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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오타루(小樽)의 수많은 예쁜 가게들을 들락거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오타루 여행자들의 최종 집결지, 오타루 운하. 오타루의 상징인 이 물길은 많은 사람의 여행 사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수로가 어떤 이미지와 풍광을 여행자들에게 보여주기에 도시의 상징이 되었을까?

사진에서 보아오던 운하 옆의 창고 집들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멀리서 보니 푸른 하늘 아래 창고집들은 밝은 햇살을 반사하고 있었다. 낮에 사진을 찍으니 운하 건너편 산에 걸린 구름이 사진 안으로 들어왔다. 현지에서 보니, 수로 뒤로 낮은 산이 보였다. 산을 정면 배경으로 한 물은 예상대로 맑았다.

인력거꾼들이 지나가는 관광객을 상대로 호객을 하고 있다.
▲ 오타루 운하의 인력거 인력거꾼들이 지나가는 관광객을 상대로 호객을 하고 있다.
ⓒ 노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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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타루에서 가장 유명한 다리 위로 올라섰다. 다리 위로 올라서자마자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관광용 인력거(人力車、じんりきしゃ)를 모는 젊은이들이다. 오타루의 인력거꾼들은 오타루 수로의 이 다리 위에 몰려서 대기하고 있었다. 인력거꾼들은 멈춰 있는 인력거가 움직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바퀴 밑에 고정용 나무받침을 끼워놓고 있었다.

오타루 여행자들의 최종 집결지는 오타루 운하

열심히 호객행위를 하는 인력거꾼들은 흰 상의에 검은 바지를 제복같이 입고 있었다. 검게 그을린 팔뚝의 힘이 좋아 보이는 그들은 호기심을 갖고 눈이 마주치는 사람들이나 젊은 여자들을 집중적으로 호객하고 있었다. 인력거 타는 가격은 대략 2명에 8천 엔 정도.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요금이다. 나는 인력거를 구경만 했다. 내가 인력거를 타지 않을 것같이 생겼는지 인력거꾼들은 내게 말을 걸지는 않았다.

과거에 물건을 나르던 운하는 오타루의 대표 관광지가 되었다.
▲ 오타루 운하 과거에 물건을 나르던 운하는 오타루의 대표 관광지가 되었다.
ⓒ 노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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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를 가로지르는 다리 위는 오타루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포토존'이다. 오타루 여행의 핵심이 오타루 운하를 보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역시 이곳에는 많은 여행자가 모여 있고, 저마다 수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여행자들 뒤로 창고 건축물과 수로가 약 1.3km 정도 이어지고 있다. 1914년~1923년에 건설된 운하는 배가 사라진 물길 위에서 추억을 팔고 있다.

물길 옆 산책로에는 초록의 풀들이 자라고 있고 옛 창고 건물의 높은 벽을 따라 담쟁이덩굴이 올라가고 있었다. 수로의 물과 산책로는 너무나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풍경이 정말 일본답다. 정말, 가족이나 연인과 와서 함께 걷기 좋은 길이다.

1986년에 정비된 운하 옆 산책로는 생각보다 길이가 짧다. 운하의 폭도 40m 정도 되어 보인다. 나는 물길을 보며 가족과 함께 천천히 걸어갔다. 지금은 운하 일부만 남아 있는 곳이지만 묘하게 마음은 편안해지는 곳이었다. 시야 안에서 잔잔한 물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운하가 작고 아담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운하가 바다까지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면 내 성격상 운하 끝까지 걸어갔을 것이고 내 다리는 아마 피곤함에 지쳤을 것이다.

갈매기가 전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한가하게 놀고 있다.
▲ 오타루 운하의 갈매기 갈매기가 전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한가하게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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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 돌담 위로 갈매기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았다. 그런데 느낌이 왠지 이 녀석은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갈 것 같지 않았다. 나는 딸과 아내를 갈매기 옆에 서게 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조금씩 더 갈매기에 접근 하면서 사진을 몇 장 더 찍었다. 갈매기는 우리 가족에게 오타루 운하의 운치 있는 사진배경을 선물해 줬다. 갈매기는 우리 옆에서 한가하게 놀았다.

나는 얼굴표정까지 뻔뻔해 보이는 이 갈매기를 보면서 웃음이 나왔다. 이 영악한 갈매기는 대부분이 여행자인 사람들이 자신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 동네의 갈매기일 것이다. 아마도 많은 여행자들이 그 갈매기와 함께 사진을 찍고 팁으로 과자를 주지 않았을까? 이 갈매기에게 이 수로 옆 산책로는 자신이 먹이를 섭취할 수 있는 중요한 서식지일 것이다.

저 맑은 웃음이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것이다.
▲ 인력거 할아버지 저 맑은 웃음이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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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족과 함께 수로 옆 벤치에 앉아 잠시 발걸음을 쉬었다. 그때 다리 위에서 잠시 손인사를 나눴던 인력거 할아버지가 인력거를 몰고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인력거 할아버지는 큰 대나무 광주리 같은 삿갓을 쓰고 있어서 다른 인력거꾼들과는 모습이 다른 분이다. 드디어 이 할아버지는 손님을 구한 것이었다. 그가 운전하는 인력거 뒤에는 젊은 아가씨들이 흥미롭다는 듯이 앉아 있었다.

나는 손을 들어 그와 다시 인사를 나누었다. 할아버지가 모는 인력거라고 해서 인력거를 탄 사람이 미안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할아버지에게는 인력거를 타 준 관광객이 그의 생계를 유지해 주는 고마운 손님이기 때문이다. 성격 좋아 보이는 할아버지는 밝게 웃고 있었다. 아마 저 웃음 덕에 많은 여행자가 할아버지의 인력거를 이용하지 않을까 싶다.

