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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귀빈식당에서 남북 경협 기업인 간담회가 열렸다
 국회 귀빈식당에서 남북 경협 기업인 간담회가 열렸다
ⓒ 김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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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태만 살인자냐? 남북경협 기업 다 죽이는 정부도 살인자다."

북한에서 채취된 모래를 건축자재로 공급하는 이도균 CS글로벌 대표의 말이 끝나자 참석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19일 국회에서 남경필(한나라당) 외교통상통일위원장 주최로 열린 '남북경협 기업인과의 오찬간담회'에서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남북관계 경색으로 피해를 입은 남북경제협력 기업인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남북경협기업을 돌보지 않는 정부를 여중생 납치 살해범 김길태에 빗댄 이 대표는 "150억원을 투자해서 피해만 속출했는데 통일부 국장 한 번 만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이 대표는 또 정부에 대해 "소통이 너무 안 되는 정권"이라며 "현 정부의 정책의 초점은 '상생'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남북경협기업) 너만 죽어라'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북경협에 참가한 기업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도산 위기에 봉착해 있다. 2008년 7월 금강산 박왕자씨 피격 사건에 이어 지난해 3월 천안함 사건이 터졌고, 이에 따른 정부의  5·24 조치는 북한과의 교역·교류 중단은 물론 개성공단 출입을 제한했고 물품의 반출입까지도 차단했기 때문이다. 

"남한 빠진 뒤 중국만 이득, 이게 무슨 실용주의?"

기업인들은 북한 내 주요 생산 거점이 중국에게 잠식당하고 있는 현실도 성토했다. 홍중표 강동수산 대표는 "지인이 30년 동안 일회용 라이터를 수출했는데 북한에 들어간 지 몇 개월 만에 망했다고 한다"며 "통일부에서 북한 출입을 막았고, 그 사이 50억 원짜리 장비는 고철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한 기업이 빠진 뒤) 우리가 올리던 소득을 중국이 다 차지하고 있다"며 "이게 무슨 실용주의인가"라고 성토했다.

특히 그는 중국의 '창지투 프로젝트'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창지투 프로젝트는 중국 동북지역인 창춘(長春), 지린(吉林), 투먼(圖們)을 잇는 두만강 유역 개발 프로젝트다.

홍 대표는 "(이 계획은 중국이) 북한의 노동력을 노리고 하는 것이다, 금싸라기인 북한의 노동력을 지금 중국이 먹고 있는 것"이라며 "중국이 신의주 개발까지 착수한 상황에서 북한과의 교역이 유지되지 않으면 우리는 섬나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북한의 노동력뿐만 아니라 지하자원마저 중국에게 뺏기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김기창 한국체인 대표는 "북한은 마그네사이트같은 희토류 등도 풍부한데 중국은 이를 잘 알고 있다"며 "지금(과 같이 남북경협이 막힌) 상황에선 우리가 북한에게 얻을 수 있는 게 없다"고 우려했다.

부실한 피해보상 "긴급지원한다는 1100억은 어디로?"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 발언자의 말을 듣고 있다.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 발언자의 말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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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힌 남북교류로 인해 손해를 보는 기업에 대한 지원대책 및 피해보상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세병 상하씨엠 대표는 "현재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하여 "경협지원자금은 10원도 지원 못받고 오히려 세금만 3000만 원 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용만 녹색섬유 대표는 "피해를 본 남북경협 기업인들에게 통일부장관이 1100억 원을 긴급지원 해주겠다고 했는데 10원도 못 받았다"고 말했다.

동방영만 미래통상 대표는 "10월, 11월에 끝났어야 할 겨울상품 (입고가) 아직도 못 들어오고 있다"며 "(북한 내) 14개 업체에 (주문한) 물량이 60만장인데 이 중에서 20만 장만 생산했고 나머지는 원부자재 상태로 쌓여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은 20만 장에만 적용됐고, 나머지에 대해선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피해보상보다는 물자 반·출입 승인이 더 시급하다는 게 남북경협기업인들의 요구다. 북한에 남아있는 생산장비나 원부자재를 한시라도 빨리 반입해서 제품생산에 쓰는 것이 기업의 신뢰도나 자금회전 면에서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경협기업 피해 증명하면 정부 설득할 수 있을 것"

남북경협기업인들의 절박한 호소를 들은 남 위원장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국민의 일정한 지지를 바탕으로 한다"면서도 "통일부와 접촉해서 방북허가와 반출입 승인을 요구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상임위 내 소위원회에서 관련된 정책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남 위원장은 우선 남북교류중단으로 인한 남북경협기업들의 피해상황을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피해를 증명할 수 있다면 정부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북경협기업인들의 호소는 이날 간담회에서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이들은 남북교류중단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지난해 9월 예비 모임을 구성, 11월에 남경필 위원장을 만나 피해조사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남북경협 피해조사단 구성 및 조사 기획 회의'가 열린 바 있다.

덧붙이는 글 | 김재우, 이선필, 이혜리 기자는 오마이뉴스13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남경필, #남북경협,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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