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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위대한탄생> 홈페이지
 MBC<위대한탄생> 홈페이지
ⓒ MBC<위대한탄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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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8일 밤, 뒤늦게 <MBC 위대한 탄생>(금요일 밤 9시55분)을 본 시청자라면 낯선 상황에 눈이 휘둥그레졌을지 모릅니다. 오디션 심사위원 김태원의 뒤로 불량(?)해 보이는 남자 네 명이 앉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 중, 세 명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으니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은 분명,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했을 것입니다.

<MBC 위대한 탄생>에서 대단한 일이 있었습니다. 오디션 심사위원 김태원이 (음악적 가능성 외엔) 별 볼일 없는, 그래서 절대 뽑히지 않을 것 같은 도전자 4명(백청강, 손진영
이태권, 양정모)을 자신의 제자(멘티)로 선발한 것입니다.

오디션을 훌륭히 마친 이태권을 제외하곤, 백청강, 손진영, 양정모에겐 다른 멘토들의 선택이 전혀 없었기에 이날 상황은 더욱 극적이었습니다. 김태원의 용기있는 결단은, 자신이 탈락할 것이란 실망감을 애써 참은 세명의 도전자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며 현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습니다.

멘토 김태원, '안될 것 같은' 제자들을 뽑다

18일 밤, <위대한탄생>은 최종 라운드에 오른 34인(16개팀) 중 8팀의 오디션을 방영했습니다. 5인의 멘토(이은미, 신승훈, 방시혁, 김윤아, 김태원)가 자신의 재량 하에 각각 제자 4명을 선발해 '멘토스쿨'에 데려가는 방식이었습니다. 만약 해당 도전자를 원한 멘토가 복수일 경우, 도전자가 직접 자신이 원하는 멘토를 고를 수 있어 파격적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은미, 신승훈, 김윤아, 방시혁 4인의 멘토는 실력있는 제자를 고르기 위해 적잖은 눈치 싸움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미성을 가진 셰인과 출중한 가창력의 황지환에겐 멘토의 선택이 몰려,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습니다.

MBC <위대한탄생>의 다섯 멘토들.
 MBC <위대한탄생>의 다섯 멘토들.
ⓒ MBC <위대한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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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위대한탄생> 또 한명의 멘토 김태원의 선택은 다른 4인의 멘토와 많이 달랐습니다. 그가 뽑은 제자 4인은 유별났습니다. 유능함 이면에, 단점 또한 부각되는 이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한 예로 백청강을 들 수 있습니다. 1월 7일 방영된 중국 오디션에서 모습을 드러낸 백청강은, 생계를 위해 중국 밤업소에서 노래 일을 한 재중 동포입니다. 연변TV 주최 전국 청소년 콩쿠르 오디션에서 1등을 차지기도 한 우수한 노래 실력을 지녔지만, 이후 모창과 콧소리 등을 단점으로 지적받고 탈락의 위기에 몰립니다.

백청강은 있는 힘을 다해 자신의 단점을 고치려고 하지만 단 시간에 오랜 습관을 바꾸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런 난감한 상황에서 김태원은 자신의 노래를 미션 과제로 선택한 백청강에게 '네버엔딩스토리 곡을 부르는 방법'에 대해 진심어린 조언을 해줍니다. 행복한 표정의 백청강이 김태원에게 큰 절을 하는 모습은 TV를 보던 시청자들의 마음을 감동시켰습니다.

백청강은 오디션에서 부활의 '네버 엔딩 스토리'를 이전보다 깔끔하게 잘 소화하지만 여전히 콧소리 지적하는 타 멘토들로 인해 탈락위기에 놓입니다. 그런 위기의 상황에서, 그를 구제해준 것은 또다시 김태원이었습니다. "나도 한계가 있다, 버티는 게 힘들다"는 말로 분위기를 희석시키며, 타 멘토들의 다른 견해에도 김태원은 꿋꿋히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백청강을 합격시킵니다.

비단 백청강뿐만이 아니었습니다. 18일 방영된 '위대한 캠프 파이널 라운드'에서 김태원이 제자로 선택한 이들의 면면은 놀라웠습니다. 고음에서 제 실력을 내지 못했던 손진영과 출중한 가창력에도 불구하고 다른 멘토들이 손을 들지 않았던 양정모 모두 자신의 제자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험상궂은 인상(이태권)으로 노래를 부르고, 뚱뚱함을 콤플렉스(양정모)로 가지고 있고, 긴장하다 노래를 망치기 일쑤인(손진영), 또 밤무대에서 부른 모창 버릇을 고치지 못해 다른 심사위원의 눈 밖에 난 도전자(백청강)는, 사실 장점만큼 단점도 크게 부각되는 이들이었습니다.

시청자인 저도 '저런 단점을 가진 사람들이 훌륭한 가수가 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그렇기에 김태원이 선택이 없었다면, 분명 그들은 단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탈락의 고배를 마셨을 것입니다.