이 수로 부근의 인력거들은 모두 한 인력거 회사에 소속되어 있어서 어느 인력거를 타든지 제공되는 서비스나 요금은 같다. 오타루에서 총 20대 정도 활동한다는 인력거 중에서 1대를 맡은 이 할아버지는 아마도 인력거꾼 중에서도 경력이 가장 긴 분일 것이다. 인력거를 타고 오타루의 역사를 재미있게 듣고 싶다면 저 할아버지가 운전하는 인력거 뒷좌석에 몸을 맡기는 것이 가장 좋을 듯싶다.

운하의 수로가 푸른 하늘 아래 그림 같이 펼쳐쳐 있다.
▲ 오타루 운하 전경 운하의 수로가 푸른 하늘 아래 그림 같이 펼쳐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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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벤치에 한동안 앉아 있었다. 운하 주변을 둘러보았다. 운하에는 일본의 과거 백 년 전 모습이 고풍스럽게 그대로 살아 있었고, 그래서 일본의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국적인 모습이 느껴졌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운하의 오랜 창고가 그런 분위기를 전해 주고 있었다.

창고를 고쳐서 레스토랑과 기념품 가게로 바꾼 발상은 아주 신선하다. 낡고 오래된 창고의 옛 모습을 부수지 않았기에 오타루의 과거는 전승 되었고 창고 외관 속의 모던한 실내 장식은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창고 건물을 헐어서 예쁜 건물을 올리기보다는 역사를 간직한 건물을 살림으로써 운하는 더욱 빛나고 있었다.

역사를 살리니 더욱 빛이 나네

레스토랑 등으로 전용된 창고 건물들이 수로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줄줄이 서 있는 모습이 강렬한 임팩트로 다가오고 있었다. 분위기 있는 가게들로 바뀐 건물 내부는 개성 만점의 조명으로 빛나고 있었다. 옛 모습의 건축물들이 옛것의 소중함을 알리며 서 있었다.

창고 건물 중에서도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들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붉은 벽돌 건물은 시멘트나 검은 벽돌로 지어진 창고 건물보다 훨씬 고풍스러우며 고즈넉했다. 일본에서는 붉은 벽돌 건물이 아주 귀하다. 빨간 벽돌이 과거의 일본에서는 돈 많은 부자가 사용할 수 있었던 건축재료였기 때문이다.

이곳 오타루는 아이누어로 '모래 사이의 강'이라는 뜻이다. 나는 강과 같은 운하의 정취를 마음껏 느끼면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홋카이도의 거점 무역항과 연결되었던 수로가 운영되던 당시에는 이 수로 위에 떠 있는 화물선 위에서 많은 짐이 실리고 내렸을 것이다. 운하 주변은 노동자들의 소리이 모여서 시끌벅적했을 것 같다. 수로 위에 배가 없는 지금, 물결은 잔잔한 고요 안에 있을 뿐이다.

어린 꼬마를 상대로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의 모습이 정겹다.
▲ 거리의 화가 어린 꼬마를 상대로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의 모습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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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 산책로에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아저씨가 있었다. 그의 맞은편 낚시 의자에는 아주 어린 아가씨가 얌전히 앉아 있었다. 나이 어린 이 친구는 세상 근심 모르는 듯한 행복한 얼굴을 하고 엄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 거리의 화가 아저씨가 그리는 초상화는 마치 일본 순정만화의 주인공처럼 생겼다.

일본의 많은 소녀가 빠져 있다는 순정만화의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맑고 큰 눈망울과 밝은 웃음을 짓고 있는데, 이 어린 아가씨도 화가 아저씨의 손에 의해 만화의 주인공이 되고 있었다. 어린아이의 얼굴은 마치 만화처럼 얼굴의 특징이 과장되어 있었다.

관광객들이 운하 주변에 끊임없이 몰려들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운하 산책로를 지나자 한 다리가 나타났고 그 위로 또 운하가 이어지고 있었다. 눈앞에 멀리 보이는 운하는 지금 내가 걸어온 운하보다 더 오래전에 만들어진 운하다. 관광객들이 사진을 많이 찍는 포토존의 운하는 예쁜 가게들이 몰려 있는 사카이마치도리(堺町通り)와 가까워서 요새 더욱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바다에서 바다 내음 가득한 바람이 불어왔다.
▲ 오타루 바다 바다에서 바다 내음 가득한 바람이 불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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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이, 아내와 조금 걸어가니 가슴 시원한 바다가 펼쳐졌다. 바닷바람 속에 끈적끈적한 바다 내음이 담겨 있었고 아내의 머리는 흩날렸다. 기분 좋은 바닷바람이 얼굴을 때리자 마음이 더 잔잔해졌다.

천천히 오타루 역을 향해 올라갔다. 추오도리(中央通り)를 따라 약간의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자 오타루 역이 보이기 시작했다. 긴 낮이 끝나고 조금씩 해가 지고 있었다. 해가 졌으니, 더 많은 사람이 오타루 운하에 몰려들 것이다. 밤에 운하 주변을 산책하면 더 운치가 있으리라. 나는 야경으로 유명한 오타루 운하를 버리고 삿포로로 향했다. 오타루 운하에는 운치 있는 가스등이 지금쯤 켜졌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인 http://blog.naver.com/prowriter에 지금까지의 추억이 담긴 세계 여행기 약 260편이 있습니다.



태그:#일본여행, #홋카이도, #오타루, #오타루 운하, #인력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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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외국을 여행하면서 생기는 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며, 한 지역에 나타난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을 파헤쳐보고자 기자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저는 세계 50개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였고, '우리는 지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로 간다(민서출판사)'를 출간하였으며, 근무 중인 회사의 사보에 10년 동안 세계기행을 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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