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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 시각)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의 녹색광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요새의 성벽 위에 42년 독재자 카다피가 모습을 드러냈다.

 

광장에 있던 수천 명의 지지자들을 향해 카다피는 마이크를 잡고 외쳤다. "내가 여기 여러분들 속에 있다. 춤추고 노래하고 기뻐하라." 지지자들은 함성으로 카다피를 환영했다. 녹색 깃발이 야자나무 아래에서 펄럭이고 경적이 울렸다.

 

카다피가 경고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자들, 그들은 지옥을 맛보게 될 것이다." 이렇게 선전포고를 연상시키는 말을 한 후 카다피가 지지자들을 내려다보며 다시 외쳤다. "보아라. 이것이 리비아 국민이다. 이것이 혁명의 과실이다."

 

카다피의 말이 이어졌다. "무기고를 열어 사람들을 무장시키고, 리비아를 위해 싸울 것이다. 싸워서 리비아 땅을 다시 정복할 것이다. (예전에 리비아를 지배했던) 이탈리아에 맞서 싸워 이긴 것처럼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모두 리비아를 방어할 준비를 하라."

 

이날 카다피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은 녹색광장 주변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 금요 예배를 봤다. 이들은 예배를 마친 후 구호를 외치며 녹색광장을 향해 행진할 대오를 갖췄다. 한 카다피 지지자가 말했다. "저들은 알 카에다다." 잠시 후 경찰의 칼라시니코프 자동 소총이 불을 뿜었고 사람들이 아스팔트에 쓰러졌다.

 

카다피 "무기고 열어 사람들을 무장시키겠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전한 25일 트리폴리 상황이다. 카다피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트리폴리에서 처음으로 열린 이날 카다피 정권은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발포했다. 현재 사망자 수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고 있지만, 외신들은 적어도 2명 이상 사망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반정부 세력이 벵가지, 토브룩 등 여러 도시를 장악하고 "트리폴리를 해방시키겠다"고 선언하자, 위기의식을 느낀 카다피 정권이 트리폴리에서 시위대를 향해 발포한 것이다.

 

카다피 정권은 점점 궁지에 몰리는 모양새다. 카다피 퇴진 촉구 시위가 이날 트리폴리뿐만 아니라 벵가지를 비롯한 리비아 곳곳에서 열렸고, 유엔과 아랍연맹 등에 있던 리비아 외교관들 및 검찰총장 등이 시위 발생 후 계속된 유혈 진압에 항의하며 사퇴했다.

 

이날 카다피의 둘째아들인 사이프 알 이슬람 카다피는 반카다피 세력에 26일까지 휴전 협상을 하자고 제의했다. 반정부 세력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사이프 알 이슬람은 카다피에게 충성하는 군대가 시민을 향해 폭탄을 투하했다거나 시위 진압을 위해 용병이 투입됐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영국 BBC "봉기가 시민 저널리스트들이 활약할 기회 창출"

 

한편 영국 언론 BBC는 카다피 퇴진 요구 시위가 시작된 후 리비아의 언론 상황에 변화가 생겼다고 보도했다. "(반카다피) 봉기가 시민 저널리스트들이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했다"는 것이다.

 

BBC는 "국영 미디어가 카다피 지지 시위 장면만 보여주는 것과 달리, 휴대전화를 활용해 (시민 저널리스트들이) 보내는 사진과 비디오는 (국영 방송과) 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다"고 보도했다. 이어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차단됐다는 소문이 있지만, 이용자들은 프록시 서버 등을 활용해 그럭저럭 통제를 피해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BBC는 반카다피 세력이 장악한 동부 지역에서 새로운 매체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벵가지에서 <리비아>라는 새 신문이 등장해 시민들이 "해방"을 자축하며 자발적으로 거리를 청소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식량과 거처를 제공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아울러 <녹색 산의 자유 리비아 라디오>는 다른 도시의 시민들에게 "혁명"에 동참할 것을 권하는 방송을 내보내고 있으며, 반카다피 활동가들은 별도의 웹 기반 라디오를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모습은 신문과 방송이 자기 검열을 하고 언론 자유가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던 그동안의 리비아와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라고 BBC는 전했다.

 


태그:#리비아, #카다피, #아랍 민주하, #시민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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