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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 물줄기입니다.
 지리산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 물줄기입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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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갑니다.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1>시를 읊조리며 마냥 거슬러 오릅니다. 섬진강은 전북 임실에서 시작하여 전남을 경유 경남 하동을 지나 광양만으로 흐릅니다.

섬진강으로 길을 잡은 이유는 사실 참게장을 맛보기위해서입니다. 참게를 넣고 끓여낸 참게탕의 구수하고 깊은 맛도 그만이지만 불현듯 참게장 맛이 그리웠거든요. 예전에 참게탕을 먹으러 갔었던 섬진강가의 별천지가든 주인장의 말에 의하면 참게장 또한 돌게장이나 꽃게장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설연휴라 가게가 문을 닫았네요.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요.

바다에 알을 낳는 참게는 바다와 가까운 강에서 삽니다. 섬진강의 참게잡이는 통발이나 물살이 센 목에 대나무 발을 받혀 잡는다고 합니다.

강물을 따라 계속 거슬러 오릅니다. 구례구역을 지나니 압록입니다. 건너편에 섬진강으로 통하는 길이 보입니다.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지나 길 가장자리에 주차를 하고 강으로 내려갑니다. 강가에는 아직 잔설이 남아있습니다.

입춘이 지나서일까요. 바람에서 봄기운이 느껴집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세상 모든 걸 다 얼어붙게 하며 기세등등하던 동장군은 벌써 꼬리를 감췄나봅니다. 자연의 위치는 참 신비롭습니다. 한껏 부풀어 강가를 걷는데 열차가 굉음을 내지르며 쏜살같이 지나갑니다.

대숲 가에는 토종갓과 겨울을 이겨낸 잡초 무더기가 초록빛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대숲 가에는 토종갓과 겨울을 이겨낸 잡초 무더기가 초록빛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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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밭을 걷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섬진강의 잔물결이 일렁이며 흘러내립니다. 물오른 버들가지가 있을까싶어 강기슭을 살펴봤지만 아직은 이릅니다. 대숲 가에는 토종갓과 겨울을 이겨낸 잡초 무더기가 초록빛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길입니다. 꿩 대신 닭이라도 잡기 위해 순천 황전면 괴목 장터에 들렀습니다. 이곳 장터에는 명성이 자자한 국밥집이 두 곳 있습니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다르겠지만 어느 곳을 가나 만족할 만한 수준입니다. 예전에 맛돌이가 몇 차례 다녀갔기 때문에 이미 검증된 집입니다.

피순대는 부추와 함께 먹으면 맛있습니다.
 피순대는 부추와 함께 먹으면 맛있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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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감어린 분위기와 토속적인 음식이 한데 어우러져 마음이 넉넉해져 옵니다.
 정감어린 분위기와 토속적인 음식이 한데 어우러져 마음이 넉넉해져 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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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옛날 순대와 순대 국밥을 주문했습니다. 내장도 달라고 했습니다. 피순대와 부추 내장을 골고루 접시에 담아내옵니다. 순대와 내장이 가득한 순댓국은 허한 속을 따뜻하게 데워줍니다.

소주 한 병을 시켜놓고 장터국밥집에서 술잔을 기울입니다. 정감어린 분위기와 토속적인 음식이 한데 어우러져 마음이 넉넉해져 옵니다.

토종 옛날 순대와 순대국밥입니다.
 토종 옛날 순대와 순대국밥입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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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좋다는 게 이런 건가 봅니다. 낯을 익혀놓은 터라 주인부부가 내장을 손질하면서 맛보라며 돼지 위와 심장 등 특정부위 몇 점을 맛보기로 내놓습니다. 낮술을 즐기지 않는 맛돌이가 그 덕분에 소주를 반병이 넘게 먹었답니다.

재래시장 추억의 국밥집에서 모처럼 기분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알듯 모를 듯 한없이 밀려드는 이 정체모를 느낌은 무얼까요. 봄기운, 아님 행복, 암튼 좋습니다. 이게 바로 음식기행을 하는 참맛인가 봅니다.

섬진강 1
    - 김용택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 가도 퍼 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 꽃,
숯불 같은 자운영 꽃 머리에 이어 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 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보라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환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 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섬진강, #음식기행, #옛날순대, #맛돌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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