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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반정부 시위 거점 중 하나인 홈즈에서 인간 사냥을 자행하고 있다고 보도한 <슈피겔>.

'어제는 또 얼마나 죽었을까?'

 

매일 오전 컴퓨터를 켜고 외신들을 둘러보기 전 드는 생각이다.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세계이기에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삶을 마감하는 이들이 매일 생기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그런 생각이 드는 건 학살되는 사람들 때문이다. 사냥감으로 전락한 인간에 관한 소식 때문에 외신을 보기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자주 접하는 만큼 둔감해질 법도 한데, 그렇지 않다.

 

시리아 소식도 그중 하나다. 시리아에서는 3월 중순 이래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와 정부의 핏빛 진압이 이어지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시위대에 대한 무차별 폭행·고문, 피 냄새가 진동하는 비밀 감옥, 시민들을 향한 실탄 발포 등 끔찍한 일이 계속됐다.

 

시리아 정부는 탱크와 군함까지 동원해 시위 중심지를 공격했다. 곳곳에 배치된 저격수들은 민간인을 조준 사격했다. 시위 중심지는 곳곳에서 시신 더미가 눈에 띄는 생지옥으로 변했다. 유엔은 시리아 정부의 유혈 진압으로 희생된 사람이 5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냥감으로 전락한 시리아 사람들

 

학살, 인간 사냥이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희생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이 점을 파악할 수 있다. 13세 소년 함자 알 카티브는 보안군에게 잡혀갔다가 성기가 잘린 처참한 시신으로 가족 품에 돌아왔다. 15세 소년 타메르 알 사리는 함자 알 카티브와 함께 끌려갔다가 총탄에 맞아 "눈이 사라진" 주검으로 변했다. 시리아군이 집중 포화를 퍼부은 라타키아(시위 중심지 중 한 곳)에 있던 3세 여아 올라 자블라위는 오른쪽 눈에 총탄을 맞고 숨졌다.

 

이것만이 아니다. 민주화 운동가인 무함마드 디브 알 호스니의 여동생인 18세 소녀 자이납 알 호스니는 보안군으로 추정되는 이들에게 납치됐다가 목이 잘린 시신으로 변했다. 무함마드 디브 알 호스니 역시 곳곳에 고문 흔적이 역력한 주검이 됐다.

 

시리아 당국은 무함마드와 자이납의 어머니에게 자녀들의 시신을 바로 돌려주지 않았다. 시리아 당국은 두 사람의 어머니에게 "자녀들이 무장한 범죄 집단에게 납치·살해됐다"고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려운 모습으로 변한 자녀들 앞에서 억장이 무너졌을 어머니의 가슴에 한 번 더 못을 박는 일을 서슴없이 자행한 것이다.

 

시리아 정부는 민간인 학살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무장한 테러 집단이 시위를 주도하고 혼란을 일으켰으며, 이를 바로잡고자 나선 정부군이 3월 중순 이후 2000명 넘게 숨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 학살 사실을 입증하는 건 피해자들의 목소리만이 아니다. 탈영병들의 양심 고백도 이를 입증한다. 이들은 비무장 시위대에 대한 핏빛 진압에 양심의 가책을 느껴 탈영한 병사들이다.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에 따르면, 시리아군에서 탈영한 병사가 1만 명을 넘어섰다.

 

국제 인권 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는 15일, 탈영병 63명을 인터뷰한 보고서를 냈다. 이들은 돌멩이조차 들지 않은 비무장 시민 8명을 단 15분 만에 쏴 죽이고, "아들 대신 나를 잡아가라"고 말하는 어머니의 눈앞에서 시위 참가자를 가차없이 사살한 일 등을 증언했다. 한 탈영병은 지휘관으로부터 "남자든, 여자든, 어린이든 간에 시위 참가자는 모두 사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시위대가 5000명이 넘으면 15명 이상 사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증언한 탈영병도 있었다.

 

학살은 아랍연맹 감시단이 26일(현지 시각) 시리아에 입국한 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수십 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매일 외신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28일(현지 시각)에도 적어도 13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잘못한 것 없다"는 대통령

 

사정이 이러한데도, 아버지(하페즈 알 아사드 전 대통령)의 권력을 세습한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은 "난 책임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은 7일 ABC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시민을 죽이거나 잔혹하게 진압하라고 군에 명령한 적이 없다", "내가 잘못한 것이 없기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가 방영된 후 국제사회에서는 '바샤르 알 아사드가 미쳤거나 현실과 동떨어졌거나'라는 비난이 나왔다.

 

바샤르 알 아사드의 무책임한 태도는 1960년 4월혁명 당시 이기붕의 망언을 연상시킨다. 그해 3월 15일(정·부통령 선거 당일) 마산에서는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때 경찰이 발포해 8명이 목숨을 잃고(9명이라는 설도 있다) 80여 명이 다쳤다. 이에 대해 부통령 당선자이던 이기붕은 "총은 쏘라('쓰라'로 들었다는 이도 있다)고 준 것이지 갖고 놀라고 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학살을 정당화하는 발언이었다.

 

자국민이 5000명 이상 죽었는데 "책임 없다"고 하는 바샤르 알 아사드나 "총은 (……) 갖고 놀라고 준 것이 아니다"라고 공언한 이기붕이나 오십보백보다. 이기붕은 그해 4월 '일가족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바샤르 알 아사드 앞에는 어떤 미래가 놓여 있을까?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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