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31일 오전 11시, 종로구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구제역 및 조류인플루엔자 종식을 촉구하는 농민단체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 농민단체 긴급 기자회견 31일 오전 11시, 종로구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구제역 및 조류인플루엔자 종식을 촉구하는 농민단체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 김재민

관련사진보기


지난해 11월 28일 경북 안동시 와룡면에서 최초 발생한 구제역이 해를 넘겨 설 연휴를 앞둔 최근까지도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구제역 확진판정을 받은 돼지 9000마리를 시작으로 사태발생 이후 65일이 지난 31일 현재까지 경상도를 비롯한 경기·충청·강원지역에서 소, 돼지를 비롯한 가축 300만 마리가 살처분 됐다.

이처럼 계속해서 확산되는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의 종식,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의 공개사과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농민단체 긴급 기자회견'이 전국농민회총연맹을 비롯한 농민단체 회원들의 주최로 31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열렸다.

"축산농민 두 번 죽이는 MB정부 퇴진하라!"

"농민들이 자식 같은 가축들을 살처분으로 파묻고 나서 자기도 모르게 아침마다 축사로 나가 빈 축사를 보고 통곡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국무위원들 하는 말 좀 봐라. 보상금 타 먹으려고 방역을 제대로 안 해 구제역이 확산됐다는 이 따위 발언이 어디 있나?"

기자회견은 최근 구제역 관련 망언으로 구설수에 오르내린 일부 국무위원에 대한 규탄으로 시작됐다. 이광석 전국농민총연맹 의장은 "300만 마리에 달하는 가축들이 죽어나가면서 농민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권은 농민들의 도덕성을 거론하며 구제역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직접 거론하며 "망언을 한 윤 장관과 다른 국무위원들이 구제역 현장에 나가 봤겠느냐"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지금이라도 당사자들은 망언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윤 장관을 비롯한 망언 관계자들의 퇴진을 촉구했다.

윤 장관은 지난 27일 구제역 사태와 관련해 "경찰이 백날 도둑을 지키면 뭐하나? 집주인이 도둑을 잡을 마음이 없는데"라며 축산농민들을 무책임한 집주인에 비유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또한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김종훈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농사는 짓지 않고 다방에서 공무원들과 정부 보조금을 챙기는 농민들이 있다며 '다방농민'이란 말을 해 농민들의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종로구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열린 농민단체 긴급 기자회견에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포퍼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주사기 든 강기갑 의원 종로구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열린 농민단체 긴급 기자회견에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포퍼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김재민

관련사진보기


"4대강 사업에 쏟는 노력의 3분의 1만 구제역 사태에 쏟았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대까지 동원해 모든 노력을 다해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듣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MB정권이 미국에 쇠고기를 내주기 위해 구제역 사태를 수수방관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나?"

이어 강 의원은 "구제역은 초기에 잡아야한다"며 "가래로 막을 것을 호미가지고 깔짝거리다가 지금은 포클레인으로도 막을 수 없는 지경이 됐다"고 정부의 무기력한 초기대응을 비판했다.

또 강 의원은 정부가 지난 19일 구제역 등 가축질병을 근원적으로 줄이기 위해 마련한 '축산업허가제'를 언급하며 "그동안 축산허가제가 시행되지 않아 구제역이 발생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실효성 없는 정부대책을 비판했다. '축산업허가제'는 정부가 제시한 위생환경을 갖추지 못하면 축산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마련됐다.

이윤경 전국축협노조 위원장도 연대사를 통해 구제역사태 해결에 의지가 없는 정부를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요즘 뉴스를 보면 온통 삼호주얼리호 석 선장 이야기뿐이다"며 "그분을 구하기 위해 정부가 쏟은 노력의 10분의 1만 구제역에 기울였다면 이 사태는 미연에 방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최근 구제역 사태가 종식되면 장관직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유정복 농림식품부 장관을 언급하며 "이게 무슨 대책이냐"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가축 300만 마리가 살처분 당하고 농민들이 자살하는 이 판국에 책임지는 사람도, 구체적인 대책도 없다"고 말하며 "정부 전 부처가 모든 역량을 동원해 구제역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제역으로 공무원들도 죽어가고 있다"

양성윤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이 농민단체 긴급 기자회견 퍼포먼스에 참여하고 있다.
▲ 무책임 정부에 예방주사를... 양성윤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이 농민단체 긴급 기자회견 퍼포먼스에 참여하고 있다.
ⓒ 김재민

관련사진보기


"정부는 우리 농민 320만 명을 버렸다. 현장에서 축산 농민들과 함께 방역작업을 펼친 지자체 공무원들도 죽어가고 있다. 131명의 지자체 공무원이 죽거나 다쳤다. 이런 대재앙이 우리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데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사태발생 50일 만에 현장을 방문했다. 국가원수가 아니라 국가웬수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양성윤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이 참석해 "직접적인 피해를 본 축산농민 이외에도 방역 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지자체 공무원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 위원장은 "구제역 방역에 동원된 지자체 공무원 중 7명이 사망했고, 35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공무원 피해상황을 밝혔다. 또한 "경북지역 방역작업은 이제 한계상황"이라고 말하며 "얼마나 더 많은 공무원 노동자와 축산농민들이 죽어나갈지 모르겠다"며 정부에 직접 피해를 입은 농민들 이외에 공무원 등 간접 피해자에 대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양 위원장은 "오는 2월1일을 시작으로 <한겨레신문>에 구제역 관련 망언을 한 국무위원들의 사과와 축산농민 및 공무원들에 대한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광고를 게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설 연휴가 끝나는 2월7일부터 정부부처에 구제역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항의방문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덧붙이는 글 | 김재민 기자는 <오마이뉴스> 13기 인턴기자 입니다.



태그:#구제역, #AI, #조류독감, #MB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