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피부병을 낫게한 약수라는 전설이 전한다.
▲ 골샘약수 피부병을 낫게한 약수라는 전설이 전한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군산시 대야면 죽산리에는 탑동마을이 있다. 탑이 있어서 부르게 된 이름이라고 한다. 1월 21일, 익산 황등에 일이 있어 들렀다가,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탑동마을을 찾아갔다. 현재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66호로 지정이 되어 있는 삼층석탑은 그 형태가 남다르다. 백제탑을 많이 닮은 이 탑은, 백제양식을 계승한 고려시대의 탑이다.

원래 이곳에는 백제 때 큰 절이 있었다고 전한다. 그리고 이 탑은 대웅전의 앞에 서 있던 탑이라는 것이다. 이 탑에는 근처에 있는 건장산 약수와 함께 전설이 전하고 있다. 탑을 보러갔다가 전설을 듣게 되는 경우는, 괜히 횡재라도 한 기분이다. 글을 쓸 때마다 현장답사를 해야 하는 나로서는, 이렇게 한 가지 기사거리가 남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군산시 대먀면 탑동에 있는 삼층석탑. 이 석탑에는 약수에 관한 전설이 전한다
▲ 삼층석탑 군산시 대먀면 탑동에 있는 삼층석탑. 이 석탑에는 약수에 관한 전설이 전한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두 남녀의 시합이 병을 불러

이 탑동 삼층석탑을 쌓은 것은 이 마을에 살던 여자장사라는 것이다. 이 탑골에는 여자장사가 살고, 마을 뒤편 장자골 마을에는 남자장사가 살았다고 한다. 두 사람이 가끔 이런저런 시합을 하였는데, 두 사람이 탑을 쌓은 후 그것을 손가락으로 밀어 넘어트리는 시합을 하게 되었단다. 여자장사는 지금의 탑동 삼층석탑을 세우고, 남자장사는 자신이 사는 장자골에 석탑을 쌓게 되었다.

두 사람이 시합을 하던 날 온 마을 사람들이 풍악을 울리며, 두 사람의 시합으로 인해 잔치가 벌어졌다. 탑을 다 쌓고 난 후 여자장사는 남자가 쌓은 장자골의 탑을 한 번에 밀어서 넘어트렸단다. 그런데 남자장수는 여자장사가 쌓은 탑골의 탑을 무너트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남아 있는 삼층석탑은 당시 탑골에 사는 여자장수가 쌓았다는 탑이 남아 있는 것이라고 한다.

눈이 녹지않은 산길을 걷다보니, 옆으로 대밭이 펼쳐진다
▲ 산길 눈이 녹지않은 산길을 걷다보니, 옆으로 대밭이 펼쳐진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약수터는 정리가 잘 되어있다. 약수터 앞에는 전설을 적은 안내판이 서 있다
▲ 골샘약수 약수터는 정리가 잘 되어있다. 약수터 앞에는 전설을 적은 안내판이 서 있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그런데 이렇게 시합을 하고 난 후 여자장수의 늙은 어머니가 이유도 없이 지독한 피부병에 걸리고 말았다고 한다. 온 몸이 시커멓게 짓무르고 죽을 것 같은 피부병에 걸리자, 여자장사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좋다는 약은 다 구해서 어머니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어머니의 피부병은 점점 더 심해지고 죽을 것 같았다고 한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100일기도를 한 여자장사

탑골 여자장사는 어머니가 죽을 것 같아 걱정을 하고 있는데, 마을에는 해괴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여자장사가 무너트린 장자골 탑의 혼이 어머니에게 씌워서 그렇게 심한 피부병에 걸렸다는 것이다. 그 소문을 들은 여자장사는 탑골 자신이 쌓은 석탑 앞에 꿇어앉아, 어머니를 살려달라고 100일 동안 정성을 드렸다.

여름철에 뇌성벽력이 치고, 비바람이 몰아치는데도, 여자장사는 꼼짝 않고 탑 앞에 앉아 기도를 드렸다. 100일 째가 되던 날 천둥번개가 치더니 혼연히 한 노인이 나타나 '건장산 골샘약수를 먹이면 피부병이 나을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여자장사는 그길로 골샘약수로 달려가 물을 떠다가 어머니에게 먹이고, 그 물로 온몸을 씻어드렸다. 그랬더니 피부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는 것이다.

골샘약수는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가 않고, 추운 겨울에도 얼지가 않는다고 한다
▲ 약수 골샘약수는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가 않고, 추운 겨울에도 얼지가 않는다고 한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마을에서는 약수 밑에 물이 고이는 하트모양의 샘을 조성했다
▲ 하트 마을에서는 약수 밑에 물이 고이는 하트모양의 샘을 조성했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골샘약수를 마셔보다

마침 주민 한 사람이 탑이 있는 곳으로 지나간다. 약수가 어디 있느냐고 물으니, 탑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는 것이다. 날은 춥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약수를 빠트릴 수가 없다. 더구나 이런 전설을 간직한 약수라면, 한 모금은 먹어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탑 뒤로 난 길을 따라 약수를 찾아 나섰다.

눈이 아직 녹지 않은 산길로 잡아든다. 공기가 맑다. 심호흡을 하면서 대나무 숲을 지나고 다리를 건넌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아래로 약수터가 보인다. 내려가 보니 그 추운 날인데도 약수는 얼지가 않았다. 옆에 걸린 바가지로 물을 떠 한 모금 마셔보니, 가슴 속까지 시원하다. 이 물을 마시고 나면 웬일인지 속이 깨끗해질 듯하다.

마을 안에는 우물체험을 하는 우물이 있다
▲ 마을우물 마을 안에는 우물체험을 하는 우물이 있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약수를 마시고 동네로 내려오니 마을에도 우물이 있다. 우물체험도 한다고 적혀 있다. 골샘약수는 최근에도 피부병이 있는 사람들이 찾아와 효험을 보았다고 한다. 문화재답사를 하다가 보면 가끔 이런 전설을 듣게 되는 경우도 있다. 문화재답사를 하면서 전국 어디를 가나, 우리들을 가르치는 전설 한마디쯤이 있어서 좋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전설이, 그저 전설로만 전해지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그 안에 숨은 깊은 속내는 사라진 채.

덧붙이는 글 | 삼층석탑에 대한 소개는 후에 올리겠습니다.



태그:#골샘약수, #삼층석탑, #피부병, #군산, #전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