도전자 울린 김태원, '위대한 멘토'란 이런 것이다

MBC <위대한탄생>의 김태원
 MBC <위대한탄생>의 김태원
ⓒ MBC <위대한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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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은 <위대한탄생> 최종 라운드에 오른 손진영이 기대 이하의 실력을 선보였을 때, 안타까운 모습으로 다음과 같이 말을 합니다. "기적은 만드는 것이다"라고, 그리고 다른 멘토들이 선택해 주지 않아 탈락위기에 놓인 한 백청강에게는 다음과 같이 묻습니다.

"자신이 누군가와 비슷한데 성공할 자신 있습니까? 모창 극복할 자신 있습니까?"
"…예."

김태원의 말에, 도전자의 답변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자신감이 많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자신의 단점과 실수를 고치지 못했기에, 탈락이 돼도 할말이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듣는 이에 따라 탈락을 위한 정해진 수순처럼 생각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 예상처럼 5인의 멘토 중 누구 하나, 손진영, 양정모, 백청강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쉽사리 손을 들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이들의 가능성을 믿고 합격시킨 김태원 역시 이번에는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그럴만 했습니다. 다른 대다수와 다른 판단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선택하겠습니다."

긴 침묵 속에서 김태원이 섰습니다. 또 한번 그들을 합격시킨 것입니다. 그 말에 탈락 위기의 슬픔을 애써 참아내던,  손진영, 양정모, 백청강의  눈망울에서 굵은 눈물 방울이 떨어졌습니다. 누군가는 이런 김태원의 선택을 오기라 할지 모릅니다. 또 어떤 이는 편애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비판할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왜일까요?

<위대한탄생>의 다른 심사위원의 눈에, 손진영, 양정모, 백청강은 그저 '안될 성 부른 떡잎'이었지만, 김태원은 시선은 많이 달랐습니다. 단점 많은 도전자들에게서 가능성을 보았고, 따뜻한 조언으로 그 단점을 털어주며 앞으로 나가게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믿었던 이들이 부족해 탈락의 위기에 놓인 순간, 그는 도전자들의 멘토를 자청했습니다.

"마지막이 가까워 올 때쯤 내가 왜 손진원 씨를 계속해서 선택했는지 이유를 말해주겠다.
엄청난 기적을 만들어 보자."

"우리 팀이 공포의 외인구단 느낌으로 가는데 내가 섬으로 데려가겠다. 지옥훈련을 시키겠다."

그가 자신의 제자들을 선발하며 한 말에는 자신만의 철학이 담겨 있는 듯 보입니다. 자신이 제자로 받아들인 이들을 직접 마중 나가 따뜻하게 격려를 해주는 김태원의 모습은 특별해 보였습니다. 저는 그런 김태원의 모습에서 위대한 멘토의 모습을 봤습니다.

똑똑한 인재를 갈구하는 유능한 멘토가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불량(?) 인재를 믿어주는 '위대한 멘토'의 존재에 가슴이 따뜻해 집니다. 가능성을 본 사람들을 한결같이 믿어주는 따뜻함은, 도전자는 물론 시청자까지 감동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김태원이 구제해 준, '안될성 부른 떡잎(?)'을 보다보니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한명 있습니다. 지난 <슈퍼스타K2>에서 11명에 들지 못하고 탈락했던 김보경입니다. 켈리 클락슨의 'Because of you'를 감동적으로 불렀지만, 다수 심사위원에 의해 '올드하다'는 평을 들으며 탈락했던 그녀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진심이 묻어나던 김보경의 노래는,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엄정화를 울릴 정도로 감동적이었지만, 결국 그녀는 탑11에 들지 못했습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슈퍼스타K2> 심사위원들의 눈에 김보경이 많은 단점을 지닌 '안될 성 부른 떡잎'이었던 게 주된 이유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김보경은 <슈퍼스타K2> 최종 11인에 들지 못했던 아픔을 딛고 '하루하루'란 곡으로 주요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현재의 시선만 놓고 본다면 당시 김보경을 <슈퍼스타K2> 톱 11에 뽑지 않은 심사위원의 판단은 절대적인 옳음은 아닌 듯 보입니다.

만약 <슈퍼스타K2>에 '올드'라는 단점을 지적하는 심사위원보다, '감동'의 가능성에 비중을 둔 멘토가 있었더라면, 당시 김보경의 운명은 달라졌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멘토 김태원에 선발된 4인은 행복한 제자들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자신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스승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위대한 탄생>판 '김보경'이 됐을지 모를 손진영, 양정모, 백청강. 하지만 그들은 멘토 김태원을 만나 다시 꿈을 펼칠 기회를 잡았습니다.

물론 김태원이 선발한 이들이 위대한 탄생의 우승자가 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을지는 지켜봐야 겠지만 목표의 달성여부와 상관없이 인생에서 소중한 멘토를 얻게 된 도전자들을 보며 감히 아름답다는 표현을 해봅니다.

김태원이 아니면, 누구도 쉽게 뽑지 못했을 '공포의 외인구단' 같은 4인. 그들이 만들어갈 놀라운 하모니가 앞으로 기대됩니다. 인생이란 음악에서, 멘토 김태원과 멘티 제자들이 빚어낼 선율이 아름답게 빛날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태그:#위대한탄생, #김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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