를 바란다."

 

"후배 최문순과 정책 놓고 당당하게 경쟁할 것"

 

- 최문순 의원은 엄 전 사장과의 대결이 부담스럽다고 했는데.

"최 의원도 그렇고 나도 우선 당내 경선을 통과해야 한다. 저도 한나라당의 경선에 당당하게 임하겠다. 가정을 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좀 그렇지만 둘 다 경선을 통과한다면 그 후에는 선후배 관계를 의식하지 않고 경쟁하겠다. 누가 강원도민을 위하는 정책과 전략을 가지고 있느냐를 놓고 당당하게 경쟁하겠다. 저는 강원도민들이 저를 선택해 줄 것으로 믿는다."

 

- 강원도의 5가지 핵심현안을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것 외에 새로운 비전이나 핵심 공약이 있다면.

"이 핵심 현안을 해결하지 못하면 강원도는 계속 낙후된 변방으로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강조한 것이고 해결 약속을 한 것이다. 당당한 강원도, 자존심이 살아있는 강원도를 만들어야 한다. 강원도를 온 국민이 애처롭게 바라보는 시대를 끝내겠다. 강원도 프리미엄, 강원도가 가진 자산을 가지고 명품 강원도를 만들겠다. 생산되는 농산물, 수산물 등이 비싸게 팔릴 수 있는 명품 강원도를 만들 복안을 가지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좀 더 정리해서 정책보고서를 통해 밝히겠다."


태그:#엄기영, #최문순, #재보선, #강원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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